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손(노도윤)은 박양춘 선생(김지미)의 제자로 병든 할머니와 단 둘이 살며 아침에는 신문을 돌리고 밤에는 찹쌀떡을 파는 고된 생활을 한다. 가난한 생활을 하는 장손을 안타까워하던 박 선생은 장손에게 세심한 마음을 쏟는다. 세월이 흘러 박 선생은 학교를 그만두고 선장과 결혼을 한다. 남편이 출항을 한 동안 한 탈옥수가 양춘의 집에 숨어들어온다. 탈옥수의 안타까운 사정을 들은 양춘은 탈옥수를 숨겨주는데, 동네에서는 양춘이 탈옥수와 관계를 가졌다는 소문이 든다. 출장에서 돌아온 남편이 그 소식을 듣고 총으로 양춘을 협박하다 실수로 자기 총에 맞아 죽고 양춘은 살인죄로 검찰에 송치된다. 담당검사는 공교롭게도 장성한 민장손(김석훈)이다. 장손은 선생님의 은혜를 갚기 위해 검사직을 사퇴하고 변호사가 되어 양춘을 변호한다. 양춘은 장손의 감동적인 변호에 무죄로 석방된다.
윤봉춘의 <검사와 여선생>(1948)을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훌륭하게 성장하여 선생님께 은혜를 갚는 장손이의 모습을 통해 고난에 처해있더라도 주위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가 있으면 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선보이고 있다. 영화 속 대사처럼 ‘어려운 사람끼리 돕고 산다면’ 지금의 고통을 이기고 미래를 낙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모가 없는 장손이가 선생님으로부터 어머니와 같은 사랑을 받았듯이, 남편을 잃은 선생님은 이제 아들과 같은 장손을 만나자 위기를 극복한다. 이는 가족이 온전치 못하다는 위기(가부장의 부재 상황)가 유사 가족의 형성으로 해소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것은 현실의 반영이라기보다는 당대 사람들이 잊고자하는 과거와 소구하는 미래상이 장손이라는 판타지를 통해 형상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E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