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개의 산
The Eight Mountains, 2022
개봉 2023.09.20
장르 드라마등급 12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47분
국가 이탈리아, 벨기에, 프랑스
평점 ![star](https://cdn.udanax.org/star.png)
7.7
여덟 개의 산 관련 영상클립
줄거리
도시에 사는 ’피에트로’와
산에 남은 유일한 아이 ’브루노’
알프스에서 만나
친구가 된 두 소년은
자연을 누비며 우정을 나눈다
그 후 성인이 된 ’피에트로’는
아버지 ’조반니’가 세상을 떠난 뒤
산으로 돌아오고 ’브루노’와 재회한다
[ HOT ISSUE ]
제75회 칸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작!
이탈리아의 오스카 시상식 다비드 디 도나텔로상 4관왕!
아카데미 노미네이트 조합 부부 감독이 선보이는 서사시!
제75회 칸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여덟 개의 산>은 벨기에 출신의 펠릭스 반 그뢰닝엔, 샤를로트 반더미르히 감독이 공동 연출과 각본을 맡은 작품이다. 이탈리아 알프스를 배경으로 두 친구 ‘피에트로’와 ‘브루노’의 아름다운 우정을 포착한 영화는 프리미어 상영 직후 기립 박수를 이끌어내며 주목받았다. 유수 매체들 역시 “숨과 사랑이 깃든 영화” (The Guardian), “우정을 진지하게 그려낸 수작” (The New York Times), “생생하게 마음을 파고드는 영화” (Screen International), “마음을 뒤흔드는 서사시” (Variety) 등의 평을 남기며 우정, 사랑, 가족 등 삶의 조각조각을 서정적으로 그려낸 영화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러한 극찬에 화답하듯 <여덟 개의 산>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박찬욱 등 세계적인 거장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그해 심사위원상의 영예를 안았다.
‘부부 감독’이라는 이색적인 타이틀을 지닌 펠릭스 반 그뢰닝엔, 샤를로트 반더미르히 감독의 협업은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뜨거운 사랑과 상실의 아픔을 그린 <브로큰 서클>(2013)의 각본으로 한차례 호흡을 맞춘 그들은 베를린국제영화제, 세자르영화제 수상을 비롯해 제86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며 주목받은 바 있다. 이후 스티브 카렐, 티모시 샬라메 주연의 <뷰티풀 보이>(2019) 등을 선보이며 떠오르는 젊은 거장으로 자리매김한 펠릭스 반 그뢰닝엔 감독은 소설 [여덟 개의 산]의 영화화 작업을 제안받았고, 팬데믹 기간 동안 스크립트를 쓰기 시작했다. 뒤이어 그는 원작을 읽고 깊게 매료된 샤를로트 반더미르히 감독에게 협업을 제안, 그렇게 그들의 첫 번째 공동 연출작이 탄생했다. 펠릭스 반 그뢰닝엔 감독은 “두 남자의 우정을 그리는 데 있어서 샤를로트 반더미르히 감독의 시선이 필요했다”라며 작업 계기를 설명했다. 샤를로트 반더미르히 감독 역시 “우리가 무엇을 같이 써야 한다면, 이 소설의 각색 작업이기를 원했다”라고 밝히며 영화와의 운명적 만남을 회상했다.
이후 <여덟 개의 산>은 칸영화제에 이어 제39회 선댄스영화제 스포트라이트 부문 공식 초청 및 이탈리아 대표 영화 시상식 제68회 다비드 디 도나텔로상에서 작품상, 각색상, 촬영상, 음향상 등 4개 부문을 석권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또한, 지난 4월 미국 개봉 당시를 기준으로 2023년 링컨 센터 개봉작 중 가장 높은 수익을 기록함은 물론, <그레이트 뷰티>(2014) 이후 이탈리아 영화로는 역대 최고 오프닝을 기록했다. 여기에 로튼토마토 관객 평점인 팝콘 지수 98%(2023.09.05 기준) 기록 및 IndieWire, Vanity Fair, Los Angeles Times 등 유수 매체가 선정한 ‘2023년 최고의 영화’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며 유럽을 넘어 미국까지 전 세계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이탈리아 최고 권위 문학상 ‘스트레가상’ 수상!
현재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작가 파올로 코녜티!
유수 문학상을 거머쥔 월드 와이드 베스트셀러를 스크린으로 만나다!
이탈리아 현대문학을 이끄는 작가로 손꼽히는 파올로 코녜티는 사회, 문화, 예술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다큐멘터리스트였다. 열여덟 살 때부터 꾸준히 글을 써온 그는 2004년 등단 이후 여러 단편 소설을 발표하며 작가로 활동했다. 2016년에는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녹여낸 첫 장편 소설 [여덟 개의 산]을 선보이며 자연의 웅장함과 그 안에 얽힌 여러 인물들의 관계를 아름답게 묘사했다. 파올로 코녜티는 해당 작품으로 이탈리아 최고 권위 문학상 ‘스트레가상’ 및 프랑스 3대 문학상으로 불리는 ‘메디치상’ 외국문학상, 영국 PEN 번역상 등 유수 문학상을 거머쥐며 화려한 데뷔를 치렀다. 주요 외신들 역시 “코녜티의 침착함과 자연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은 헬렌 맥도널드를 떠올리게 한다” (The New York Times), “파올로 코녜티는 잭 런던의 대범함과 엘레나 페란테의 생생한 감정을 섞어 놓은 것 같다” (The Guardian) 등의 호평을 남기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작가의 탄생을 알렸다.
<여덟 개의 산>은 파올로 코녜티가 쌓아 올린 생생한 이야기를 스크린 위에 완벽히 구현했다. 영화는 ‘어린 시절의 산’, ‘화해의 집’, ‘친구의 겨울’의 총 3부로 구성된 소설의 흐름을 충실히 따라간다. 머릿속으로만 떠올렸던 알프스 몬테로사의 절경은 물론,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며 더욱 단단해진 ‘피에트로’와 ‘브루노’의 우정을 눈앞에 그려낸다. 실제로 두 감독은 성공적인 영화화를 위해 각색 작업 때부터 파올로 코녜티를 만나며 도움을 받았는데, 그는 주인공의 모티브가 된 친구를 소개해 주는가 하면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호수에 데려가는 등 이야기를 시각화하는 데 있어 많은 영감을 주었다. 또한, 두 감독은 소설 속에서 파올로 코녜티가 구체적으로 묘사한 이야기를 완벽히 파악하기 위해 이탈리아어를 배웠고, 이는 촬영 기간 아역 배우들과 소통하는 데에도 큰 힘이 되었다. 이러한 노력이 빛을 발하듯 영화는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이국적인 풍경을 선보임과 동시에 개개인의 사연을 간직한 살아있는 캐릭터들을 담아내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유려한 감정선을 만들어낸다. 이 밖에도 영화는 “빙하는 산이 우릴 위해 간직한 겨울의 기억이라고 했다”, “사랑은 천천히 시들지만 단번에 죽기도 해” 등 소설 속 마음을 울리는 대사들을 그대로 차용하며 한 편의 문학을 읽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펠릭스 반 그뢰닝엔 감독은 원작에 대해 “소설의 모든 것에 감명을 받았다. 어떤 관점에서는 매우 사소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동시에 거대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라며 모두가 깊이 빠져들 수 있는 이야기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월드 와이드 베스트셀러를 스크린에 옮겨 놓은 <여덟 개의 산>은 올가을과 어울리는 자연과 친구에 관한 서정시를 선사하며 관객들을 매료시킬 예정이다.
“내가 뿌리내릴 곳은 우정이었다”
산을 닮은 ‘브루노’와 바다를 여행하는 ‘피에트로’
너무도 다른 두 사람을 지탱하게 한 ‘우정’에 관하여!
<여덟 개의 산>의 주요 테마는 ‘우정’이다. 도시 ‘토리노’에서 나고 자란 ‘피에트로’는 여름을 맞아 알프스를 방문하고, 그곳에서 산마을 ‘그라나’에 사는 유일한 아이 ‘브루노’를 만난다. 두 사람은 자라온 환경도, 성격도 모두 다르지만 매 여름 광활한 산과 초원, 호수를 누비며 그들만의 순수한 추억을 나눈다. “청년이 되어버린 두 소년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라는 감독의 정의처럼 너무도 다른 두 친구의 우정을 따라가는 영화는 누구나 마음에 간직하고 있을 법한 어린 시절의 타임머신으로 관객들을 초대한다.
하지만 그들의 우정은 ‘브루노’를 도시로 보내려던 어른들의 개입으로 인해 갑작스레 멈춘다. 수년이 흐른 후, 그들은 펍에서 우연히 마주치지만 흘려보낸 시간 속에서 서로를 잠시 바라보는 것으로 인사를 대체한다. 두 사람이 제대로 된 재회를 맞이하는 순간은 ‘피에트로’의 아버지 ‘조반니’의 죽음 이후이다. ‘피에트로’는 아버지가 유산으로 남기고 간 땅을 확인하기 위해 다시 방문한 알프스에서 ‘브루노’와 조우하고, 그들은 ‘조반니’와의 마지막 약속을 지키기 위해 집을 짓기 시작한다. 이렇듯 폐허를 재건하는 행위로 새로운 막을 여는 그들의 우정은 마치 스러져간 추억을 일으켜 세우듯 세월의 공백을 다시 매듭지어 나간다. 어느덧 30대의 청년이 된 그들은 과거 자신들이 누볐던 자연을 찾아다니며 과거를 소환한다. 그리고 함께 건설한 집(바르마 드롤라)의 완성과 함께 각자만의 길을 찾아 나선다. 어떤 이는 세계를 돌아다니며 글을 쓰고, 어떤 이는 굳건히 자신의 자리를 고수한다. 중요한 사실은 이러한 와중에도 그들의 우정은 함께 세운 집 안에서 여전히 온기를 간직한 채 남아있다는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두 사람의 행보는 더욱 대비된다. ‘산을 떠나는 사람’과 ‘산을 지키는 사람’으로 구분되는 두 친구의 삶은 ‘브루노’의 방목장 사업이 기울고 아내 ‘라라’와의 불화가 시작되며 극명히 드러난다. ‘브루노’는 마침내 “산사람이 되려고”라고 선언하며 무수한 삶의 선택지 속에서 자연이라는 순리를 선택한다. 그리고 영화는 고독에 둘러싸인 친구를 세상으로 꺼내려는, 하지만 결국에는 친구의 선택을 끝까지 존중하는 ‘피에트로’의 모습을 통해 언제나 한결같은 산처럼 변하지 않는 그들의 우정을 암시한다. 실제로 두 감독은 “우리는 ‘기억’이라는 것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보고 싶었다. 아주 사소해 보이는 유년기의 경험들이 어떻게 한 인간을 지탱할 수 있는지 그리고 수십 년 동안 그것이 어떻게 (내면의) 중요한 것으로 성장할 수 있는지를 탐구하고 싶었다”라고 밝히며 영화를 통해 우정의 의미에 다가가고 싶었음을 전하기도 했다.
[ MOVIE KEYWORD ]
#산
‘산’은 <여덟 개의 산>의 주된 배경이자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로 작용한다. ‘브루노’와 ‘피에트로’는 산에서 처음 친구가 되고 재회하며, 둘도 없는 우정을 나눈다. ‘피에트로’에게 산이란 아버지에 이끌려 어쩔 수 없이 가는, 고산병으로 인해 고통스러운 곳이다. 하지만 ‘브루노’에게는 일상이자 터전이다.
성인이 된 두 사람에게 산은 점차 다르게 다가온다. ‘피에트로’에게 산은 떠난 아버지의 흔적이 담긴 곳 그리고 언제나 친구를 찾아 돌아오고 싶은 곳으로 변한다. ‘브루노’에게 산은 여전히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이지만 다소 가혹한 곳이 된다. 산을 택했기 때문에 가족을 놓쳐버린, 외로움을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곳으로 말이다. 어쩌면 ‘브루노’에게 산이란 선택이 아닌 자신의 운명이 깊게 뿌리내려 벗어날 수 없는, 마땅히 있어야 할 곳일 것이다. 그리고 두 사람의 시간은 산에서 함께일 때 더욱 빛난다. 소설 속에서 ‘피에트로’는 그들의 산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운전을 하면서 어떻게 보면 모든 산이 닮았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곳에는 나를 떠올리거나 내가 사랑했던 사람을 기억나게 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게 바로 차이점이었다. (•••) 그런 산은 인생에서 오직 하나만 존재할 수 있고 그 산에 비하면 다른 모든 산봉우리는 작기만 하다. 히말라야마저도.”라고. 이처럼 알프스는 그들의 모든 시절을 간직한 곳 이자 다시 찾아올 수밖에 없는 공간으로써 특별한 역할을 수행한다.
‘피에트로’는 네팔 여행 중 들은 신화를 인용해 ‘브루노’에게 질문한다. “세상엔 여덟 개의 산과 바다가 있대. 그리고 중심엔 이렇게 커다란 산이 있어. 수미산이지. 문제는 누가 더 많이 배울까? 여덟 개의 산과 바다를 여행한 자와 수미산에 오른 사람 중에 말이야”라고 말이다. 이는 불교의 우주관에서 세계의 중심이라고 여겨지는 ‘수미산(須彌山, Sumeru)’의 개념을 차용한 것으로, 종교학자 미르체아 엘리아데는 이를 지구의 배꼽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이 질문은 세계를 여행하는 ‘피에트로’와 한 번도 산을 떠난 적이 없는 ‘브루노’를 통과해 관객들에게 날아간다. 그리고 자신만의 길을 찾아 떠날 것인지 혹은 현재 서 있는 곳에서 원하는 삶을 찾았는지를 묻는다.
#아버지 그리고 잃어버린 것들
‘피에트로’의 아버지 ‘조반니’는 언제나 산을 그리워하는 사람이었다. 산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가족을 위해 도시에 정착할 수밖에 없었던 그는 언제나 자연을 향한 향수를 간직한 채 살아간다. 그리고 아들 ‘피에트로’는 아버지에 대해 “평생 일을 쉰 적도 없고 여름에 간신히 산에 가셨던 분”이라고 설명한다.
‘피에트로’는 아버지의 죽음 이후 산을 오르며 ‘조반니’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그렇게 ‘조반니’를 향해 한 발짝씩 다가가 산 정상에서 아버지가 남기고 간 메모를 발견한다. 메모는 자신이 알고 있던 도시의 아버지 너머 아무도 없는 곳을 꿈꿨던 산 위의 아버지를 새롭게 알려준다. 그리고 ‘피에트로’는 문득 그동안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살아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두 감독은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는데, 우리 둘 모두가 오래 전 아버지를 잃었기 때문이었다. 아버지를 거부했지만 자라면서 그를 이해하고 용서하며 끌어안게 되는 것은 성장의 일부분이다”라고 전했다. 또한, <여덟 개의 산>은 침묵하는 아버지와 아들 속에서 두 사람을 각각 포용하는 여성들 – 어머니들을 발견하게 하기도 한다.
[ PRODUCTION NOTE ]
#로케이션
<여덟 개의 산>은 약 80% 이상을 이탈리아 북서부에 위치한 ‘발레다오스타’에서 촬영했다. 발레다오스타 주는 이탈리아의 20개 주 중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낮은 곳으로, 아오스타를 주도로 한다. 프랑스와 스위스의 국경과 맞닿아 있으며, 알프스 3대 명봉으로 불리는 몽블랑(4,807m)과 마터호른(4,478m), 몬테로사(4,634m)를 모두 간직한 축복받은 산악지대로 불린다. 영화에 주로 등장하는 곳은 아야스 계곡(Valle di Ayas)으로, 몬테로사 산맥의 아름다운 계곡이다. 이는 아오스타 밸리의 중심부와 몬테로사와 맞닿아 있다. 또한, 영화 속에서 두 주인공이 수영하는 호수(그레논)는 프뤼디에르 호수(Lago di Frudiere)이다. 아야스 계곡과 그레슈니 계곡(Valle di Gressoney) 사이에 자리 잡은 푸른 호수로 잘 알려져 있다.
#촬영
고산 지대에서 영화를 찍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도전이었다. <여덟 개의 산>의 촬영을 위해 모든 팀은 해발 3,300미터에서 생활했고, 약 7개월에 걸쳐 총 5개의 계절로 구분해 촬영을 이어갔다. 촬영은 펠릭스 반 그뢰닝엔 감독과 오랜 기간을 호흡을 맞춰온 촬영감독이자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블랙 미러] 시즌 3의 ‘보이지 않는 사람들’, 제74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티탄> 등으로 커리어를 쌓아온 루벤 임펜스가 맡았다. 그는 촬영이 결정되자마자 곧장 원작자 파올로 코녜티가 살고 있는 아오스타의 작은 마을 Estoul로 찾아갔는데, 주변을 둘러보며 어떻게 장비를 옮기고 산의 위치를 담아낼 것인지 등의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는 집을 지을 장소가 정해지자 트랙과 헬리콥터 등 장비를 운반할 수 있는 수단을 동원하며 효율적인 촬영을 위해 노력했다. 또한, 실내 촬영은 스튜디오에서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날씨로 인해 불가능하다고 판단, 산 위에 전체 세트를 짓기로 결정했다. 이에 궂은 날씨에는 실내 촬영을 진행하는 등 급변하는 산의 모습에 유동적으로 대비할 수 있었다. 루벤 임펜스 감독은 “우리가 촬영지로 적합한 곳을 발견했을 때, 그곳의 예측 불가능함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 같다. (영화를 통해) 자연의 있는 그대로의 순환을 포착하고 싶었다”라며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이 밖에도 영화는 4:3의 화면비로 빈티지한 영상미를 극대화한다. 촬영의 주요한 목표는 산이 가진 웅장함을 스크린에 효과적으로 담아내는 것이었는데, 두 감독과 루벤 임펜스 촬영감독은 좁은 프레임이 영화의 스토리텔링에 더 적합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인물들이 그들을 둘러싼 요소들에 방해받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루벤 임펜스 감독은 “인물들이 자신들의 삶에 갇혀 있는 느낌을 받았기에 프레임 안에 그들을 가두는 방식도 흥미로울 것 같았다”라며 의도를 덧붙이기도 했다.
#캐스팅
‘피에트로’ 역을 맡은 루카 마리넬리는 <마틴 에덴>(2020)에서 사랑에서 시작된 열정 하나로 세상에 맞서는 작가가 된 ‘마틴 에덴’ 역을 완벽히 소화하며 제76회 베니스국제영화제 볼피컵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이탈리아 대표 배우이다. <여덟 개의 산>에서는 자신만의 산을 찾아 모험하는 ‘피에트로’로 분하여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과 지키고 싶은 친구를 향한 진심을 섬세히 표현해 주목받았다. ‘브루노’역을 맡은 알레산드로 보르기는 <나의 피부로>(2018)로 제75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파시네티상 특별상(Special Pasinetti Award) 및 제64회 다비드 디 도나텔로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이다. 그는 산사람으로 남고 싶은 ‘브루노’와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하며 깊은 몰입을 선사한다.
주인공을 맡은 두 사람은 과거 영화 <돈 비 배드>(2015)에서 만난 것을 계기로 실제 친구가 된 바 있다. <여덟 개의 산>으로 다시 호흡을 맞춘 그들은 오랜 세월 서로를 지탱해 준 눈부신 우정을 아름답게 그려냈다. 루카 마리넬리는 “우리는 이미 친구 사이였기 때문에 표현하는 데 수월한 점이 있었다. 우리의 우정에서 시작해 ‘피에트로’와 ‘브루노’의 우정으로 점점 스며들어갔다”라며 알레산드로 보르기와의 협업에 대해 언급했다. 이 밖에도 영화는 어린 ‘브루노’역을 위해 실제로 아오스타 밸리와 북부 이탈리아에 거주하는 수많은 아이들의 오디션을 거쳐 크리스티아노 사셀라를 캐스팅, 산의 순수함을 간직한 모습을 온전히 표현할 수 있었다.
#음악
노스탤지어를 선사하는 음악은 스웨덴 뮤지션 다니엘 노르그렌이 맡았다. 다니엘 노르그렌은 기타와 피아노, 드럼 등 다양한 악기 연주와 작곡에 능한 실력파 싱어송라이터이다. 2007년 데뷔 이후 유럽 투어는 물론, 음악팬이라면 누구나 사랑하는 NPR Music ‘Tiny Desk Concerts’와 KEXP LIVE 등을 통해 소개되며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고 있다. 포크풍의 사운드를 주로 선보이는 그는 “스웨덴의 싱어송라이터가 선보이는 빈티지 미국 스타일” (Rolling Stone), “그의 음악은 때로 밥 딜런의 음악과 닮아있다” (Doornroosje), “음악과 가사 그리고 퍼포먼스까지 모두 뛰어나다” (Americana Highways) 등 유수 매체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으며 주목받는 뮤지션이다.
<여덟 개의 산>으로 처음 영화음악을 맡은 다니엘 노르그렌은 펠릭스 반 그뢰닝엔, 샤를로트 반더미르히 감독이 가장 원하는 ‘원픽’이었다. 두 감독은 다니엘 노르그렌과의 첫 만남부터 영화에 가장 어울리는 뮤지션이라고 직감했는데, 그가 영화 속 ‘브루노’처럼 산속에 자신만의 음악 스튜디오를 만들어 작업해왔기 때문이다. 다니엘 노르그렌 역시 <여덟 개의 산>의 스크립트를 처음 접하고 열정적으로 반응했지만, 바쁜 일정으로 인해 아쉽게도 영화음악 작업은 불발됐다. 이후 두 감독은 다른 작곡가를 수소문했음에도 불구하고 만족스러운 사람을 찾을 수 없었고, 다니엘 노르그렌에게 그의 기존 음악들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다시 제안해 협업이 성사됐다. 그렇게 <여덟 개의 산>은 다니엘 노르그렌의 앨범 [Alabursy](2015)과 [Buck](2013)의 음악들을 삽입하여 영화만의 평온하고 따뜻한 감성을 완성시켰다. 특히, 두 주인공이 각각 산과 집 지붕 위에서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Like There Was A Door’은 누구나 간직하고 있을 법한 행복했던 유년 시절을 회상하게 만들며 먹먹한 감동을 전한다. 다니엘 노르그렌은 “<여덟 개의 산>은 내가 영화음악을 만든다고 상상할 때 항상 머릿속으로 그려왔던 영화다”라며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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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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