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의 땅
Tour of Duty, 2012
개봉 2016.01.14
장르 드라마,
다큐멘터리등급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50분
국가 한국
평점 5.7
거미의 땅 관련 영상클립
줄거리
“개미처럼 일하고 거미처럼 사라지다”
기지촌 공간에 각인된 기억들에 대한 오마주,
그리고 사라지는 모든 것들을 위한 의무의 여행
철거를 앞둔 경기 북부의 미군 기지촌에는 몸에 각인된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세 명의 여인이 있다. 30여 년간 선유리에서 햄버거를 만들어 온 ‘바비엄마’, 의정부 뺏벌의 쇠락한 좁은 골목길에서 폐휴지를 줍고 그 위에 그림을 그리는 박인순, 그리고 흑인계 혼혈인 안성자의 분절된 기억을 따라, 영화는 망각된 기지촌의 공간 속에서 ‘의무의 여행’을 시작한다.
DIRECTOR’S NOTE
이 영화는 남한에서 사라지고 있는 기지촌이라는 공간과 사람들에 대한 오마주이다. 우리는 세 명의 등장인물과 각기 다른 방식의 대화를 통해 기지촌을 기억하고자 했다. 그들의 기억여행을 통해 시공간을 넘나들며 언젠가 다시 돌아올 상처와 대면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거미의 땅>은 미군기지 이전으로 사라져 가고 있는 경기 북부지역의 기지촌이라는 공간과 그곳에서 삶의 마지막을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의 일상과 기억을 담고 있는 영화다. 체제가 자신의 필요에 따라 만들어 놓고 ‘기지촌’과 ‘양색시’라는 이름으로 타자화한 공간과 삶이, 이제 체제의 논리에 의해 파괴되거나 말소되어 가고 있다. 두 할머니의 현재를 영원히 기억하려는 듯 제자리에 서서 뚫어지게 응시하던 카메라는, 어느 순간 그 공간에서 태어난 혼혈의 기억을 따라 유려하게 움직이며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떠난다. <거미의 땅>은 공간과 시간, 현재와 과거, 사적 기억과 집합적 기억을 뫼비우스의 띠처럼 엮어 슬프고도 아름다운 영화적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 공간-기억의 창조는, 체제가 획책하는 ‘망각의 정치’ 또는 그 철저하고 집요한 ‘타자의 타자화’에 대한 영화적 저항의 수행이다. (2012년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변성찬)
작품해설
철거를 앞둔 경기 북부의 미군 기지촌은 이제 과거의 흔적만이 남아 있다. 쓸쓸함과 황량함이 묻어나는 그곳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세 명의 여성이 있다. 30여 년간 선유리에서 햄버거를 만들어 온 ‘바비엄마’, 의정부 뺏벌의 쇠락한 좁은 골목길에서 폐휴지를 줍고 그 위에 그림을 그리는 박인순 그리고 흑인계 혼혈인 안성자이다. 그녀들의 일상과 분절된 기억을 따라 망각된 기지촌의 공간 속으로 ‘의무의 여행’을 시작한다.
영화의 제목은 “(기지촌 여성은)개미처럼 일하고 거미처럼 사라진다”는 바비엄마의 인터뷰에서 따왔다. 그녀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이 영화는 잊혀진 공간과 잊혀진 여성들의 이야기이다. 영화 속 세 주인공에게 거미의 땅은 현재이자 과거다. 그리고 과거를 치유하기 위한 몸짓들이 이어진다. 카메라는 찬찬히 그녀들을 쫓는다. 그녀들의 얼굴을, 이야기를 마주하는 게 힘이 들지도 모른다. 다만 거기 그곳에 이들이 있었다. 영화가 끝나고도 계속 자신의 삶을 살아갈 것이다. 그들의 민낯을 마주하며 무엇을 기억하고 느낄지는 이제 당신의 몫이다.
(은하수 인천인권영화제 소금활동가)
인권해설
비/장소, 비/인간, 비/이야기
‘뿌리 뽑힌’이라는 말이 있다. 일반적으로 오랫동안 마음 붙이고 살던 곳을 떠나야 하는 경우에 쓰이는 말이다. 하나의 장소와 그곳에서 삶을 꾸려나가는 사람 사이에는 ‘서로 정체성’이라 부를 수 있는 관련성이 있다. 장소는 사람을 만들고 사람은 그 장소에 특별한 면모를, 즉 장소성을 부여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또한 그래서 장소의 특성에 빚진다. ‘뿌리 뽑힌’이라는 말에서 묻어나는 결핍이나 황량함은 한 장소에 길게 머물면서 사람들 사이에서 이런저런 경험을 공유하며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나간 사람의 넉넉함과 대조된다. 그런데 어떤 하나의 장소가, 새로 옮겨 온 ‘먼 곳’이 아닌 이미 오랜 시간 삶을 살아온 곳인데, 계속해서 친밀함과 낯섦의 경계를 지우지 않고 있다면? 그곳에서 낮을 살고 밤을 보낸 사람들을 거듭 이 날카롭고 불편한 경계 위에 세우려 든다면? 계속 들려서도 보여서도 안 되는, 그저 떠돌 뿐인 유령들로 만든다면?
다큐 <거미의 땅>은 이러한 장소와 이곳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야기가 되지 못한/못하는 비-이야기다. 다큐는 기억/기록하려 하는데, 정작 얼핏 ‘빛 속에서 포착된 기억 속에는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기억은 단지 과거의 어느 순간 잊지 말아야겠다 마음먹은 언약이 미래로 도착한 편지이고, 그리고 그 편지를 기다린 사람은 (바로 그 편지를 쓴) 그녀들뿐’이기 때문이다. 그녀들은 누구인가? 동일한 ‘운명’에 사로잡혔기에 엄마가 딸이고, 딸이 딸의 친구로 구성되는 그녀들의 정체성, 그리고 편지. 수신인과 송신인이 동일한 이 편지. 이 숨 막히는 검은 침묵의 무저갱을, 폐쇄 고리를 어떻게든 열고 깨 보려고 <거미의 땅>은 견디고 또 견딘다. 탈식민/신식민 국가건설의 와중에서 ‘섬’처럼 경계 그어진 채 그 건설의 무/의식적 토대가 되어야 했던 몇몇, 캠프라 불리던 장소들. 장소였는데 장소가 되지 못한 이곳/그곳에서 ‘외화벌이 애국자’와 ‘양갈보’ 사이에서 휘발되곤 하던 여성들의 삶의 이야기들. 이야기인데 이야기가 되지 못한 삶들. 미군기지 ‘반환’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국가가 혹은 누구나들이 원하듯이 이 장소와 이 여성들은 단지 ‘개미처럼 일하고 거미처럼 사라져’ 간 그때 그 사람들로 기입될 뿐이다. 영화는 기록으로서의 역사, 기억으로서의 다큐, 언약으로서의 편지를 유령들의 목소리로 질문한다. 그 한가운데에 얼굴 없는/있는 여성/괴물/이웃이 있다. 영화 보는 내내 나는 ‘이웃’은 돌아오지 못한, 얼굴 없는 비-인간/괴물이라는 지젝의 논의를 환기한다. 괴물이 되어 자신을 괴물로 만든 모든 폭력괴물을 향해 ‘이제 그만 물러가라’ 외치고 ‘모조리 씹어 먹어버리겠다’ 분노하는 박인순이 남긴 한 마디가 서둘러 고개를 돌리는 우리의 머리채를 낚아챈다. ‘너는 기억해야한다.’ 왜? 내가 바로 너의 이웃이었고 지금도 엄연히 이웃이니까. 네 이웃을 기억하지 못하면 (다른 이에게 이웃인) 너도 결코 기억되지 못할 것이니까! 이 고문하는 영화와 함께 너도 나도 공식적인 현대사의 뻔지르르한 거짓 휘장을 찢고 그 언약의 소용돌이 안으로 빨려들어가야 되리.
(김영옥 인권연구소‘창’연구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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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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