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결사 매의 발톱단: 총통은 두 번 죽지 않는다
Eagle Talon The Movie: The Chancellor Only Lives Twice, 2007
개봉 2007.03.17
장르 애니메이션러닝타임 70분
국가 일본
평점 9.0
줄거리
일본에서 큰 화제를 모았던 플래시애니메이션의 극장판. 얼핏 조잡해 보이는 그림이지만, 온갖 패러디와 사회 풍자가 넘쳐나는 화면과 촌철살인 대사들이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신카이 마코토와는 전혀 반대방향에서 접근한 1인 제작 장편 애니메이션의 성과물. (2008년 제2회 시네마디지털서울 영화제)
리뷰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오늘날 장편 애니메이션의 지도를 빠르게 다시 그려 가고 있는 중이다. 일본 이외의 아시아 여러 나라들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이 점점 많이 만들어지고 있는 한편, 한 국가 안에서도 생산 거점이 점차 탈중심화되어 가고 있다. 이 국지화는 이제 우리로 하여금 어떤 작품을 그것이 제작된 국가의 이름만으로 지칭하는 일을 어렵게 만든다. 가에루오토코(蛙男, 개구리 사나이라는 뜻)라는 별명의 감독이 거의 혼자서 만들어 낸 장편 애니메이션 < 비밀결사 매의 발톱단: 총통은 두 번 죽지 않는다 >는 일본의 애니메이션이기는 하지만, 시마네현의 애니메이션이라고도 불러야 한다. 우리가 오랫동안 봐 온 이른바 일본 애니메이션이 실은 도쿄 (중심의) 애니메이션이었다면, 이 영화는 일본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이라 말해지는 시마네현을 근거로 삼고 있다. 이 영화 속에서 감독은 도쿄가 아닌 지방에서 애니메이션, 특히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든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대담한 시각적 도발과 화장실 개그 속에서 이야기한다. CG 테크놀로지를 구사한 1인 제작 시스템의 작품이라는 측면에서 가에루오토코는 신카이 마코토와 비교할 수 있다. 후자가 일본의 또 다른 낙후 지역인 도호쿠 지방 출신으로서 ‘상경’이라는 경험을 거치며 아날로그 시대의 일본 애니메이션을 디지털로 구현해 낸 데 반해, 가에루오토코는 거꾸로 도쿄를 떠나 ‘낙향’이라는 경험을 거치며 일본 애니메이션의 아날로그적 관습에 반항하는 디지털 컬트를 생산한 점에서 흥미로운 대조를 이룬다. 중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은 이 장편 애니메이션이 시종일관 드러내는 감정의 핵심이다. 오시이 마모루의 < 이노센스 >를 패러디한 도입부로 영화가 시작하면, 화면 오른쪽에 자리 잡고 있던 예산 그래프가 반으로 뚝 떨어져 버린다. 전체 예산의 반이 날아가 버리는 것을 보여 주는 이 도입부에서 이미 감독은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없고 대신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러한 자기 성찰은 한없이 장난스러우면서도 자조적인 유머와 함께한다(이를테면 영화 후반에서 예산 그래프가 거의 바닥을 치면 화면과 음향이 노골적으로 변한다). 서사의 측면에서도, 세계 정복을 꿈꾼다지만 월세 낼 형편도 못 되어 집주인을 피해 야반도주하는 비밀결사의 멤버들은 세상에서 점점 주변부로 밀려나는 동시대의 하류 인생을 반영한다. 특히 그들을 이끄는 총통은 부인과 이혼하기 전까지는 복사기 판매 영업을 하던 샐러리맨이었다. 총통의 부인은 ‘세계 정복’이라는 그의 꿈을 이해하지 못하고 (흔히들 그렇듯이) 제발 정년까지만 일해 달라고 요구했던 것이다. 총통이 꿈꾸는 세계 정복이란 ‘세계의 사유재산화’, 즉 자본주의의 전 지구화에 대한 저항이며, 이는 그가 진정한 악당인 펜더미러와 벌이는 논쟁 속에서 밝혀진다. 우주에서 모두 속옷 바람으로 사이좋게 광란의 파티를 벌이고 있던 부시, 고이즈미, 아베, 김정일, 코피 아난, 심지어 교황 등, 세계의 많은 요인들을 인질로 삼아 펜더미러가 지구상의 각국 정부를 협박하는 동안에 감독은 그의 입을 통해 동시대의 정치적 리더들이 기득권 유지를 위해 민중을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세계 정복의 위협 앞에서 대통령과 시민 어느 쪽의 안전에도 무관심한 채 권력 재창출에 잔머리만 굴리는 미국 백악관의 음모, 그리고 미국에 대한 패배 의식과 사대주의에 젖어 우왕좌왕하는 일본 정부의 말 그대로 ‘코흘리개’ 수준은 이 영화 속의 많은 풍자 중에서도 특히 신랄하다. 풍자의 시선은 세계적으로뿐만 아니라 지역적으로도, 즉 일본 사회 내부 깊숙이까지도 미치고 있다. 펜더미러가 이른바 노인화 광선으로 지구를 공격할 때, 일본 정부의 직원은 자국 내에서는 별 피해가 없다고 보고한다. 광선이 떨어진 지역이 일본 최고의 고령 인구 지방인 시마네현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한 국가 내에서의 지리적 발전의 불균등이라는 현실을 직접적으로 환기시킨다. 감독은 대도시 도쿄 안에서도 니시닛포리(대표적인 주택가)와 롯폰기 힐즈(중심가의 최첨단 빌딩) 같은 장소들의 문화적, 경제적 함의를 아주 의도적으로 끌어들이며, 이제 우리가 영화를 로컬하게 봐야 한다고 제안한다. 클로징 크레딧이 다 올라간 후에도 계속 자리를 지킨다면, 리얼리즘과 한없는 냉소와 상업주의가 교착하는 희한한 에필로그를 만나게 될 것이다. (2008년 제2회 시네마디지털서울 영화제 - 김준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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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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