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Interview, 2007
개봉 2008.03.20
장르 드라마등급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83분
국가 미국
평점 5.2
줄거리
콧대 높은 스타 여배우,
물먹은 정치부 기자의 좌충우돌 인터뷰
interviewer 까칠한 그 남자 피에르 오랜 경력의 정치부 기자 피에르(스티브 부세미)는 최근 특종 성적이 좋지 못해 편집장의 눈밖에 나있다. 급기야 편집장은 그에게 할리우드 드라마 스타인 카티야의 인터뷰를 맡기고, 평소 연예계와 배우들을 무시하는 피에르는 사전 정보도 없이 약속 장소인 뉴욕의 유명한 카페로 나간다. 가뜩이나 억지로 나간 인터뷰 자리. 심지어 알지도 못하는 백치미 금발 스타가 인터뷰에 늦는 것이 아닌가! 서두르는 기색도 없이 느긋하게 들어오는 카티야. 피에르는 거침없이 그녀의 자존심을 긁기 시작한다.
interviewee 떠오르는 할리우드 셀러브리티 카티야 비록 B급 공포 영화 출신으로 대작에 출연한 적은 없지만 거리나 식당에선 제법 알아보는 이가 많은 스타 카티야. 매니저와 노닥거리다가 인터뷰에 늦은 그녀는 인기인이 그렇듯 별로 미안한 기색도 없이 우아하게 레스토랑에 도착한다. 나름대로 반갑게 인사한 그녀는 자신이 출연한 작품을 보기는커녕 관심조차 없어 보이는 피에르의 공격적인 대화에 점점 자존심이 상한다.
2008년 3월 가십과 진실, 고백과 반전이 난무하는 두 남녀의 치열한 인터뷰가 시작된다!
결국 레스토랑에서 서로에게 막말만 남긴 채 일어난 두 사람. 돌아가던 중 예기치 못한 사고로 피에르가 상처를 입게 되고, 카티야는 그를 자신의 아파트로 데려가 치료해준다. 그리고 그녀의 집에서 드디어 치열한 인터뷰의 2막이 오르게 되는데……
[ ABOUT MOVIE ]
테오 반 고흐의 <인터뷰>,
스티브 부세미를 만나다!
<인터뷰>는 국제적으로 가장 논쟁적인 영화 감독 중 한 사람이었던 네덜란드 감독 테오 반 고흐의 2003년 영화를 배우이자 감독인 스티브 부세미가 감칠 맛 나는 코미디 영화로 새롭게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테오 반 고흐는 13편의 걸작을 만들어낸 네덜란드의 국민 감독으로 네덜란드 아카데미 감독상을 무려 네 차례나 수상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2004년 단편 <굴복>에서 이슬람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근본주의자들의 총격에 의해 고흐는 사망한다. 그 후 미국의 제작자 브루스 와이스와 네덜란드의 제작자 지지스 반 데 웨스털라켄은 그의 작품 중 3편의 영화를 할리우드의 배우를 기용해 다시 만드는 프로젝트를 통해 평소 뉴욕에서 영화를 찍고 싶어 했던 고흐의 숙원을 이뤄주기로 결심한다. 웨스털라겐은 테오의 영화를 ’연기에 중심을 둔 촌철살인의 속사포 같은 대사들이 극을 숨 가쁘게 리드하는 약간은 광적인 스타일’이라고 평가했으며, 브루스 웨이스는 테오 반 고호가 남녀 관계를 그만의 감수성으로 잘 해석한 영화들을 만들었기 때문에 국적이나 언어에 상관없이 공감할만한 영화들이라고 그 기획 이유를 설명했다.
일명 ‘트리플 테오’라고 불리는 이 3부작 프로젝트에서 <인터뷰>는 그 첫 번째로, 인디와 메이저 영화에서 두루 명성을 떨치고 있는 배우이자 감독인 스티브 부세미가 직접 메가폰을 잡았다. 흥미로운 점은 3부작 중 두 번째와 세 번째 영화인 <블라인드 데이트>(1996), <06>(1994) 역시 각각 배우 출신 감독인 스탠리 투치, 밥 밸러반이 맡아 ‘트리플 테오’ 프로젝트는 결국 세 명의 배우출신 감독들의 연출작이 되었다는 것이다.
인간관계에 대한 흥미로운 고찰
연기파 배우 출신이자 연출가이기도 한 스티브 부세미의 <인터뷰>는 2007년 베를린 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된 배우 출신 연출가들의 작품 중에서도 첫째로 손꼽히는 영화였다. <인터뷰>는 미모의 할리우드 B급 영화 스타 카티야와 그녀를 무시하는 오만한 정치부 기자 피에르의 하룻밤 인터뷰를 담고 있다.
첫 만남부터 시작된 두 사람의 살벌한 인터뷰는 자리를 옮겨 카티야의 아파트에서 이어진다. 인기 스타 카티야의 아파트에 들어간 피에르는 백치 같은 그녀의 사생활을 캐내 특종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되고, 카티야는 거만한 피에르에게 진심과 연기를 오가며 자신을 내보인다. 배우의 숨겨진 1인치, 즉 특종을 잡아야 하는 기자와 자신을 알려야 하면서도 치부를 숨겨야만 하는 배우, 뗄 수 없는 관계의 두 사람이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벌이는 치열한 대화는 관객들에게 영화 보기의 즐거움을 오롯이 느끼게 한다.
까칠한 정치부 기자와
할리우드 셀러브리티, 그리고 뜻밖의 반전
<인터뷰>는 단 두 사람의 출연진에 의해 진행되는 영화다. ‘밀폐된 공간에 머무는 두 남녀’라는 설정은 로맨틱한 러브 스토리를 상상하게 하지만 영화 속 카티야와 피에르는 ‘정치부 기자’와 ‘인기 배우’라는 관계에서 서로를 경계한다. 카티야를 그저 사람들의 관심을 먹고 사는 백치 금발 배우로 대하는 피에르는 시종일관 까칠하고 공격적이며, 그런 피에르에 맞선 카티야는 더욱 제멋대로 굴며 할리우드 스타의 변덕스러움으로 일관한다. ‘정치부 기자와 할리우드 셀러브리티’ 이 흥미로운 만남은 다양한 에피소드를 만들어내며 대사가 만들어내는 유쾌한 드라마를 선보인다.
특히 백치미인의 대표 주자로 보였던 카티야는 러닝 타임 내내 피에르에 밀리지 않는 지적인 언변을 보여준다. 심한 감정 기복, 변덕스럽고 제멋대로인 그녀의 행동은 영화에 활력을 더하는 요소이며 진심과 연기를 오가는 극중 배우 카티야의 마지막 한방은 이 영화의 가장 유쾌한 포인트다.
위선, 편견에 대한 날카로운 단상
영화 속 두 인물은 기자와 배우라는 관계에서 서로를 경계한다. 자신의 과거를 꾸며대면서까지 카티야의 비밀을 캐내려는 피에르는 정치부 기자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지만 시종일관 비열하고 위선적인 기자의 전형을 보여준다. 카티야에 대한 편견과 오해는 시간이 지나면서 인간적인 관심으로 바뀌기도 하지만, 그런 그녀의 인간적인 모습마저도 특종으로 이용할 생각뿐이다. 카티야 또한 할리우드 스타의 변덕스러움과 거부할 수 없는 아름다움으로 피에르를 쥐락펴락하는 솜씨를 보여주기도 한다.
기자와 스타, 특정한 성격을 예상하게 하는 직업을 지닌 두 사람은 그들을 보는 일반인들의 시선만큼이나 서로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여실히 드러내며 비난하고 싸운다. 하지만 긴밀한 관계에 있는 두 사람이 오히려 상대의 약점이나 장점을 이용하여 자신의 원하는 바를 이루려는 모습은 현대 사회에서의 인간관계에 대한 은유처럼 보이기도 한다. 더불어 감성을 자극하는 대사를 통해 두 남녀가 벌이는 고도의 심리전은 잘 짜인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안정감 있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 HOT ISSUE ]
최고의 연기파 배우와 패셔니스타의 만남!
두말이 필요 없는 할리우드 최고의 연기파 배우와 이제 막 진정한 배우로 거듭나는 시에나 밀러의 만남만으로도 영화 <인터뷰>는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이다. 인디와 상업 영화를 오가며 발군의 연기 실력을 인정받아 온 스티브 부세미는 어딘가 부족하고, 이해불가능하며, 독특하거나 괴팍한 캐릭터들을 통해 개성 강한 연기자로서 관객들의 뇌리에 남아있는 배우다. 이 영화에서 연출과 함께 기존에 맡아 본적 없는 지적인 캐릭터를 연기하지만, 스티브 부세미가 그려내는 영화 속 정치부 기자 피에르는 철저하게 위선적이고 비열한 지식인의 비뚤어진 모습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역시 스티브 부세미’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이미 최고의 패션 아이콘으로서 유명세를 탔던 시에나 밀러의 연기자로서의 출발은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히자만 그녀는 히스레저와 함께 출연했던 <카사노바>를 비롯해 최근 개봉한 <팩토리 걸>, <스타더스트> 등의 작품에서 서서히 연기자로서의 빛을 발하고 있다. 더불어 이번 영화 <인터뷰>에서는 실제 그녀의 삶이기도 한 ‘할리우드 셀러브리티 카티야’ 역을 맡아 할리우드에서 ‘스타’로 살아가는 것이 단순히 미모 덕분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하며 야무진 연기를 보여준다. 언뜻 어울리지 않지만, 서로의 장점을 200% 발휘하며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는 스티브 부세미와 시에나 밀러의 만남만으로도 영화 <인터뷰>는 관객들의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스크루볼 코미디의 진화, <인터뷰>
<인터뷰>는 로맨틱 코미디지만 정작 두 인물의 러브라인은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모든 연애가 낯간지러운 멘트와 진한 스킨십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면, 영화 속 피에르와 카티야는 엄청난 말싸움과 심리전을 통해 묘한 느낌의 감정을 교류한다.
<장미의 전쟁>의 마이클 더글라스와 캐서린 터너처럼 육탄전은 없지만 고도의 지능적인 기 싸움과 능수능란한 언변으로 서로의 치부를 파헤치는 두 남녀. 서로에게 지독한 독설을 퍼부으며 싸우다가도 문득 상처를 돌봐주기도 하며 상대의 아픈 기억에 따뜻한 위로를 던지기도 한다. 원래 싸우면서 정든다는 옛말처럼 영화 속 카티야와 피에르는 상황과 대화에 집중하며 서로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뜨거운 사랑의 행위는 없지만, 그보다 더 격렬한 제한된 공간에서의 하룻밤. 연인들이라면 한번씩 해봤음직한 감정 싸움과 심리전. 같은 장소에서 매번 발생하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까지. 마치 할리우드의 고전적인 스크루볼 코미디를 보는 듯한 영화 <인터뷰>는 관객들에게 다가오는 봄소식처럼 상큼한 즐거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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