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은 풀끼리 늙어도 푸르다
1996
장르 다큐멘터리등급 12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59분
국가 한국
줄거리
낙성대에 살고 계시는 비전향 장기수 여섯 분의 일상 이야기를 담았다. 차분하고 담담하게 장기수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편견없이 볼수 있는 작품이다. 여섯 분의 할아버지들은 국가보안법으로 오랫동안 감옥생활을 하고 출소하셨지만, 보안관찰법에 얽매여 가족도 만나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다.
낙성대 이야기에 대한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선생님들께 말씀을 드렸다. 일단 긍적적인 답변을 받았지만 나름의 우려를 하신다. 이런 작업을 하면서 좋지 못한일을 당할텐데 괜찮겠느냐는 것과 돈이 안되는 일일 텐데라며 썩 내키지 않는다는 걱정도 함께.
2월달안으로 대충의 내용을 잡고 3월부터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조금씩 내용의 윤곽이 잡히면서 문제가 되는 것은 여전히 분단의 이데올로기를 어떤 식으로 접근해 갈 것인가.다시말해 설득력 있게 이 문제를 풀어갈수 있을까. 냉전의 산물인 반공 이데올로기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잡히고 죽고 했으며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정권 안정을 위한 도구로 썼던가. 난 또 분단의 문제를 이작업에서 어떻게 사람들에게 접근해 갈것인가.
무겁고 지루하고 답답하고 해결점이 없어 보이는 문제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 던지려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또 지금 시점에서 던질만한 가치가 있는가. 다시금 곱십으면서 다시금 낙성대 선생님들의 모습을 그려본다.
꽉 막혀있는 세계,주변 환경의 폐쇄성,늙고 병든 몸으로 마지막 남은 인간이 가질수 있는 것은 어떤 것일까. 할아버지들의 세계는 어떤 것으로 형성되어 있을까. 다시금 생각하고 고민하고 몸부림친다. 내가 할 수 있는 능력 이상이 아니라, 내가 가진 것만으로 표현하고 싶다. 인간이 인간일수 있는 것은 대화다. 그것을 통해서, 삶을 통해서 하나씩 말하고 싶다.
3/5 작업을 한다는 것은 대상의 심리적 세계까지 파악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어려운 작업이다. 한시대를 마지막으로 바라보는 비전향 출소 장기수의 말은 페부를 찌른다. ’차라리 감옥에서 생을 마치고 싶다’ 일할수 있는 능력도 움직일수 있는 힘도 없는, 한 늙고 병든 할아버지의 일갈은 의미 심장하다. 무엇이 시대를 만들고 인간의 의식 세계에 들어 있는 것일까.
창밖 목련꽃을 바라보는 할아버지의 말은 어쩌면 양심과 새로운 세상을 꿈꾸었던 좌익 활동가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일까. 겨우 타인들의 도움으로 밥을 먹으면서 아무 할일도 없이 방안에 있다는 것이 고통스럽다는 것이다.이런 절박한 시간에 이렇듯 누워만 있다는 것이 고통스럽다는 말이다.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어디서 부터 시작을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하나씩 탑을 쌓는 마음으로 작업하는 수 밖에 없다. 좋은 작품보다는 올바로 그들의 삶을 알릴 수 있는 작업이 되어야 함을 뼈저리게 실감하지만 능력이 따라 주지 않는다. 단지 최선의 열과 성을 다하는 수 밖에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5/18 김도한 선생님이 돌아가시고 나서야 다시금 장기수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어쩌면 좀더 치열해야될 시점에 자꾸만 뒤로 후퇴한 느낌이 든다.다시금 창칼이 되어야 할 것이다.역사의식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더욱 가져야 한다. 의무감처럼 다가오는 중압감을 벗어 던지고 싶다.역사에 대한 고민은 현실에 대한 고민과 동일하지 않을까. 다시금 되짚어 가자. 창밖에 목련은 지고 잎이 무성해졌다. 나무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성숙함을 더해가지만 인간은 그렇지 못한것 같다.좀더 기록에 충실하자.
5/25 요즈음 작업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업에 대한 열정보다는 걱정만 하고 있다. 더이상 이전의 작업과 같은 방식이어서는 안된다는 내부적인 결론탓이다. 너무나 뛰어온 탓일까. 생각하는것도 발전이 없는듯 하다. 장기수에 대한 막연한 객관적인 자료 보다는 좀더 깊은 성찰을 요구하는 것이다.
10/27 작업은 종지부에 이르렀다. 그러나 못내 아쉽다. 선생님들의 삶을 제대로 이해하고 표현해야 할텐데 능력부족인지 아니면 지금 상황이 그렇게 만드는지 모르지만 책임은 내게 있는 것이다. 분단된 땅에 살면서 한번도 분단으로 인한 고통에 대해 절실하게 가슴 아파 해본 적도 없는 내가 선생님들을 만나면서 조금씩 역사를 이해하고 삶을 이해할 수 있어 그나마 위안을 삼는다.
영화정보 더보기
출연진
최근 영화 리뷰
-
"투란도트" 영화에 대한 리뷰
평점: 10
등록일: 2024-05-27 11:27:30
61.77.***.***
-
"인터뷰" 영화에 대한 리뷰
평점: 10
등록일: 2024-04-18 20:15:03
221.140.***.**
-
"사무라이 픽션" 영화에 대한 리뷰
평점: 10
등록일: 2024-03-27 00:39:07
222.104.**.*
-
"짚시애마" 영화에 대한 리뷰
평점: 10
등록일: 2024-03-18 13:54:45
182.211.***.**
-
"주성치와 함께라면" 영화에 대한 리뷰
평점: 10
등록일: 2024-02-23 06:44:29
118.235.**.**
"풀은 풀끼리 늙어도 푸르다"에 대해 영화 리뷰
오리지널팀으로 보아야 하는 이 숨막히게 아름다운 오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