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로 흐르는 시간
Time Flowing Over the Road, 1999
장르 드라마러닝타임 10분
국가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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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기정이는 이제 도시생활을 정리하고 지금은 사람이 오랫동안 안 살아서 폐허가 되다시피 한 자신의 시골집으로 귀향을 한다. 그가 허름한 기차역에서 내려서 시골집에까지 걸어가는 모습과 그의 어린 시절에 꼬마 기정이가 학교를 끝내고 친구와 같이 집에 가는 모습을 계속된 교차 편집으로 구성하여 보여준다. 꼬마였을 때는 집에 들어오면서 즐겁게 엄마를 부르며 들어오지만, 이제 그를 반겨줄 엄마도 없고 집은 거의 잡초가 무성한 폐허가 되어있고, 그 툇마루에 걸터앉은 기정이는 자신의 짐을 풀고 담배를 한 대 피운다. 담배를 피우는 그에게는 손가락 두 개가 안 보인다.
동사로서 ’기억(remember)’하는 행위와 명사로서의 ’기억(memory)’은 기억하고자 하는 개인의 의지에 따라 구별된다. 전자가 개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현재의 어떤 순간에 불쑥 떠오르는 것이라면 후자는 기억하는 행위를 반복함으로써 기억 속의 과거로 고정된다. 따라서 동사로서의 기억이 항상 과거를 현재의 순간으로 현재화하는 반면 명사로서의 기억은 현재와 분리된 과거의 결정체로 존재한다. <길 위로 흐르는 시간>은 제목이 암시하듯 심연에서 떠올라 현재화되는 과거의 기억을 보여준다.
영화는 기차에 탄 기영의 시점으로 고향의 풍경을 보여주며 시작된다. 그가 역에 도착하여 자신이 다니던 초등학교를 지나면 소년들은 학교를 마치고 갈대밭과 기찻길에서 놀고 있다. 기영은 소년들이 놀던 기차 건널목을 지나 길게 펼쳐진 신작로를 걷는다. 소년들이 동네 한가운데 있는 나무 밑을 지나가면 기영은 그들을 따라 나무 밑을 지나 자신의 어릴 적 집으로 들어간다. 이 또한 소년이 "엄마"하고 부르며 집으로 들어가는 순간과 교차된다. 청년이 된 기영의 모습에서는 삶의 고단함이 느껴지고 그의 잘린 손가락 두 개는 고단한 현재를 압축해서 보여준다.
그런 그에게 귀향은 힘겨운 현재로부터 도피할 수 있는 휴식을 의미한다. 그러나 고향이 향수 어린 과거의 공간이었던 것과 달리 지쳐서 찾아간 고향은 그의 피로를 더하게 할 따름이다. 즉 과거의 공간에 돌아감으로써 과거는 고정되지 않고 끊임없이 되살아나 현재의 슬픔을 환기시킨다. (1999년 제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박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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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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