밀양 아리랑
Miryang Arirang - Legend of Miryang 2, 2014
개봉 2015.07.16
장르 다큐멘터리등급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02분
국가 한국
평점 ![star](https://cdn.udanax.org/star.png)
8.9
밀양 아리랑 관련 영상클립
줄거리
고향 땅에서 눈을 감고 싶었던 밀양 할매들은
오늘도 싸움을 살아냅니다
우리 밭 옆에 765인가 뭔가 송전탑을 세운다케서 농사꾼이 농사도 내팽겨치고 이리저리 바쁘게 다녔어예. 그거 들어오면 평생 일궈온 고향 땅 잃고, 나도 모르게 병이 온다카데예. 동네 어르신들이랑 합심해가 정말 열심히 싸웠는데 3천명이 넘는 경찰들이 쳐들어와가 우리 마을을 전쟁터로 만들어 놨었습니더.
산길, 농로길 다 막고 즈그 세상인 냥 헤집고 다니는데 속에 울화병이 다 왔어예. 경찰들 때문에 공사현장에도 못 올라가보고, 발악을 해봐도 저놈의 철탑 막을 길이 없네예.
아이고 할말이 참 많은데 한번 들어보실랍니꺼.
[ Intro ]
“천지신명이시여! 천만 년을 지켜온 아름다운 이 강산을
현세에 와서 한전이라는 거대한 공기업이
국가의 잘못된 정책과 엉터리 악법으로 자기만의 이익을 추구하려고
주민과는 아무런 협상도 없이 마구잡이로 이 강산을 폐허로 만들고
사유 재산을 악법으로 강제로 빼앗아서,
76만 5천 볼트라는 무시무시한 전기를 대도시로 보내기 위해
100M 이상이나 되는 거대한 송전탑을 세우고 있습니다.
저희들은 아무 욕심도 없이 지금 이대로만 살 수 있기를 바라며
전 주민의 간절한 뜻을 모아 비록 적고 보잘 것 없지만
정성껏 술과 음식을 마련하여 천지신명께 바치오니 흠향 하옵소서”
전기를 타고 흐르는 구슬픈 가락
<밀양 아리랑>
[ About Issue – 연대기 ]
높고 수려한 산세, 낙동강으로 이어지는 강줄기와 드넓은 평야가 있어 예로부터 생명의 기운이 가득한, 따뜻한 볕의 마을 ‘밀양(密陽)’. 마을의 평화가 깨진 것은 2005년, 한국전력공사가 신고리 3,4호기 원전에서 생산된 전기를 서울 수도권까지 송전하기 위해 밀양에 69기의 765kV 송전탑 공사 계획을 확정하고 ‘전원개발촉진법’에 따라 주민들의 토지를 강제 수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평생을 일궈 온 삶의 터전에서 여생을 보내는 것이 유일한 소원이었던 밀양 할매•할배들은 매일 새벽 산을 오르며 송전탑을 막기 위한 싸움을 시작했고, 경찰과 한전은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7,80대 주민들을 상대로 용역을 동원해 폭언과 폭력을 일삼는 등 어마어마한 국가폭력을 행했다. 이에 분노한 故 이치우(74세) 어르신이 2012년 1월 분신으로 사망, 이후 주민들의 저항이 거세지자 2013년 5월 ‘전문가 협의체’가 꾸려졌지만 협의는 중단되었다. 같은 해 10월 공사 강행, 이에 항의하던 故 유한숙(71세) 어르신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이 또 한번 벌어졌으나, 한전은 2014년 6월 11일, 3,000여명의 병력을 동원하여 ‘행정대집행’을 실시, 모든 농성장을 강제 철거하였다. 이후에도 주민들은 끈질긴 저항을 이어가고 있으며, 밀양시 부북면, 상동면, 산외면, 단장면, 밀양 송전탑 경과지 4개 면에서 아직까지 한전의 보상금을 받지 않고 버티는 225세대의 주민들은 ‘밀양 할매•할배’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2001년 5월 한전, 송전선로 경유지 및 변전소 부지 선정
2005년 10월 환경영향평가
2005년 12월 한전 밀양지사 앞 여수마을 주민들 송전탑 건설 반대 시위
2007년 11월 정부, 신고리 원전-북경남변전소 765㎸ 송전선로 건설사업 승인
2008년 7월 밀양주민들, 송전선로 백지화 요구 첫 궐기대회
2012년 1월16일 이치우(당시 74세) 어르신 분신 자살
2012년 9월24일 국회 현안 보고 이후 밀양 송전탑 구간 공사 중지
2013년 5월15일 한전, 송전탑 공사 재개 방침 공식화
2013년 9월11일 정홍원 국무총리 밀양 방문해 공사 강행 시사. 밀양 송전탑 갈등 해소 특별지원협의회,
가구당 400만원씩 개별보상•태양광 밸리 사업 추진 등을 핵심으로 한 주민 보상안 확정.
2013년 10월 1일 한전, 10월 2일부터 송전선로 공사 재개 방침 및 공사재개에 따른 호소문 발표
2013년 12월6일 상동면 고정 마을 주민 유한숙(71) 어르신 음독 자살
2014년 6월 11일 밀양시, 송전선로 건설 반대 농성장 철거 행정 대집행.
경찰 20개 중대 2,000여명 및 한전 직원 250명 투입.
반대 농성장 철거. 철거 과정에서 시민단체 및 수녀 참가. 20여명이 실신 및 부상
2014년 7월 2일 밀양행정대집행 관련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 청원 기자회견
2014년 7월 17일 밀양송전탑 6.11 행정대집행 총체적 위법행위에 대한 국가배상청구 소송제기
2014년 8월 19일 밀양송전탑 6.11 행정대집행 경찰의 폭력 진압에 대한 헌법소원 청구
2014년 10월 24일 송전탑 피해 주민들 송주법(송•변전설비 주변지역의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전기사업법 헌법소원 제기
2014년 12월 25일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 115번 철탑 앞에서 송전탑 저지를 위한 기자회견 및 농성 돌입
2015년 2월 26일 밀양송전탑 벌금폭탄에 대한 불복종 노역 선언 기자회견
2015년 6월 8일 밀양송전탑 반대 주민 DNA 채취 및 검찰 집행관 폭언협박 사태 기자회견
2015년 7월 2일 밀양송전탑 반대 주민들, 상경투쟁
[ About Issue – 숫자로 보는 ‘밀양’ ]
➜ 3,495일
밀양 할매•할배들의 투쟁 일수 (2015년 7월 2일 기준)
2005년 12월 5일, 한전 밀양지사 앞 여수마을 주민 시위로부터 ‘밀양 송전탑 싸움’이 시작되었다.
➜ 73.2세
<밀양아리랑> 출연 할매들의 평균 연령 73.2세
김말해 88세 손희경 81세 곽정섭 69세 정임출 74세 구미현 66세 김수암 72세
한옥순 69세 박영순 79 우순자 69 유순남 69 장옥수 70 박순연 72세
➜ 12승 1패
밀양 주민과 한전의 전적 12승 1패
한전은 총 13차례 공사를 시도했으나, 밀양 주민들은 12번째 공사까지 다 막아냈다.
한전은 2013년 10월, 13번째 공사 재개 시, 매일 3천여 명의 경찰 병력을 동원하여 현장을 장악했다.
➜ 380,000명
2013년 10월 ~ 2014년 6월까지 밀양에 주둔한 경찰 병력 연인원 38만 명
➜ 1조 2,100억원
2013년 10월 ~ 2014년 6월까지 밀양에 주둔한 경찰의 숙식 비용 100억원
+
밀양 투쟁 이후 제정된 송주법(송변전 시설 주변지역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으로
2020년까지 한전이 부담해야 할 돈 약 1조 2천억원
➜ 401회
2013년 10월 공사 재개 당시, 현장 응급 후송 151회
(탈진 30회, 골절 34회 포함)
+
2013년 10월 이후 정신과 진료받은 주민 47명의 진료 횟수 250회
(항우울제 신경안정제 수면제 등 처방)
Character ]
“내 논에서 농사를 짓고 곡식을 가꿀 수 있다는 게 너무 소중해요.
그래서 더 이곳을 지키고 싶은지 모르지요”
“자연 따라 곡식 따라”
밀양 상동면 여수마을, 영자 어무이
여수마을로 시집을 와 35년여를 밀양 땅에서 살아 온 영자 어무이. 가난한 농부와 결혼해 농사를 지으며 집안을 일으키고 자식을 키워 온 영자 어무이는 작물과 대화하는걸 좋아하고, 땅과 산과 강을 사랑하는 ‘천상 농부’.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 상동면 총무를 맡고 있는 그녀는 경찰이 “김영자씨!”라고 불러도 주눅 한 번 들지 않고 “아는 체 마라”라고 맞받아치는 씩씩함으로, 밀양 송전탑 투쟁을 앞장서 이끌어가고 있다.
“오만 세월 다 안 봤는교.
6.25 전쟁 봤제, 대동아 전쟁 봤제, 일본 놈들 캉 싸우는 것 봤제.
오만 것 다 봐도 이건 전장도 아이고, 사람 속에 울화병 생기가 죽이는 것 밖에 안 돼요”
“굴곡진 세월, 한 많은 곡소리”
밀양 상동면 도곡마을, 말해 할매
90살 말해 할매. 굴곡진 세월 따라 깊이 패인 주름 속에서 애달팠던 삶을 확인할 수 있다. 오만 전쟁 다 겪고, 보도연맹으로 남편 잃고, 베트남 전쟁으로 부상 당한 아들을 바라보며 숱한 시간을 견뎌온 말해 할매의 마지막 소원은 집 앞 평상에 앉아 노닥거리며 생을 마감하는 것이었다. 그 평범한 소원조차 이루기 힘든 현실에 말해 할매는 서글픈 곡을 내뱉는다.
“옛날부터 신전탑은 무너져도 공든 탑은 안 무너진다 카더만,
내 고향 안 뺏길라고 이렇게 발버둥쳤구만,
와 내 끝이 이래 돼뿟노 싶어서 참말로 죽겠어!”
“내 고향 움막살이”
밀양 부북면 위양마을, 덕촌 할매
“고향을 지켜라!”라는 시아버지의 말을 평생의 가업으로 삼아온 덕촌 할매. 고향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은 산꼭대기에 위치한 공사현장에 올라가 가슴 가득 나무를 끌어안는 것. 거대한 송전탑이 눈 앞에섰을 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아 펑펑 울었지만, 움막에 터를 잡고 여전히 싸움을 살아내고 있다.
“전기를 위해서 사람이 사나? 사람을 위해서 전기가 만들어지는 거잖아.
그런데 지금 뭔가 뒤바뀌었잖아. 한전하고 국가는 그걸 잊어 먹고 있잖아요”
“귀농인에서 ‘올바른 싸움꾼’으로”
밀양 단장면 동화전마을, 박은숙
2012년 여름, 마을에 헬기 뜨고 산에 벌목하기 시작한 때부터 송전탑 싸움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은숙 누이. 도시에서 귀농한 젊은 부부답게 싸움도 뜨겁게 한다. 남편이 공사 현장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되기도 하고, 새벽에 집으로 쳐들어온 경찰들한테 긴급 체포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송전탑 이후의 삶이 어떨지 알기에 이 싸움을 포기할 수 없다.
[ About Movie ]
민주적 절차 無, 주민들의 토지 강제수용, 폭력진압, 벌금폭탄!
어떤 매체도 현장의 진실을 담아내지 못 했다!
이것이야말로 ‘밀양 송전탑 싸움’의 생생한 증언록!
<밀양 아리랑>은 경찰과 한전의 폭력에 맞서, 매일 새벽 산을 오르며 맨몸으로 765kV 송전탑을 막아냈던 ‘밀양 할매’들의 모습을 기록한 작품. 765kV 고압 전류로부터 자신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10년이 넘는 오랜 기간 동안 끈질긴 저항을 이어온 밀양 주민들의 이야기와 그 안에 깃든 ‘밀양’의 일상을 근거리에서 기록해내어 그 어떤 매체에서도 추적하지 못한 ‘밀양 송전탑 싸움’의 진실을 담아냈다는 호평을 얻고 있다.
밀양 할매•할배들과 동고동락하며 주류 언론이 기록하지 않았던 현장의 사각지대를 포착, 울고 웃고 춤추며 싸우는 밀양 주민들의 다채로운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낸 박배일 감독은 “밀양 할매•할배들이 평범한 주민에서 투사가 되는 과정이 아니라, 땅을 딛고 일어서는 그 힘을 카메라에 담고 싶었다. 그 힘으로부터 마을공동체가 복원이 되고, 땅 위로 곡식이 자라날 것이라 믿는다”는 제작의도를 전했다. ‘밀양 송전탑 싸움’의 본질적 문제를 파악하기보다는 현장의 격렬함만을 보도했던 매스미디어에 맞서, 밀양 할매•할배들의 절규에 가까운 이야기를 고스란히 스크린에 담아냄은 물론, 민주적이지 못한 에너지 구조, 송전탑에서부터 핵 발전으로 이어지는 에너지 정책의 실체, ‘국책사업’이라는 이유로 공동체를 파괴하고 주민들을 향해 엄청난 국가 폭력을 행하는 대한민국 사회에 대한 총체적인 문제의식을 통해 밀양 송전탑 건설의 이면에 감춰진 밀양 주민들의 고통과 국가폭력의 실체를 낱낱이 드러내고 있는 <밀양 아리랑>은 오는 7월 16일 개봉, 뜨거운 사회적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천년 만년 이고 댕기며 일궜는데
하늘님도 무심하고 지하님도 무심하네
해도 해도 너무 한다 날 잡아가 고아 먹어라”
구슬픈 곡조가 굽이굽이 스며든다!
맨몸으로 고향 땅을 지키는 밀양 할매들이 전하는 가슴 먹먹한 울림!
<밀양 아리랑>에는 마치 전장을 연상시키는 처절한 싸움의 연속에도 눙을 치며 웃어대고, 도로 한복판에서 굳센 춤판을 벌이며, 엄청난 수의 경찰들을 향해 “차라리 죽이라!”고 고래고래 외치는 밀양 할매들의 날 것 그대로의 아름다움이 담겨 있다.
특히, 각기 다른 삶의 굴곡을 지닌 밀양 할매들의 사연은 그 자체로 ‘살아있는 역사’로 다가온다. 매일 아침 빨갛게 익은 고추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감이 주렁주렁 매달린 감나무를 보며 자연의 조화에 감탄하는 ‘천상 농부’ 영자 어무이는 그 누구보다 뜨거운 생명력을 지녔다. 3,500여 일이라는 장대한 세월 속에서도 온화한 미소를 잃지 않는 그녀의 모습 속에서 경이로움을 느끼게 될 것. 일제 강점기, 대동아 전쟁, 6.25 전쟁, 보도연맹사건, 월남전 등 대한민국 역사의 굵직한 순간들을 온몸으로 겪어 낸 말해 할매가 내뱉는 한 맺힌 곡 소리는 그 자체로 ‘아리랑’이다. “오만 것 다 봐도 이건 전장도 아이고, 국민들 말려 죽이는 거 아닌가 그 마음이 든다”는 말해 할매의 이야기는‘국책사업’이라는 이유로 행해지는 무자비한 국가폭력에 맞서야 했던 밀양 주민들의 고통을 생생하게 경험하게 한다. ‘죽든지 살든지’ 하는 심정으로 몇 해가 지난 지도 모른 채, 농성장을 지키는 덕촌 할매는 아버님, 어머님, 시아주버님 각상을 세 개씩 치뤄야 했던 시집살이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낸다. 고단했던 일상 속에서도 고향을 지키라는 시아버지의 부름에 응하고자 아둥바둥했던 지난날이 무색하게 또 다른 시련을 겪어내야 하는 설움을 토로한다. 평균연령 7,80대의 주민들 속에서 파릇파릇한 기운을 뿜어내는 은숙 누이의 날 선 일침에 이르면, 밀양 송전탑 싸움의 본질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전기를 위해서 사람이 사나, 사람을 위해서 전기가 만들어지는 거잖아. 지금 한전하고 국가는 그걸 잊어 먹고 있잖아요”라는 은숙 누이의 대사를 곱씹다 보면, 각기 다른 삶의 목표를 지녔었지만 현재는 ‘탈핵, 탈송전탑’이라는 같은 목표를 가지고 끈질긴 저항을 이어 나가는 밀양 주민들에게 마음 깊이 공감하게 될 것이다.
이렇듯 방패보다 단단하고, 꽃보다 어여쁜 밀양 할매들의 굴곡진 세월은 그 자체로 귀중한 역사가 된다. 마치 옛날 이야기를 듣듯, 할매들의 한숨 섞인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눈물과 웃음이 뒤범벅된 가슴 먹먹한 울림을 얻게 될 것이다.
당진에서 울진까지! 765kV 송전탑은 대한민국 국토를 점령 중!
전국민의 눈물을 타고 흐르는 ‘나쁜 전기’의 실체!
이제 다시, 밀양이다!
<밀양 아리랑>은 ‘밀양 송전탑 싸움’의 과정을 담아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765kV 송전탑 건설 이면에 숨겨진 어두운 풍광들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765kV 송전탑 앞, 줄 지어 늘어선 폐 형광등에 하나 둘씩 불이 켜지는 장면은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765kV 고압전류의 위력을 실감하게 한다. “전자레인지에 형광등을 넣고 돌리는 실험을 한 적이 있는데, 전자레인지 안에 있던 형광등에 불이 들어오더라. 그런데 실제로 송전탑 아래에서 형광등에 불이 들어온 거다. 송전선로 주변에 사는 주민들은 전자레인지 속에 사는 거나 다름없는 것이다. 끔찍하다!”라는 유종준 당진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의 이야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고압전류가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가늠하게 한다. 또한, 521기의 송전탑이 서 있고 120 여기의 송전탑이 건설될 예정인 영화 속 ‘당진’의 풍경은 전국에 걸쳐 진행되고 있는 765kV 송전탑의 심각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실제로 밀양뿐 아니라 당진, 예산, 아산, 서산, 영광, 횡성, 평창, 여주, 광주, 안성, 고리, 월성, 삼척, 울진, 영덕 등 전국에 4만 1천여 개의 송전탑이 세워져 있고, 10년 안에 약 1,700여기가 더 지어질 예정인만큼, 밀양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에 걸친 동시다발적 문제라는 점을 다시 한번 되짚는다.
한국 특유의 풍부한 해학으로 765kV 송전탑의 실체를 추적하는 <밀양 아리랑>은 “왜 수도권에 쓸 전기를 보내기 위해 우리의 목숨을 담보 잡혀야 하는가?”라는 물음으로부터 시작해 “왜 핵발전이어야 하는가”라는 새로운 물음과 마주한다. 방대한 자료조사를 통해 ‘밀양 송전탑 싸움’의 진실을 확인함은 물론, 에너지 정책 뒤에 가려진 ‘나쁜 전기’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박배일 감독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10년에 걸친 처절한 대립에도 포기하지 않고 “송전탑을 뽑자!”를 외치고 있는 밀양 주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게 된다.
[ Production Note ]
#1. 커피 한잔과 촛불 하나
짙은 어둠,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리다 멈춤이 반복 된다. 불빛이 갑자기 비추고, 두 사람이 나무 덩굴을 기어간다. 두 사람이 멈춰선 곳은 나무가 잘려나간 산 꼭대기, 포크레인과 작은 움막이 있는 곳. 두 사람이 산꼭대기 이곳 저곳을 수색하며 다닌다. 허름한 움막, 촛불을 조명 삼아 자갈 돌을 판돈으로 민화투를 치고 있는 할매들. 오가는 말은 앞으로 있을 전쟁에 대한 불안함이다.
# 2. 밀양 사람들
자연을 벗 삼아 살던 대로 살고 싶어! – 영자 어무이
작은 체구의 할매가 경운기를 다루기 위해 하늘로 붕 떴다 내려앉는다. 방향을 잡은 경운기는 밭을 간다. 이마엔 땀방울이 맺혀있다. 밀양 상동에 사는 김영자. 어렸을 때부터 도시로 떠나고 싶진 않았다. 25살 가난한 농부와 결혼해 40년 동안 농사를 지으며 집안을 일으켰고 자식을 키웠다. 작물과 대화하는 걸 좋아하고, 땅과 산과 강을 사랑한다.
그런 그녀가 계절의 변화를 느낄 새도 없이, 빈지소 강과 차 한잔 나눌 여유 없이 밤낮으로 한전, 경찰과 싸우고 있다. 매일 머릿속이 전쟁이다. 126번 철탑부지 아래에선 닷새간 물도 한 모금 먹지 않고 단식을 했다. 결국 병원에 실려갔지만 다음날 다시 농성장으로 향했다. 몸으로 부딪히고 크게 소리쳐도 아무도 그녀의 호소와 눈물을 들어주지 않는다. 껌껌한 날이 이어진다.
사람 살리는 땅을 일구기 위해! – 은숙, 정회 부부
풀이 무성한 밭에 선캡을 쓴 사내가 풀을 베고 있다. 한 여인이 아크로바틱한 자세로 짚 더미에 올라가 짚을 끌어내린다. 소에게 여물을 주고, 밭을 갈고, 모를 심고, 두 사람은 밤 늦도록 일을 한다. 도시에서 유기농을 하기 위해 이주해온 박은숙 김정회 부부.
“부끄러운 아버지가 되지 말자! 내 마을은 내가 지키자!”는 마음으로 송전탑 싸움을 시작했다. 엉겁결에 마을 대책위원장을 맡게 되었고, 죄를 짓지 않았는데 범죄자가 되었다. 지난 8월 26일 새벽 5시, 정회는 아들이 보는 앞에서 수갑을 차고 경찰서로 끌려갔다. 조사를 받는 동안 개가 주는 밥은 먹을 수 없다며 3일 동안 단식을 한 정회는 나오자마자 아내와 함께 마을을 돌며 주민 교육에 힘썼다. 부부는 수시로 경찰서를 드나든다. 공사 방해죄로 하루에 100만원 손해배상청구를 당하는 등 그 죄목도 다양하다. 농사꾼이 되고 싶었던 그들을 국가가 범죄자로 만들고 있다.
127번 움막을 지키다! – 덕촌 할매
127번 움막에서 살고 있는 덕촌 할매. 벌써 7개월째 이 곳을 지키고 있다. 철탑을 짓기 위해 낮엔 쉼 없이 헬기가 천막 위를 지나갔고, 밤엔 환하게 불을 밝혀 공사를 진행했다. 그 모습을 보지 않기 위해 땅에 머리를 박고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을 때 거대한 송전탑이 눈 앞에 서 있었다. 하늘이 무너졌다. 그 자리에서 펑펑 울었다. 이젠 다 끝났구나, 내 고향을 잃었구나... 당시엔 그 생각뿐이었다.
대뜸 아버님께서 부탁이 있노라 말씀하셨었다. 고향을 지켜 달라고 말씀하셨다. 난 그러겠노라 대답했다. 왜 그랬을까? 왜 그 대답을 해서 벗어날 수 없는 고통의 순간을 말년에 보내고 있는 걸까? 땅이라고 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버님은 왜 하필 고향이라고 하셔서 이렇게 만드셨을까! 대답한 게 후회가 된다. 그 대답만 하지 않았더라면....
국가 폭력의 역사가 깃든 삶! – 말해 할매
90 여년의 세월. 질기게도 목숨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날 참 모진 세월 잘 견뎌왔다. 일제 시대 대동아 전쟁도 치렀고, 6.25 전쟁도 견뎠다. 남편은 보도연맹인가 뭔가 때문에 잡혀가서 아직도 안 돌아오고 있다. 둘째 아들이 베트남 전쟁에 가서 부상 입고 와가 얻은 보상금으로 논 밭 사서 자식 키우면서 여태껏 버텨왔다. 다 늙은 나이에 이젠 어디 가기도 싫고 우리 집 앞 평상에 앉아 노닥거리며 생을 마감하는 게 모진 인생 마지막 바람이었다.
세상 참 모질다. 언제부턴가 평상 앞에 앉아 있으면 괴물 같은 철탑이 나를 쳐다본다. 형광 잠바 입은 경찰 놈들이 자기 안방 돌아다니듯 매일 같이 들락날락한다. 세 번의 전쟁도 송전탑 전쟁보다 안 억울하고 안 비참했다. 평상에 앉아 노닥거리며 살겠다는 게 큰 욕심인가? 서글퍼진다.
#3. 죽음의 도시가 되어가고 있는 밀양
2013년 10월 1일 3,000명의 경찰이 송전탑 공사를 위해 투입되었다. 주민들은 현장 앞에서 단식 농성을 하고, 목에 쇠줄을 감고, 현장으로 올라가는 차 밑에 들어가 공사를 막으려 시도했다. 하지만 매번 주민의 10배가 넘는 경찰들에게 막혀 목 놓아 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 날들이 매일 반복되고 있다.
경찰은 농로, 산길, 집 앞까지 지키며 주민들을 감시하고 있다. 작은 충돌에도 카메라를 들이대 불법으로 채증하며 심리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하루에도 수십 번 헬기가 지붕 위로 지나다닌다. 주민들의 불안함과 스트레스가 극에 치달았다. 심리 상담사들은 많은 주민들이 자살 위험이 있다며 격리조치 할 것을 권했다. 주민에 대한 폭력과 감시, 불법적인 헬기 운행 등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냈지만 돌아오는 답은 경찰과 한전의 행동이 정당하다는 것이다.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안전을 책임져야 할 경찰과 국가가 주민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4. 사회적 타살 유한숙
“송전탑 들어서면 우리 다 죽는다.”는 유언을 남기고 2013년 12월 일 고정마을에 살던 유한숙 어르신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은 유한숙 어르신이 병원에 있을 당시 ‘송전탑 때문에 음독한 것’이라는 말을 녹취해갔음에도 ‘가족 간의 불화와 돼지 값 하락으로 인한 비관 자살’이라고 발표했다. 밀양 주민들은 공사를 중단하고 시민분향소를 차려 애도의 기간을 가지자고 제안했지만 한전은 돌아가신 그 날도 헬기를 띄우며 공사를 진행했다.
밀양 주민들은 유한숙 어르신의 억울한 죽음을 알리고, 송전탑을 막겠다는 뜻을 받들기 위해 시민분향소를 차린다. 그 과정은 마치 지옥이다. 작은 상을 차려 촛불을 켜고 고인의 영정을 올리려는데 시청 직원이 상을 걷어 차고, 영정을 빼앗는다. 영정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몸을 던진 주민들은 경찰에 의해 고립되고, 상주는 경찰 손에 들려나간다. 작은 천막을 지키기 위해 할매는 웃옷을 벗고, 목에 줄을 메고 소리치지만 경찰은 힘으로 제압해버린다. 추위를 피하기 위해 가져온 이불도,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가져온 음식도 모두 빼앗긴다. 그렇게 이틀을 거쳐 전쟁을 치르고 분향소를 차린다. 100일이 넘도록 고인은 차가운 냉동고에 안치 되어있다. 정부와 한전은 아직도 묵묵부답이다.
#5. 우리가 돌아가야 할 곳
송전탑 아래 움막에 사람들이 모여있다. 김정회가 청년회에서 회의한 내용을 할매들에게 제안하고 있다. “우리 마을이 철탑이 들어섰지만 이대로 물러날 수 없잖아요. 저 철탑 뽑을 때까지 싸우는 계획을 세워야 합니더. 우리는 땅으로 돌아가서 사람들과 함께 농사지으면서 철탑에 대해 알리고 연대 할 사람들을 모읍시다.”
할매들은 설명을 듣고 “재미있겠네. 해보자!”는 반응이다. 밀양 송전탑 싸움은 ‘한평농사’, ‘빈집프로젝트’를 통해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 할매들이 일렬로 늘어서 “동화전에 와서~ 농사도 짓고, 철탑도 뽑읍시데이~”하며 한평농사 홍보영상을 찍고 있다. 한 리의 사람들이 잘 갈린 밭에 쪼그리고 앉아 맥문동을 심고 있다. 이마에 주름 가득한 할배가 일하는 사람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 신나게 노래 한 자락 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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