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레트의 수상한 베이커리
Paulette, 2012
개봉 2015.08.13
장르 코미디등급 청소년관람불가
러닝타임 87분
국가 프랑스
평점 ![star](https://cdn.udanax.org/star.png)
8.5
폴레트의 수상한 베이커리 관련 영상클립
줄거리
이 세상에 심통난 그녀,
달콤함으로 도전장을 던지다!
한때 잘 나가는 제빵사로 남편과 함께 베이커리를 운영하며 행복한 삶을 살던 폴레트는 10년 전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외로이 살고 있다. 흑인 사위를 얻게 되면서 딸과도 사이가 냉랭해졌고, 손자 레오도 영 탐탁치가 않다. 게다가 한 달에 600유로에 불과한 노후 연금으로 살아가기가 여간 팍팍한 게 아니다.
외롭고 궁핍한 생활에 지쳐 가족과 이웃에게 가시돋친 독설을 퍼붓기 일쑤인 폴레트. 어느 날 동네에서 수상한 거래를 목격 중이던 폴레트의 무릎에 소포 상자 하나가 우연히 떨어지고, 상자 안의 물건은 그녀의 인생을 바꿔놓게 되는데…
[ About Movie ]
늙은이는 그저 하나의 하찮은 물건,
막대기에 걸쳐놓은 다 해진 옷, 만일
영혼이 손뼉치며 노래 부르지 않는다면,
유한한 옷의 조각 조각을 위해 더욱 더 소리높여
노래 부르지 않는다면…
- W.B. 예이츠 ‘비잔티움에로의 항해’ 중
아일랜드의 시인 예이츠는 ‘비잔티움에로의 항해’를 통해 노년에 이른 무력감과 소외감을 아름다운 시구절로 표현하였다. 이렇듯 동서고금 늙어가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피할 수 없는 노년기의 서글픔은 <폴레트의 수상한 베이커리>의 주인공 ‘폴레트’에게도 벗어날 수 없는 굴레이다. 곁을 떠난지 10년이 지난 남편을 그리워하며 젊은 날의 추억을 떠올리는 데 익숙한 그녀는 현재의 무력한 자신에 대한 분노를 주변 사람들, 특히 파리 외곽을 점령한 이민자들을 향해 돌림으로써 정당화하려고 한다. 하지만 폴레트에게 찾아온 뜻밖의 사건은 곧 수렁과도 같은 현실에서 빠져나올 기회가 되고, 그녀는 비밀스런 변신을 하기로 결심한다. 비록 그 시도가 도덕적으로 지탄을 받을지라도 젊은 날의 생기를 되찾는 느낌이라며 고해성사를 하는 폴레트의 모습은 어딘가 애처롭기까지 하다.
우리 사회의 수많은 폴레트들을 위한 희망백서
<폴레트의 수상한 베이커리>
한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기준 만 50세 ~ 64세의 준고령자는 우리나라 인구 중 20.8%를 차지하고 있고,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전체 인구 중 12.7%로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라고 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급속하게 진행되는 인구 고령화는 곧 계층간의 소득격차로 인해 생겨나는 빈곤층에 속하는 노인 인구의 급증을 의미하는데, 실제로 최근 OECD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회원국들 중 한국의 노인 빈곤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평생 일을 했지만, 먹고 살 돈도 없고 지긋지긋하다’는 영화 속 그녀의 외침이 오늘날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예사로 들리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렇듯 준비되지 못한 상황에서 사회의 사각지대로 몰리는 노인 계층의 어려움을 다소 엉뚱하지만 유쾌하고 희망적인 터치로 묘사하는 영화 <폴레트의 수상한 베이커리>는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많은 공감과 이해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누벨바그의 여신’ 베르나데트 라퐁의 마지막 주연작!
자유로운 페르소나의 그녀, 금기를 깬 할머니로 연기 인생을 마감하다.
<폴레트의 수상한 베이커리>의 주역 베르나데트 라퐁은 특유의 자유분방하고 관능적인 매력으로 누벨바그의 시초라 여겨지는 프랑소와 트뤼포의 단편 <개구쟁이들>(1957)에 출연하게 되면서 그녀의 기나긴 영화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 트뤼포는 라퐁을 ‘야생의 소녀’(Wild Child)라고 부르며 자신의 첫 단편 영화에 캐스팅했고, 그녀의 신선한 모습과 연기 스타일은 누벨바그 감독들이 내세우던 영화적 포부를 제대로 표현해 내었다. 가디언지는 생활고로 비밀스런 일탈을 하게 된 할머니를 인상깊게 묘사한 마지막 주연작 <폴레트의 수상한 베이커리> 속 라퐁의 페르소나를 “그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건방지다”라고 묘사했다.
<미남 세르쥬>(1958)부터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2014)까지..
반세기가 넘는 활동 기간 동안 120편 이상의 작품에 출연한 다작의 여왕
프랑소와 트뤼포, 끌로드 샤브롤, 루이 말, 장 와스타슈, 자끄 리베트, 끌로드 밀러 등 프랑스를 대표하는 감독들의 영화에서 활약을 펼치며, 명실상부 누벨바그를 대표하는 여신 중 한명으로 꼽히는 베르나데트 라퐁! 그녀는 <폴레트의 수상한 베이커리>의 시나리오 속 까칠하지만 어딘가 애처로운 할머니 캐릭터를 보고 트뤼포 감독의 <나처럼 예쁜 여자> 속 본인이 연기했던 주인공의 나이든 모습이 연상되었다고 한다.
극중 주인공과 실제 비슷한 나이에 연기를 하게 된 그녀는 “물질적으로 폴레트와 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사회 환경을 넘어서 나이가 들면 드는 감정이 있어요. 쓸모 없어졌다는 느낌과 때로는 버려졌다는 생각마져 들죠.”라며 노년의 감정을 대변했다. 또한 나이든 여배우로서의 고충을 토로하며 “제 나이대의 배우들이 영화의 주인공이 되는 건 생각지도 못한 선물이에요”라고 덧붙였다. <폴레트의 수상한 베이커리>는 반세기가 넘는 활동 기간 동안 120편이 넘는 작품에 출연하며 정력적인 활동을 펼쳤던 베르나데트 라퐁이 노년기에 연기한 마지막 주연작으로 그 의미를 더한다.
인종갈등, 노후복지… 날카로운 사회 풍자로 유럽에서 흥행 성공!
한 편의 동화처럼 유쾌하고 따뜻한 이야기! 실화에서 영감을 얻다.
창작 활동과 더불어 파리의 영화학교 ESEC에서 시나리오 강의를 하며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한 제롬 엔리코 감독. 그의 제자 중 한명이 프랑스 방리유 지역에 사는 할머니가 생활고로 마약을 팔게 되었다는 기사를 우연히 접하게 되었고, 이것을 모티프로 지금의 <폴레트의 수상한 베이커리>의 시나리오가 완성되었다. 영화 속 파리의 모습은 우리가 흔히 그 도시를 떠올렸을 때 갖게 되는 ‘낭만’이라는 환상을 거침없이 부수면서 등장한다. 파리 외곽 지역의 허름한 임대 아파트 단지. 그곳을 점령하다시피 한 이민자들의 무리와 당장 어떤 범죄가 일어나도 전혀 이질적이지 않을 듯한 무질서한 분위기. 이곳에서 혈혈단신 ‘오늘의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 쓰레기통을 뒤지는 할머니의 결연함이란. 그녀가 세상에 던지는 무시무시한 독설들과 혐오가 결코 정당화 될 수는 없겠지만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한 그녀만의 방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렇듯 복지 선진국으로 우리에겐 선망의 대상으로 더 익숙한 프랑스가 그 사회의 사각지대에 있는 약자들에겐 얼마나 비참한 세상이 되는가를 보게되는 것은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폴레트의 수상한 베이커리>는 이 모든 상황들을 뻔뻔하게 관조하며 대부분의 경우에 웃음을 동반하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혹자는 영화의 이야기가 날카로운 시작에 비해 너무 쉽고 아름다운 결말을 향해 달려간다고 비판을 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화 속 달콤한 초콜릿 케익 한 조각이 현실의 시름을 단번에 잊을 만큼의 위로가 되듯이 <폴레트의 수상한 베이커리> 역시 한 편의 동화가 되면서 우리의 마음에 따뜻한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영화는 유럽에서 160억원의 박스오피스 호조를 기록했다.
마들렌, 사블레, 머랭, 초콜릿 케이크…
보기만 해도 침이 고이는 달콤한 프랑스 디저트의 향연
‘삼시세끼’, ‘냉장고를 부탁해’, ‘집밥 백선생’ 등… 언제부턴가 대한민국을 가장 뜨겁게 달구는 화제 중 하나인 ‘먹방’! 최근에는 브라운관을 넘어 은막 위에서도 <엘리제궁의 요리사>, <아메리칸 셰프>,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 <심야식당> 등의 작품을 통해 눈을 즐겁게 하는 동시에 맛을 그려보게 하는 각종 음식 영화들이 관객들과의 맛있는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 <폴레트의 수상한 베이커리> 역시 과거 제빵의 명인이었던 폴레트의 손에서 만들어지는 온갖 쿠키와 케이크의 달콤한 비주얼을 통해 관객들을 거부할 수 없는 디저트들의 달달한 유혹에 빠트릴 것이다. 특히 폴레트가 친구들과 함께 나누어 먹는 찐득하고 진한 비쥬얼의 초콜릿 케이크는 영화가 끝나도 머릿속을 쉽게 떠나지 않을 만큼 인상적이다. 영화 속 등장하는 각종 서양 디저트들의 생소한 이름들을 이참에 공부해 보는 것도 <폴레트의 수상한 베이커리>의 관람에 색다른 재미를 더할 것이다.
[ Production Note ]
제롬 엔리코와의 인터뷰_감독 겸 각본가
폴레트는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좀 동화 같아요. 제가 ESEC라는 영화학교에서 시나리오에 관한 강의를 했었는데, 글쓰기 수업 중에 탄생했거든요. 비앙카 올상이라는 학생이 우연히 신문 기사를 보고 힌트를 얻은 거였죠. 방리유에 사는 할머니가 먹고살려고 마약상이 된다는 내용이었어요. 아주 강력하면서 재미있는 소재라고 생각했죠. 1년 동안 비앙카, 로리, 시릴과 제가 함께 이야기를 만들고 화면을 구상했어요. 그렇게 해서 2달 만에 대본을 완성했고, 2011년 초 <폴레트>의 시나리오가 완성됐죠. 다들 좋게 봐주셨어요. 특히 제 에이전트가 확신에 차서 레전드 프로덕션을 공략했죠. 사실상 레전드 프로덕션에 가장 먼저 시나리오를 드렸고요. 몇 주 후 일요일 아침에 일랑 골드만이 전화를 했어요. ‘당신만 괜찮으면 이 영화를 제작하고 싶어요. 올해 말부터 시작합시다!’라고 했죠. 그렇게 된 거예요. 일랑이 투자금을 마련했고 제게 캐스팅 전권을 줬죠. 파리의 60-80세 여배우는 다 만나본 것 같아요. 그리고 6개월 후 촬영을 시작했죠.
베르나데트 라퐁은 이 영화가 50년대 이탈리아 코미디 영화를 연상시킨다고 했고, 어떤 관객은 켄 로치의 영화가 떠오른다고도 했죠. 감독님은 이 영화를 어떻게 보시나요?
우선 감격스럽고 기쁘네요. 전후 이탈리아의 사회비판 코미디와 이탈리아 코미디의 영국인 계승자라고 할 수 있는 켄 로치가 제 롤모델이거든요. <폴레트>는 사회에서 쓰레기통 뒤지는 것 말고는 다른 대안이 없는 노년기의 범죄에 관한 시사 코미디예요. 폴레트는 고약하고 인종차별도 심하지만, 그녀가 왜 그렇게 됐을까요? 더 이상 일이 없는 폴레트가 어떻게 경제적 불안정과 고독에서 벗어날 수 있었겠어요? 세상 어디에 자신들의 뿌리를 그렇게 소홀하게 대하는 곳이 있을까요? 이런 이야기는 영화에서 많이 취급하던 주제가 아니었어요. <폴레트>는 대마초에 관한 영화가 아니라 노년기의 경제적 불안과 고독에 관한 영화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코미디고요!
로쉬디 젬, 안젤라 몰리나, 알란 바슝과 함께 찍은 이전 영화 <세상의 근원>이 ‘플라스틱 카메라로 찍은 고대의 비극’이라고 하셨는데 바로 코미디로 돌아서신 이유가 뭔가요?
원래 가장 큰 비극이 최고의 희극이 되는 법이죠. <폴레트>도 거기에 해당하지만 비극에서 바로 희극으로 넘어온 건 아니었어요. 제 두 번째 장편 영화는 중간에 취소됐죠. 아르토 바실리나의 작품을 바탕으로 장 피에르 마리엘과 자크 비에레와 함께 찍으려고 했는데 유감스럽게도 자크가 준비작업 초반에 사망하는 바람에 영화 자체가 무산됐어요. 전 한동안 마음을 추스르고, 몇 년 동안 강의하고 글 쓰고 TV용 작품만 찍었어요. 그런 만큼 일랑 골드만과 레전드 프로덕션이 저와 <폴레트>를 믿어준 건 특별한 선물과도 같았죠.
왜 베르나데트 라퐁을 선택하셨죠?
베르나데트를 그녀의 집 앞 카페에서 처음 만났어요. 무척 상냥하고 친절한 모습이었는데도 폴레트의 비아냥대고 무례하고 불평하는 모습이 숨겨져 있는 것 같았죠. 재미있는 건 나중에 베르나데트한테 들었는데, 본인도 폴레트 역을 같은 이유로 하고 싶었다고 해요. 베르나데트도 자기에게 그런 면이 있다는 걸 알았던 거죠! 하지만 그녀에겐 폴레트의 몸에 밴 용기도 엿보였어요. 그 용기가 이 역할을 살려주죠. 두 가지 성격이 왔다 갔다 하거든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베르나데트가 극 중 폴레트와 같은 나이였어요. 전 개인적으로 폴레트의 나이를 더 젊게 설정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했죠. 마약상을 시작하기 힘들다는 인상을 줘야 하니까요. 캐스팅은 개별적으로 이루어졌는데 많은 여배우들을 만날수록 베르나데트가 적임자란 생각이 굳어졌죠.
젊은 마약상들 배역도 영화에서 꽤 중요했던 거 같은데요?
네, 대부분은 캐스팅 담당이던 코랄리 아메데오에게 맡겼어요. 처음엔 <마지막 층, 왼쪽, 왼쪽(DERNIER ETAGE GAUCHE)>과 <공격(L’ASSAUT)>에 나왔던 아이멘 사이디와 <잘생긴 녀석들(LES BEAUX MECS)>’에 나온 수피앙스 게랍 밖에 몰랐어요. 사실은 연기하는 배우가 아니라 진짜 방리유 출신의 마약상을 원했죠. 그런데 비토 역을 맡은 파코 부블라드는 사무실에 들어오자마자 이 사람이다 싶더라고요. 배우가 아니라 마약상 자체였거든요. 사미르 트라벨시, 셩시 로스, 마하마두 쿨리발리, 카멜 라다일리 등도 마찬가지로 전문 연기자이면서 방리유 지역 출신이었죠. 처음 촬영한 장면이 폴레트가 마약상 청년들한테 폭행당하는 부분과 마약상들이 과자를 뺏어 먹으려는 부분이었는데 아주 인상 깊었어요. 그 배역을 맡은 배우들을 처음 만나게 된 베르나데트가 제게 와서 이러더군요. ’저 친구들이 날 해치진 않겠죠?’ 그때 성공했다 싶었어요.
폴레트의 친구들이 아주 마음에 들던데요.
폴레트의 친구들이요? 저도 아주 좋아해요. 한번은 연기 연습을 하는데, 프랑수아즈 베르탱이었던 것 같아요. 즉석에서 정신 나간 할머니 연기를 훌륭하게 하더군요. 모든 사람들이 감탄했죠. 카르멘 마우라는 대본을 무척 마음에 들어 했어요. 솔직히 카르멘은 폴레트를 욕심냈는데 내용상 폴레트가 외국인 이민자여선 안 된다는 걸 이해시켜줬죠. 카르멘이 친구들의 리더 격이라고 할 수 있는 마리아 역을 맡겠다고 해서 진짜 기뻤어요. 그렇게 해서 인종차별주의자이자 외국인 혐오증이 있는 폴레트의 이민자 친구 역을 하게 된 거죠. 도미니크 라바낭이 소심한 친구인 뤼시엔 역을 해주기로 했고요. 대본상 이 두 역할은 대사가 많지 않았는데도 존재감은 굉장했어요. 이 두 분과 함께 작업한 것만으로도 제겐 큰 영광이고 기쁨이었죠.
할머니들을 유혹하는 왈테르에 관해 한 말씀 하신다면...
안드레 펜번은 정말 멋진 분이에요. 왈테르는 내용상 중요한 코믹 요소를 담당해요. 왈테르 덕에 폴레트가 물리적 정신적 변화를 고백하게 되죠. 이 인물의 기품 있고 매력적인 성격은 같은 이름을 가진 제 삼촌한테서 영감을 받은 거예요. 대본을 쓰면서 캐릭터들을 제 주변 사람들의 이름으로 부르곤 했는데, 그 캐릭터의 특징이 그 같은 이름을 가진 인물들과 비슷하더라고요.
폴레트도 원래 따뜻한 가족이 있었잖아요.
그러니까요. 인생이 심술궂지 않나요? 폴레트는 뭔가를 속이지도, 숨기지도 않는 인물이에요. 일이 잘 풀리기 시작하자 변하게 되죠. 악셀 라퐁은 영화에서 가장 고마움을 모르는 딸 역을 맡았어요. 그녀는 하는 일마다 난관에 부딪히거든요. 하지만 뻔한 자기 비애에 빠지지 않으려고 다짐하면서 마음의 변화가 일죠.
노년기를 다룬 신랄한 코미디가 <폴레트>밖에 없는 건 아니에요. 샤틸리에 감독의 <따띠 다니엘>의 뒤를 잇는듯한 인상이 두렵진 않았나요?
전혀요. 두 영화는 전혀 다른 영화거든요. 노년기에 접근하는 방식에 두 영화 다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부분은 있지만 실라 첼튼의 연기가 돋보이는 <따띠 다니엘>은 줄곧 시골에서 생활하는 소시민인 반면, 폴레트는 중산층으로 살다 하층민으로 떨어진 경우예요. 폴레트는 존엄성을 되찾는 과정에서 물리적 정신적으로 변화합니다. 전 이 영화를 통해 교훈을 줄 생각은 없어요. 제 첫 번째 목표는 관객들이 1시간 반 동안 재미있게 볼 수 있으면 하는 거죠. 그리고 ‘도의성’을 따진다는 건, 사람이 경제적으로 덜 쪼들릴 때나 와 닿는 얘기일 거예요. 이웃들과 함께 보시면 더 좋을 겁니다. 이 모든 게 인종차별과 악의, 타인에 대한 배척, 돈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니까요.
베르나데트 라퐁과의 인터뷰_ 폴레트 역
<폴레트> 대본을 처음 읽어보고 어떠셨어요?
소파 위에서 깡충깡충 뛰었어요. 바로 영화를 하고 싶었죠. ’이탈리아 코미디’를 연상시키는 부분에 매료됐어요. 유머와 사회적 메시지가 완벽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고, 특히 글에서 신선함이 묻어났죠. 부족한 게 안 느껴졌고 뻔한 작품이 아니었어요. 나중에 대본이 글쓰기 강좌의 젊은 수강생들과 함께 만든 거라는 걸 알았을 때도 놀랍지 않았어요. 어쩐지 현대적이더라고요!
처음부터 주인공인 줄 알았나요?
제롬이 절 염두에 둔 건 알았지만, 프로덕션을 설득해야 했고 다른 배우들도 물망에 올랐어요. 일랑 골드만이 누군지도 몰랐는데, 그에게 전화해서 제가 이 영화를 얼마나 하고 싶어 하는지 말했죠. 일랑은 호인이었지만 답을 듣기까진 오래 기다려야 했어요. 어느 날 프로덕션 사무실로 와달라는 전화를 받았죠. 배역 때문에 전화했을 거라고는 생각했는데 그게 폴레트인지 친구 역인지는 알 수 없었죠. 누가 알았겠어요!
영화 초반, 폴레트는 인종차별주의자에 심술궂고 거지가 되기 일보 직전의 모습을 보여줘요. 그런 고약한 역할을 하는 게 두렵진 않으셨나요?
그 반대예요! 그런 유쾌한 부도덕함이 오히려 매력적이었어요. 영화는 지어낸 얘기지만 현실엔 수많은 폴레트가 있으니까요. 폴레트를 변호하자면 그녀도 힘들게 살아서 그렇게 망가진 거예요. 하지만 생활력은 망가지지 않았죠. 그런 투지와 용기가 있었기 때문에 곤란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었어요. 합법적이지는 않았지만요!
그래도 폴레트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고약하게 굴고,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상스러운 말을 내뱉는데요.
맞아요, 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급격하게 변하죠. 초반에 경제적 상황이 최악일 때도 그녀 집에서는 에너지와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생명력을 느낄 수 있어요. 인생이 그렇잖아요. 불운이 닥치면 타인에 대한 증오심이 커지죠. 하지만 초반부터 그녀는 자존심이 셌어요. 폴레트는 무료로 나눠주는 음식보단 쓰레기통을 뒤지죠. 이미 작고한 남편에 대한 무조건적 사랑도 감동적이었어요. 늙고 가난하고 고독한 데다 할 줄 아는 게 없는데도 자기 운명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용기가 마음에 들었죠. 불법적인 일을 저지르긴 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잖아요.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제 필모그라피 중 가장 유명한 두 작품이 떠올랐죠. 넬리 카플랑 감독의 <해적의 약혼녀>와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의 <나처럼 예쁜 여자>였어요. 그 작품들의 주인공들도 사회에서 소외된 채 법을 어기는 인물들이었죠. 그 주인공들이 나이가 들면 폴레트처럼 됐을 거예요.
촬영은 힘드셨나요?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했죠. 영화 촬영은 즐거웠지만, 캐릭터에서 벗어나려면 두 달 정도는 여행을 다녀와야 해요. 아주 힘들었던 싸움 장면을 찍고 나서는, 말 그대로 ‘내려놓는 연습’을 해야 했어요.
무슨 뜻인가요?
일부러 폴레트의 외모를 망치거나 가발을 사용하지 않았어요. 얼굴을 아무렇게나 두는 데 익숙해져야 했죠. 더는 예쁘게 보이려고 애쓰지 않고, 나이에 맞게 평범하게 보이려고 했어요. 이상하게 나올까 봐 걱정되긴 했지만 촬영 감독인 브루노 프리바의 실력이 출중해서 그런 점은 염두에 두지 않았죠. 촬영 전 폴레트의 의상이나 외모에 대해 감독님과 오랫동안 상의를 했어요. 전 머리에 머플러를 너무 많이 두른다고 생각했는데 감독님은 방리유에 사는 많은 할머니들은 다들 그러고 다닌다고 걱정 말라고 했죠. 촬영현장에 도착해서 감독님 말씀이 맞는다는 걸 알았어요. 거리엔 수많은 폴레트가 있더군요.
어떤 장면을 촬영할 때가 좋으셨어요?
코믹한 장면 촬영이 즐거웠죠. 폴레트가 가봉 출신 신부님께 고해성사를 하면서 ’신부님은 백인 취급을 받아도 된다’고 했던 부분이 재미있었어요. 그리고 친구들과 카드 게임을 하는 장면을 찍을 때도 예전부터 좋아하던 배우들과 작업해서 좋았고요. 도미니크 라바낭, 카르멘 마우라, 프랑수아즈 베르탱의 연기는 정확하고도 재미있죠. 무엇보다도 젊은 배우들과의 촬영이 즐거웠어요. 절 협박하던 마약상 대장인 비토 역을 맡았던 파코 부블라드와 그의 험악한 부하들은 진짜 그쪽 사람들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어요. 하지만 카메라가 꺼지면 아주 공손하고 착한 청년들로 변했죠. 제 딸 역을 맡았던 악셀 라퐁도 깊이 있고 절제된 연기를 보여줬죠. 세상에! 모든 사람 이름을 다 대야겠어요. 다들 이 영화를 위해 열심히 일했거든요. 이렇게 훌륭한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다 보면 평소보다 더 실력을 발휘하게 돼요. 어떻게 보면 저도 전염되는 거죠.
이 영화의 사회적 배경이 어두워요. 선생님도 사회가 노인들을 방치한다고 생각하세요?
전 물질적으로 폴레트와 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사회 환경을 넘어서 나이가 들면 드는 감정이 있어요. 쓸모 없어졌다는 느낌과 때로는 버려졌다는 생각마저 들죠. 제 나이대의 배우들이 영화의 주인공이 되는 건 생각지도 못한 선물이에요. <폴레트>에 어떤 메시지를 담을 수 있다면 ’우리도 쓸모 있으니까, 우릴 버려두지 마요’정도면 훌륭할 것 같네요.
일랑 골드만과의 인터뷰_ 제작자
엔리코 감독 말이, 에이전트가 <폴레트> 시나리오를 갖고서 ’레전드 프로덕션’과 자리를 마련했다고 하던데요.
그건 제 기억과는 다르네요. 이 프로젝트 얘기를 듣자마자 대본을 읽어봤어요. 사실 영화를 하기로 마음먹을 땐 두 번 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야 해요. 첫 번째는 시나리오를 읽기 전이죠. 요약된 줄거리를 듣고 바로 관객처럼 반응해요. 이 주제가 흥미롭고, 재미있고, 감동이 있는지 아닌지 말이죠. 여기서 괜찮으면 대본을 읽어요. 이때 이야기가 잘 읽히고, 읽고 나서도 하고 싶은 마음이 들면 그때 비로소 진행하죠.
<폴레트>는 어떻게 두 번이나 하고 싶은 마음이 드셨나요?
처음에는 ’마약을 파는 할머니’라는 소재 때문이었어요. 이것만으로도 제 흥미를 끌었죠.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 이 영화의 사회적 측면이 마음에 들었어요. 프로덕션의 직원들 모두 같은 생각이었죠. 아주 웃기는 영화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으니까요. 좋은 코미디가 그렇듯 큰 성과를 낼 수 있었어요. 이 이야기를 읽고 노인들이 양쪽에서 버림받았다는 걸 알았어요. 국가는 더 이상 노인들을 부양할 능력이 안되고 가족은 해체됐죠. 이걸 사회 내부에서 연대를 통해 해결해나가야 해요. 노인들의 고독과 경제적 불안정은 프랑스가 제한된 노동 가능 인구를 가진 사회가 됐다는 걸 말해주죠. 노인들은 아이들처럼 아무 소득을 가져다 주지도 못하고, 민폐 캐릭터로 전락한 겁니다. 할머니가 오랫동안 생계를 위해 일해야 하는 상황이란 어린아이가 고속철도 안에서 놀고 있는 것처럼 위험한 거예요. 이런 현상은 아프리카나 아시아에는 없어요. 그런 곳에선 아직도 경험을 존중하고 중요하게 여기니까요.
각본가들에게 영감을 준 진짜 폴레트 얘기를 들어보셨나요?
아니요, 하지만 이 이야기가 신문 기사에서 영감을 받은 만큼 현실에 근거를 뒀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더 감동받고 재미를 느꼈죠. 그 후 프랑스뿐 아니라 여러 나라에 폴레트들이 있다는 걸 알았어요. 미국 5개 주에서 400명의 마약상을 관리하던 70대의 ’달튼 할머니’를 감옥에 넣었단 기사도 읽었죠. 그 나이에 수많은 젊은이들을 제치고 그 자리에까지 오르다니! 제롬과는 시작부터 이 영화 작업에 대해 같은 견해를 갖고 있었어요. 마약에 관한 게 아니라 노인들의 경제적 불안에 관한 영화를 만들자고 말이죠.
아주 매력적인 주제는 아닌데 걱정되지 않으셨나요?
별로요. 시나리오가 아주 재미있었고 제롬 엔리코 감독의 첫 장편 영화를 보고 그의 능력과 안목, 연출의 섬세함을 확인했거든요. 전혀 걱정 안 됐어요. 게다가 채널과 배급사 같은 파트너들을 보니까 운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고 자신감을 갖게 됐죠. 저희는 1년에 2-3편밖에 제작을 안 해서 파트너들도 저희의 열정과 집중력을 잘 알고 있었어요. 저희는 일단 진행을 시작하면 전적으로 신뢰합니다. 이 영화가 그런 경우였고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완성됐죠.
감독님은 촬영이 꿈만 같다고 했어요. 제작자도 그러셨나요?
그럼요, 진심입니다. 맹세하죠. 베르나데트 라퐁의 훌륭한 연기와 감독의 열정과 완벽주의, 모든 사람들의 노력을 봤을 때 제작자로선 행복할 수밖에 없었죠.
흥행작을 많이 제작하셨는데(크림슨 리버, 99프랑, 라 비 앙 로즈, 라운드 업, 꺄즈 데파르 등등) <폴레트>도 다른 작품들처럼 흥행할 것 같나요?
저희가 제작한 영화가 다 흥행하진 않았으니 안심하세요. 잘 모르겠어요. <폴레트>처럼 전형적이지 않은 영화의 흥행 여부는 예상하기가 어렵죠. 하지만 신경 쓰지 않아요. 전 자신 있거든요. <폴레트>를 만들면서 배웠던 것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요. 관객들도 웃고 즐기려고 영화를 보러 왔다가, 나갈 때는 어르신들을 보는 눈이 달라지고 자신감을 갖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하고 감격스러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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