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툰드라 - 극장판
Tundra, 2010
개봉 2011.02.17
장르 다큐멘터리등급 전체관람가
러닝타임 101분
국가 한국
평점 8.9
조회수 오늘 0명, 총 0명
최후의 툰드라 - 극장판 관련 영상클립
줄거리
영하 60도. 1년 내내 야외취침…
그래도 우리는 행복합니다
북극 아래 첫 땅, 시베리아 툰드라.
1년 중 7개월이 영하 60도를 오르내리는 겨울이고, 여름이면 세계에서 모기가 가장 많은 곳.
그리고 툰드라의 마지막 순록 유목민 네네츠 사람들과 순록을 꼭 닮은 가장 순수하고 해맑은 아이들이 있다.
영하 60도의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생명 탄생의 순간을 맞이하는 봄을 지나, 푸른 초원이 살아 숨쉬는 여름.
그리고 여름방학이 끝나 도시의 학교로 아이들을 떠나 보낸 가을을 지나 또 다시 맞이하는 겨울의 툰드라 .
겨울이면 남쪽으로, 여름에는 북쪽으로 툰드라의 계절이 바뀔 때마다 순록을 따라 1000km 이상을 이동해야 하는 유목 생활. 그리고 1년 내내 야외취침을 해야 하는 혹독한 환경 속에서도 대자연을 경외하고 그 안에서 살아있음을 감사히 여기는 네네츠 사람들의 삶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 Prologue ]
겨울이면
영하 60도를 오르내리는 동토의 땅, 툰드라.
툰드라는 나무가 없는 땅을 뜻한다.
북위 60도 이상, 북극 아래의 첫 땅.
인간이 살아가기에는 더없이 혹독하지만
풍부한 부존 자원으로
미래의 땅이라 지칭되는 곳,
야말반도.
시베리아 북서쪽의 야말반도
‘야말’이란 말은 네네츠말로
‘세상의 끝’을 의미한다.
우리의 이야기는
시베리아 북서쪽 야말반도에서 시작된다...
[ Hot Issue ]
전세계 최초로 공개하는 툰드라의 사계!
가장 강하고, 가장 아름다운 땅!
툰드라 대자연의 감동을 스크린으로 만난다!
<최후의 툰드라 – 극장판>은 인간의 발길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 생명의 최전선, 미지의 땅 시베리아 툰드라 전역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영화로 제작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TV 방영 당시 동시간대 시청률 1위라는 기염을 토하며 작품성과 화제성을 동시에 입증한 <최후의 툰드라 극장판>은 영국의 BBC, 독일의 GBF, 프랑스의 채널1 등 유럽의 국영 방송국에서 조차 시도하지 못했던 툰드라의 사계를 최초로 공개해 더욱 시선을 집중시킨다.
특히 스크린으로 만나게 되는 <최후의 툰드라-극장판>은 툰드라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을 전세계 최초로 담아내는 것은 물론 TV에서 시간 관계상 보여 주지 못한 사계절의 변화와 흐름을 자연스럽게 그려낸다. 7개월에 달하는 길고 혹독한 겨울을 지나 생명이 움트는 봄, ‘나무가 없는 땅’이라고 불리는 것을 상상하기 힘들만큼 화려한 들꽃들과 푸른 초원이 펼쳐지는 싱그러운 여름, 아이들을 도시로 떠나 보내는 짧은 가을을 지나 다시 접어드는 긴 겨울로 이어지는 영화의 새로운 구성은 대자연의 경이로움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또한 변화하는 자연의 일부분으로 살아가며 계절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네네츠 유목민들의 삶을 담아내며 그들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배가시킨다.
이처럼 생명 에너지가 넘쳐나는 툰드라를 스크린으로 담아낸 <최후의 툰드라 – 극장판>은 대자연의 놀라운 생명력과 자연이 선사하는 벅찬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13개월의 기획조사, 300일의 촬영, 7000km 대장정의 스펙터클!
13개월의 기획 조사, 300일의 촬영 기간, 7000km 대장정이 만들어낸 <최후의 툰드라 – 극장판>은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의 국영 방송국에서 조차 쉽사리 시도하지 못했던 초대형 프로젝트이다. 지구 면적의 약 10%를 차지하는 툰드라 지역은 총 면적의 2/3가 러시아 영토에 속해 있어 외국인의 출입을 철저히 금지하고, 정부의 허가를 통해서만 출입이 가능했던 것.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촬영 허가를 받을 수 있었던 제작진은 막상 툰드라에 도착하자, 영하 60도를 넘나드는 극한의 추위와 예상보다 혹독한 환경에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카메라 뷰파인더에 눈을 대면 체온으로 김이 서려 촬영이 불가능할 정도의 혹독한 추위는 제작진이 준비한 방한용품을 무용지물로 만들었고, 촬영장비 또한 수시로 방전되는 등 300일의 촬영기간 내내 촬영과 생존의 갈림길이 반복되었다. 또한, 2~3일에 한번씩 20km 이상을 이동하는 네네츠 유목민을 따라 이동하며 그들의 생활상을 촬영해야 했기 때문에 다양한 촬영장비를 모두 갖출 수 없었고, 최소한의 장비로 최상의 영상을 담아내는 것이 최대 과제였다. 더욱이 수줍음이 많아 카메라만 보면 도망가는 네네츠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담아내기 위해 제작진은 장작패기, 춤 설치, 썰매 몰기 등 그들의 일을 돕고 의식주를 함께 공유하며 친분을 쌓는 등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이렇듯 혹독한 추위와 온갖 고충을 겪으며 1년여 간의 제작을 감행한 제작진의 노력으로, <최후의 툰드라-극장판>은 그 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툰드라 대자연의 놀라운 생명 에너지와 위대한 감동을 생생하게 스크린에 담아냈다.
고감도 고화질의 얼음 같은 투명한 영상!
와이드 스크린으로 확인하라!
광활한 툰드라의 대자연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작은 표정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고 담아내며 얼음같이 투명한 영상으로 화제를 모았던 <최후의 툰드라 – 극장판>. 국내 다큐멘터리 대작 사상 최초로 5D Mark 2 라는 DSLR 카메라로 촬영을 시도하며 눈길을 끌었다.
피사체가 어디로 튈지 모르고, 다음 씬이 어떤 장소가 될지 모르는 다큐멘터리의 특성상 DSLR 카메라를 사용한다는 것은 굉장한 모험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고감도 고화질을 자랑하며, 좁은 장소에서도 다양한 앵글을 확보할 수 있고, 휴대하기 편리한 DSLR 카메라는 제작진에게 더없이 최상의 선택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수줍음이 많은 네네츠 사람들과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수의 장비와 스탭이 필요한 방송용 카메라나 필름 카메라보다는 DSLR 카메라가 적합했던 것이다. 그 중에서도 5D Mark 2 라는 최첨단 카메라를 통해 촬영을 진행한 제작진은 초광각 렌즈에서부터 초망원 렌즈까지 다양한 렌즈를 활용해 섬세하고 리얼한 장면들을 모두 담아낼 수 있었다.
5D Mark 2 카메라 특유의 따뜻하고 화려한 색감, 높은 해상도는 절로 감탄사가 나올만한 고급스럽고 아름다운 영상을 만들어낸다. 특히 비 내린 땅 위에 낮게 수증기 구름이 피어 오르는 장면이나 일년에 한 번도 보기 힘들다는 신비로운 오로라를 생생하게 포착한 장면 등은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며 경이롭고 장엄한 대자연의 진수를 만끽하게 해줄 것이다.
지구상 가장 추운 땅에서 전하는 가슴 따뜻한 가족애와 감동!
인간의 발길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 생명의 최전선, 시베리아 툰드라는 겨울이면 영하 60도를 오르내리고, 여름이면 지독한 모기와의 전쟁으로 살벌하다. 이렇게 혹독한 환경 속에서도 살아있음을 감사히 여기며 살아가는 네네츠 사람들은 자연을 통해 삶의 지혜를 터득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배운 가장 큰 교훈은 바로 가족이다. 언제, 어떻게 천재지변이 일어날지 모르고, 문명의 혜택도 받을 수 없는 자연환경 속에서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이 가족이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의 가족뿐만 아니라 똑같은 환경 속에 살고 있는 네네츠 사람들이라면 모두가 툰드라 안의 가족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툰드라에는 공존의 법칙이 존재한다. 첫째, 아무리 원수라도 툰드라에서 조난당하면 무조건 도와준다. 둘째, 누구든지 자기 ‘춤’에 오면 이유를 묻지 않고 3일간 먹이고 재워준다. 셋째, 동물은 필요한 만큼만 잡는다. 이렇게 자연을 통해 서로가 공존하는 삶의 지혜를 터득한 네네츠 사람들은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극한의 추위 속에서도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고 믿는 따뜻한 가족애를 보여주며 순수하게 살아가는 네네츠 사람들의 생활상은 가슴 따뜻한 감동을 전해준다.
순록을 닮은 사람들!
세상의 끝에서 만난 가장 순수하고 강인한 아이들!!
툰드라 대자연을 배경으로 자연의 순리에 따라 살아가는 네네츠 사람들의 순수한 모습은 TV 방영 당시 큰 호응을 얻었으며,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주인공은 네네츠의 티없이 해맑은 아이들이었다.
지구의 마지막 순록 유목민 네네츠의 아이들은 대자연을 학교와 놀이터 삼아 스스로 배우며 성장한다. 누가 시키는 사람도, 가르치는 사람도 없지만 스스로 자기 일을 찾아 자연스럽게 순록을 썰매에 묶고, 물을 긷고, 장작을 팬다.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고, 시키기도 않았지만 자연의 순리에 따라 자기의 역할을 찾아서 하는 툰드라의 아이들에게서 강인하고 의젓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어른들 틈바구니에서 올무를 던져 순록을 잡고, 자신의 몸집만큼 큰 물고기를 힘들게 가져와 가족들 앞에서 자랑스러워하는 아이들의 장면은 큰 웃음을 자아낸다.
<최후의 툰드라 – 극장판>에서는 야생의 카리스마와 순수함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빼앗았던 툰드라의 아이들의 모습이 보강된 스토리와 순수하고 해맑은 매력이 더해져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것이다.
“ <최후의 툰드라 >를 통해 삶의 방향을 찾았다.”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 고현정 내레이션 도전!
수식어가 필요 없는 최고의 스타 고현정이 <최후의 툰드라 – 극장판>을 통해 내레이션에 도전했다. <지구> 장동건, <북극의 눈물> 안성기, <아마존의 눈물> 김남길, <아프리카의 눈물> 현빈 등 국내 최고 남자배우들의 참여로 화제가 되었던 다큐멘터리 내레이션. 그리고 그 뒤를 이어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 고현정이 <최후의 툰드라 – 극장판>의 내레이션을 맡으면서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미 TV로 방송되었던 <최후의 툰드라> 내레이션으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던 고현정은 미공개 스토리와 영상이 더해진 <최후의 툰드라 – 극장판>의 내레이션을 통해 TV 방송보다 더 감성적이고, 따뜻한 톤으로 영화적 감동을 더했다.
또한, 고현정은 <최후의 툰드라 – 극장판>의 내레이션을 맡으면서 “네네츠 족 아이들의 모습에 눈물이 나오기도 했고, 웃음을 참지 못하는 장면도 있었다. 그 중 그리샤, 꼴랴 형제와 클라바가 생고기를 뜯어 먹는 모습이 가장 인상적이었다.”는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여배우 고현정의 마음을 울리는 호소력 깊은 목소리는 <최후의 툰드라 – 극장판>에 진정성을 더하며 깊은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 Special Production Note ]
장경수 감독이 전하는 툰드라의 모든 것!
[생존의 땅, 툰드라에 내딛은 첫 발]
‘세상의 끝’이란 뜻의 야말반도에 도착하던 날, 우리를 안내하던 야말로 네네츠 자치주 정부 관리는 싱긋 웃으며 당신들은 참 운이 좋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건넸다. 오늘은 영하 40도 정도인데, 어제는 영하 62도였다는 것이다. 놀란 것도 잠시, 영하 40도 아래로 내려가는 겨울 툰드라의 칼바람 앞에서 촬영 팀은 하염없이 작아졌다. 출발하기 전, 밤잠을 설치면서 방한책(防寒策)을 고민했던 것이 다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 만큼 상황은 예상을 벗어나 있었다.
에베레스트와 알래스카 취재로 오지 촬영에 이력이 나 있던 카메라 감독도 툰드라 앞에서는 생애 처음 겪어보는 난관이라고 고백할 정도였다. 손수건에 물을 묻혀 공중으로 던지면 금방 빳빳하게 얼어서 떨어질 정도였고, 카메라 뷰파인더에 눈을 대면 체온으로 김이 서려 촬영이 불가능했다. 핫 팩, 방한 깔창, 방한 양말 등 기능성을 자랑하는 온갖 방한용품은 툰드라의 추위 앞에서 무용지물이었다. 그래서 툰드라의 원주민들은 그 어떤 겨울파카보다도 순록의 가죽과 털로 만든 ‘말리챠’란 옷을 최고로 친다. 순록이 혹독한 툰드라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밀은 털 속이 비어있어 보온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취재진은 얼마를 견디지 못하고 원주민들의 말리챠를 빌려 입어야 했다.
툰드라의 대자연은 혹독했지만 생존한 자에게 마치 선물처럼 아름다운 모습을 선사했다.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역시 눈 덮인 툰드라 설원 위의 오로라였다. 스노모빌을 타고 툰드라 한복판에서 길을 잃고 기름마저 떨어졌을 때, 생사의 갈림길에 선 우리의 머리 위로 피어오른 찬란한 오로라는 평생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아있다. 자연은 위대하다고 표현하기엔 너무 두려웠고, 아름다운 풍경은 아름답다고 표현하기엔 너무나 찬란하고 처연했다. 자연이 문명을 압도하는 지역은 그래서 항상 신비롭다.
[툰드라의 법칙 vs. 취재의 법칙]
툰드라 사람들은 여러모로 촬영 팀을 놀라게 했다. 대표적인 것은 제작진을 도와주기도 했고, 힘들게 하기도 했던 ‘툰드라의 법칙’이었다. 툰드라의 법칙은 첫째, 아무리 원수라도 툰드라에서 조난당하면 무조건 도와준다. 둘째, 누구든지 자기 춤(순록 가죽으로 만든 네네츠 원주민들의 집)에 오면 이유를 묻지 않고 3일간 먹이고 재워준다. 셋째, 동물은 필요한 만큼만 잡는다. 크게 이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 법칙 덕분에 촬영 팀은 툰드라 한복판에서 조난당했을 때, 지나가던 원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생사의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그러나 두 번째 법칙은 촬영 팀에게 예상치 못한 고난을 안겨 주었다. 툰드라 사람들은 정확하게 3일간은 우리를 환영해 주었지만, 3일이 지나면 춤에서 나갈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툰드라에서 춤은 집 본연의 역할을 한다. 밖에 나가면 얼어 죽기 십상인 툰드라에서 따뜻한 온기를 제공하는 춤은 혹독한 자연으로부터의 유일한 피난처이다.
춤에 머물려면 선결 조건이 있었다. 춤에 사는 툰드라 사람들과 유대관계를 형성해 계속 머물러도 된다는 허락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돈도 그다지 필요로 하지 않고, 아쉬울 것도 없는 그들과 관계 형성을 할 수 있는 길은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해주는 방법밖에 없었다. 툰드라에 가장 부족한 것은 사람의 노동력이다. 어떡하겠는가, 취재진은 촬영과 함께 노동을 병행해야 했다. 처음에는 주로 아이들이 하는 일인 물 떠오기를 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좀 더 난이도가 높은 장작패기(주로 여성이 하는 일)를 했고, 나중에는 춤 설치, 썰매 몰기 등의 어려운 일을 배워가며 도와주었다.
또 카메라만 보면 도망가는 툰드라 아이들과 친해지기 위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아이들을 한 명씩 안아주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툰드라 사람들은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부터 우리를 마음으로 좋아하기 시작했다. 나중에 들은 것이지만 우리가 만난 툰드라 사람들은 우리가 오기 전, 한 차례 서구의 촬영 팀을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그 촬영 팀에게는 그들의 생활을 속속들이 보여주지 않았다고 했다. 이방인들을 굉장히 경계하는 네네츠인들의 성격상, 우리가 찍었던 샤머니즘 의식, 차가버섯 빨래, 이끼 설거지 등 밀착된 삶의 모습은 외부에 잘 보여주지 않는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들은 한국 촬영 팀이 유럽의 취재진과 비교했을 때 뭔가 다른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우월한 위치에서 그들을 보려는 것이 아니라 같은 높이의 시선으로 그들을 보고자 했음을 그들도 느끼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와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을 취재할 때, 그들의 삶 속에 들어가서 같은 높이의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봐야 한다는 원칙. 이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한 것이 툰드라에서 큰 힘을 발휘했다. 영리한 툰드라 사람들은 이미 우리의 모든 행동을 관찰하고 있었고, 우리가 친구가 될 수 있는지 없는지를 가늠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툰드라와 DSLR 카메라]
지구의 땅 끝, 툰드라를 촬영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가장 많이 고민을 했던 것이 카메라 기종의 선택이었다. 예상대로 <최후의 툰드라>가 방송되고 난 뒤,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인 것도 DSLR 카메라가 보여준 독특한 색감과 심도였다.
사실 DSLR 카메라를 다큐멘터리에, 그것도 4부작 대작 다큐멘터리에 메인 장비로 쓴다는 것은 모험이었다. 드라마나 극영화와 달리 피사체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고 다음 씬이 어떤 장소가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정확하게 포커스를 맞추고, 적절한 색 온도와 감도, 노출을 모두 수동으로 맞춘다는 것은 정말 달인이 아니면 불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포기하기엔 너무나 장점이 분명한 카메라였다.
툰드라로 가기 전, 약 2~3개월 동안 PD로서의 직분을 망각하고 카메라에만 매달렸다. 기획과 자료조사를 할 시간을 쪼개서 DSLR 카메라의 특징과 장단점, 안정적인 동영상 촬영을 위해 필요한 보조 장비들과 녹음시스템을 연구했다. 국내의 유경험자 몇 분들께 자문을 구해보고, 몇 달간 해외 블로그를 섭렵한 결과 조금씩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DSLR 카메라를 메인 촬영 장비로 선택했다.
<최후의 툰드라>촬영에서 DSLR 카메라를 선택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툰드라의 원주민인 네네츠족은 매우 수줍음이 많아서 작은 카메라 일수록 접근성이 높았다. 둘째, 춤(원주민들의 집)은 실내가 매우 좁아 큰 카메라가 들어가서 활동하기 어렵고,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매우 어두운 환경이었다. 하지만 DSLR카메라를 써서 좁은 환경에서도 다양한 앵글을 확보할 수 있었고 50mm(f1.2)렌즈로 등잔불과 촛불 아래에서도 훌륭한 영상을 구현해 낼 수 있었다. 셋째, 2~3일에 한번씩 20km 이상 이동을 하는 네네츠 유목민을 따라 같이 이동해야 하는데, 겨울을 제외한 시즌은 유일한 육지의 이동수단이 순록이 끄는 썰매이다. 그런데 순록썰매에 익숙하지 않은 제작진은 수시로 굴러 떨어지기 일쑤였다. 만일 큰 카메라를 툰드라로 가져갔다면 썰매에서 떨어질 때의 충격으로 오래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다. 넷째, 피사체에 집중할 수 있는 얕은 피사계심도와 특유의 따뜻하고 화려한 색감, 높은 해상도가 고급스런 영상을 만들어 냈다. 밤하늘의 별, 오로라, 리니어 달리를 이용한 미속 촬영 등은 DSLR 카메라만이 만들 수 있는 특유의 영상미를 제공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꼽자면 러시아와 같이 아직도 보안검문이 강한 곳은 DSLR 카메라가 여러모로 유용하다. 모든 점을 종합해 봤을 때, <최후의 툰드라> 촬영에서 DSLR 카메라의 선택은 최상이었다고 판단된다.
[’최초 시도’의 연속이었던 툰드라 촬영]
<최후의 툰드라>촬영은 도전의식과 헝그리 정신이 없이는 불가능한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툰드라에 지미집을 가져가겠다는 발상과 모터패러글라이더로 항공촬영을 하겠다는 발상은 정말 제 정신으로는 하기 힘든 발상이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무모한(?) 연출자 덕분에 스텝들이 겪은 고생은 어찌 말로 다 할 수 있겠는가. 항공촬영만 해도 Cineflex를 쓰고 싶었지만 러시아에서는 구할 수 없었고, 한 시간에 400만원씩 하는 헬기 비용을 감당할 수도 없었다. 한번 눈 여겨 찾아보면 시베리아 툰드라에서 순록 유목민의 장대한 이동을 항공 촬영한 방송사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설령 Cineflex를 쓸 수 있다고 해도 문제는 남아있다. 툰드라에서는 그날의 날씨와 순록들의 상태에 맞춰서 유목민들의 이동이 결정되기 때문에 언제 헬기를 띄워야 할지 판단하기 힘들다. 그리고 육중한 굉음을 내는 헬기를 순록 떼 위로 띄웠다가는 순록들이 놀라서 난리가 날 것이고, 그럼 그날로 취재진은 쫓겨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모터패러글라이더는 최상의 선택이었고, 앞으로 조금만 더 전문화되면 활용 가능성이 매우 많은 분야라고 생각한다.
툰드라 영상의 백미를 제공했던 항공 촬영씬은 무엇보다 한 달 이상을 원주민들과 동고동락하며 툰드라의 추위를 뚫고 항공촬영을 감행한 촬영 팀의 열정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툰드라 사람들의 눈에 비친 한국인]
툰드라 사람들에게 한국 사람은 어떤 이미지일까? 놀라운 것은 툰드라 사람들도 바깥세상과 교류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모두는 아니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분명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에게 비친 한국은 자원은 없지만 기술로 먹고 사는 나라, 부자 나라이고, 한국 사람은 기술이 훌륭하고 부지런한 사람들이다.
사실 툰드라의 네네츠 원주민들도 아주 손재주가 좋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신의 칼을 한 자루씩 가지고 있는데 그것으로 툰드라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만들어 쓴다. 그들의 눈썰미와 손재주가 얼마나 좋은가 하면 촬영 팀의 트라이포드 슈가 망가졌을 때 즉석에서 나무를 깎아서 똑같이 만들어 줄 정도이다. 약 10개월간의 촬영을 마치고 작별인사를 하던 날, 그들은 한국 사람들과 자신들은 너무 비슷하다며 언제라도 다시 오라고 했다.
기술이 좋고 근면한 툰드라 사람들과 한국 사람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자연과 멀어져 있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도 원래는 툰드라 사람들처럼 자연 앞에 겸손하며 자족하는 민족성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가. 우리가 잊고 있었던 우리의 모습을 수 천 킬로미터 떨어진 머나먼 땅, 툰드라 사람들에게서 발견한 것은 참 신기한 일이었다. 그래서 일까. 방송이 끝난 지금 툰드라 사람들이 가끔씩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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