툴리
Tuli : Circumcision, 2006
장르 드라마등급 청소년관람불가
러닝타임 106분
국가 필리핀
툴리 관련 영상클립
줄거리
필리핀의 오지에서는 아직도 어린 소년들의 전통 할례 의식이 존재한다. 데이지의 아버지는 할례 의식의 전문가이다. 불만스럽고 가끔은 폭력적인 그는 데이지에게 소년들의 음경의 표피를 자르게 하는 것에서 쾌감을 얻는다. 처음에는 충격을 받지만 결국 분노와 증오만이 남은 그녀는 아버지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녀의 레즈비언적 성향을 과시하듯이 드러낸다. 더 나아가 그녀는 마을에서 유일하게 할례를 거부한 소년의 아이를 임신하기로 결심한다. 물론 이렇게 소개하면 이 영화가 한 소녀의 성장담이라고 쉽게 생각할 지 모른다. 하지만 영화는 거의 종잡을 수 없는 이미지들의 난폭하고도 엉뚱한데다가 어리둥절한 순간으로 가득 차 있다. 때로 어떤 순간은 매우 탐미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어떤 순간은 이 모든 것이 키치적인 감수성에 지나지 않는다고 스스로 고백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어떤 장면들은 곧장 루이스 부뉴엘의 신성모독이 떠오르기도 할 만큼 기독교의 의식들을 폭력적으로 비웃고 있으며, 동시에 동네 마술사의 주술을 진지하게 다루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어떤 미신의 세계나 영혼을 탐닉하는 것은 아니다. 이 영화의 감독 빈센트 아우라에우스 솔리토는 필리핀의 종교적인 카오스 상태를 한 소녀의 몸을 빌려 담으려고 한다. 아름답지만 비통한 영화. (2007년 제1회 시네마디지털서울)
연출의도
영화의 시나리오 작가인 지미 플로레스는 내가 첫 단편 영화를 만든 Mowelfund Film Institute에서 열린 애니메이션 제작 워크숍의 급우였다. 그는 그의 첫 시나리오를 다른 감독들이 수정하도록 요구했기 때문에 내게 영화화를 부탁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서 나는 매우 마음에 들어 그대로 가기로 했다. 이것은 지방을 배경으로 하는 옛 필리핀 영화들에 대한 —물론 반전이 있는— 나의 서정시이다. 지미에게 나의 연출 방향에 대한 의견을 물었을 때 그는 작가가 감독의 작품에 해줄 수 있는 가장 멋진 답을 해주었다. “마치 각본을 네가 직접 쓴 것 같아.”라고. 우리는 씨네 마닐라 페스티벌까지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서둘렀다. 한 달 만에 작품을 완성했지만 심의에서 문제가 있었다. 작품은 ‘등급 외’ 판정을 받았다. 나는 작품에 시적인 에로티시즘 외에는 직접적으로 표현된 것이 없었기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결국 내 작품은 13세 이상이 관람할 수 있도록 편집이 불가피했다. 나는 내 예술적 권리를 위해, 그리고 씨네 마닐라의 국제 심사위원들이 <툴리>의 무 삭제 판을 볼 수 있도록 싸워야 했다. 나는 성공했고 <툴리>는 최우수 작품상과 최우수 감독 상을 받았다.
리뷰
영화의 제목 ‘툴리(tuli)’는 ‘할례(割禮)’를 뜻한다. 영화는 그 할례를 필리핀의 오랜 식민 역사가 남긴 ‘상처’로 바라보면서, 그 상처의 ‘치유’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는 ‘정치 영화’이다. 영화는 그 가능성을 ‘전설-주술의 세계’와 ‘여성적 에로티시즘의 세계’(또는 그 두 세계의 연대)에서 찾는다.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몽환적인 주술과 에로티시즘의 이미지들은, 퇴행적 탐미주의의 산물이라기보다는, 매우 정치적인 ‘대항 기억’ 만들기의 수행이다. <툴리>에는 몽환적이고 치명적인 아름다움과 치열한 정치적 저항이 공존하고 있다. 마을에서 할례는, 다른 모든 곳에서와 마찬가지로, 소년들이 ‘가부장적 남성 사회’에 편입되기 위해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이다(소년들은 할례를 받으면서 자신의 ‘풀 네임’을 복창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소년들은 ‘고통’을 대가로 비로소 ‘온전한 남자’ 즉 ‘가부장이 될 자격’을 얻는다. 또한 할례는 진정한 기독교인의 징표이기도 하다(16세기 이후 스페인의 식민 지배를 받아온 필리핀은 전체 국민의 80% 이상이 카톨릭교도인 아시아 유일의 카톨릭 국가이다. 전통적인 지배 세력은 식민 문화를 받아들임으로써, 그리고 그것을 피지배자들에게 내면화시킴으로써, 하위 지배자로서의 지위를 유지해왔다). 추장의 주관 하에 행해지는 마을의 예수 ‘수난극(passion play)’에서 예수 역할을 맡은 청년이 ‘유일한 할례를 받지 않은 소년’임이 폭로될 때, 그것은 터무니없는 부조리로 받아들여지고, 청년은 조롱과 경멸의 대상이 된다(카톨릭 행사에는 예수의 할례를 기념하는 할례축일이 있다. ‘할례 받지 않은 예수’는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이 마을에서 할례는 ‘온전한 남자’와 ‘진정한 식민백성’이 되기 위해 거쳐야만 하는 ‘고통’이자 ‘수난(passion)’인 것이다. 마을의 두 여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여성적 에로티시즘’의 세계는, 폭력적인 남성적 지배 논리에 대한 저항이다. 마을의 무당(할례 받지 않은 소년의 할머니)이 구전하는 ‘전설’은 식민지배에 대한 ‘저항의 기억’이고, 그녀의 주술은 식민 종교에 대한 저항의 수행이다. 소년은 할머니에게 저항의 기억과 초자연적인 능력을 전수받고, 두 여자의 에로티시즘의 세계에 초대 받는다(두 소녀와 한 소년 사이의 대안 가족 만들기). 가부장적-식민적 지배 논리와 폭력으로부터 그 새로운 세계를 지켜내는 것, 이것이 소년의 ‘삶의 과제’이다. (2007년 제1회 시네마디지털서울 - 변성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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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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