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지들의 하루
Wandering Stars, 2012
장르 다큐멘터리러닝타임 87분
국가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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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간지들의 하루 관련 영상클립
줄거리
세상에서 어른이 제일 싫은 19세 은정이는 곧 어른이 되는 게 두렵다. 승희는 얼른 어른이 되어 월세집, 오토바이, 차 중 하나를 갖고 싶다. 송하는 돈을 벌면 화장품과 머리모양 바꾸고 옷 사는 데 쓴다. 세 친구 모두 인생 최대의 관심사는 연애고, 간지 나는 스타일이다.
셋은 윙이라는 쉼터에 같이 머물다가 한명씩 비정규트랙으로 몸을 싣기 시작한다. 시간이 흐르고 소녀들의 삶도 흐른다.명동백화점 캐셔, 국수집 서빙, 봉재공장 보조, 휴대폰매장 판매원, 그리고 전화상담원... 그 사이 사귀던 애인들도 바뀌고 머리모양도 바뀌고, 얼굴도 조금씩 달라져간다.
스무살 은정이는 아침에 눈을 뜨면 사는 게 졸라 막막하다. 송하, 은정, 승희의 십대 후반에서 스무살까지의 시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은정이가 재미로 찍은 영화가 작은 영상제에서 상영되고, 송하는 동생을 만나러 자신이 고소한 아버지가 머물고 있는 동네를 향해 떠난다. 승희는 어느 겨울 몸이 많이 아픈 아버지와 짧은 여행을 하고 돌아와 다시 일터에서 전화기를 든다. 아이들은 흐르는 별처럼 자라고 어딘가로 떠난다.
(2013년 제18회 인디포럼)
연출의도
이 영화는 일기다. 나와 촬영감독의 카메라와 조감독의 마이크가 3년 동안 ‘집나온 소녀들’의 일기장이 되었다. 사람들은 내가 집나온 십대소녀 세 명을 찍고 있다고 말하면 ‘너무 뻔한 이야기 아니냐’고 되묻거나 진심어린 표정으로 ‘그 소재는 너무 식상하다. 당신답지 않다. 꼭 그걸 찍어야겠느냐’고 강하게 충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그들(집나온 십대소녀들)이 누군지 모르겠고, 다른 사람들도 그들이 누군지 잘 알지 못하면서 왜 그런 말을 하는 지 의아했을 뿐이다. 게다가 내가 우연히 ‘윙’이라는 쉼터에서 만난 세 명의 소녀는 바로 극영화 주인공으로 캐스팅해도 좋을 만큼 강력하게 매력적이었다. 사실 난 이 세 명의 십대가 너무 아름다워서 영화를 찍기로 맘먹었다. 첫 대면부터 이들이 집을 나왔는지 어떤 전사를 가진 친구들인 지 알 리 없지 않나. 다만 꼿꼿한 눈빛과 누구에게도 잘 보이려는 마음 같은 건 없어 보이는 태도가 확 구미를 당겼다.
이 영화는 일기다. 나는 세 친구를 만나는 동안 인생의 최대 전환점을 지나왔다. 45세를 넘어 한국영화아카데미에 입학하고 47세에 장편극영화를 한 편 완성했을 때 이혼녀로 딸 하나를 부양하고 있었다. 이혼 후폭풍도 거셌고 영화제작하면서 과부하가 걸려 몸과 마음이 많이 축났다. 그래서 48세부터 깊은 우울의 늪에 빠져 있었는데 그 때 이친구들을 만났다.
햇수로 3년을 촬영하면서 나와 스태프들은 습관처럼 현장에 나갔고, 늘 별 기대 없이 나갔다가 ‘뭔가’를 만나고 돌아왔다.영화를 편집할 때 나는 내가 이 ‘뭔가’를 이어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는 걸 알았다.
촬영 중반이 넘을 즈음 세 친구들의 삶의 맥락을 조금 알기 시작했고 우리는 우리의 주인공들이 먼저 입을 열기 전에 섣부른 질문 따위는 하지 않는 사람들이 되었다. 그들이 스무살 문턱을 넘어 더욱 자주 술을 마시고, 잦은 실연과 이직으로 눈두덩이 부은 채 출근 버스를 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이렇게 촬영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힘이 빠진 적도 있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신이 내린 선물처럼 계속 찍어나갈 힘이 될 만한 일들이 생겨났다. 은정이의 영화가 시민영상제에 초청되고, 어느 겨울날 승희가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길에 동행하지고 연락해왔을 때, 그리고 송하가 과거의 동굴로 떠나는 여행에 우리를 초대했을 때가 그랬다.
이 영화를 찍으면서 나는 다른 사람을 껴안을 수 있는 사람으로 다시 태어났다. 영화는 내가 혼자 힘으로 건너기 힘든 어둔 터널에 발을 내딛게 만든다. 나는 터널을 지나 다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길에 서 있다. 다음 영화와 그 영화가 또 나를 인도할 것이다. 그것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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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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