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워 킬링 문
Killers of the Flower Moon, 2023
개봉 2023.10.19
장르 범죄,
미스터리,
스릴러,
서부,
드라마등급 청소년관람불가
러닝타임 206분
국가 미국
평점 ![star](https://cdn.udanax.org/star.png)
7.6
플라워 킬링 문 관련 영상클립
줄거리
‘플라워 킬링 문’은 진정한 사랑과 말할 수 없는 배신이 교차하는 서부 범죄극으로
‘어니스트 버크하트’(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몰리 카일리’(릴리 글래드스톤)의
이루어질 수 없는 로맨스를 중심으로 오세이지족에게 벌어진 끔찍한 비극 실화를 그려낸다.
데이비드 그랜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아카데미를 수상한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 연출과 각본을 맡았으며,
에릭 로스가 각본에 함께 참여했다.
[ 프로덕션에 대하여 ]
저명한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이며 뉴요커지(New Yorker) 외부 기자이기도 한 데이비드 그랜은 꼼꼼한 리서치와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잊혀진 역사를 재조명한다. 그의 2009년 히트작인 ‘잃어버린 도시 Z: 아마존의 치명적인 유혹에 관한 이야기’는 영국의 탐험가 퍼시 포셋의 실종을 다룬 내용으로,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등극했으며 2016년에는 제임스 그레이 감독의 영화로 재탄생했다. 이 외에도 그는 아리안 형제단, 부패한 정치인이었던 제임스 트라피칸, 매력적인 은행 강도였던 포레스트 터커, 그리고 전설 속 대왕오징어(와 집요한 사냥꾼)에 대한 단편들도 집필한 바 있다.
데이비드 그랜의 2017년 마스터피스라 불리는 ‘플라워 문: 거대한 부패와 비열한 폭력 그리고 FBI의 탄생’은 정말이지 독보적인 역작이다. 범죄와 인종차별을 다룬 ‘지극히 미국적인’ 이야기이며 한 나라의 과거와 미래를 함께 담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서부 개척 시대가 저물어 가던 1920년대를 배경으로 한 토지 약탈 사건들과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되었지만, 내부적으로 또 다른 문제를 안고 있는 수사기관의 연대기를 그리고 있다.
이 책은 오세이지족, 즉 본래 오하이오와 미시시피 계곡 부근에 터를 잡았으나 서쪽으로 계속 밀려나며 미주리와 캔자스를 지나 결국 180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는 미정부가 오클라호마에 지정한 ‘인디언 준주(Indian Territory)’에 모여 정착하게 된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오세이지 영토에서 석유가 1894년에 처음 발견된 이후 부족은 이에 대한 채굴권을 가지고 땅을 개발업자들에게 임대하며 막대한 부를 손에 쥐게 된다. 돈에 눈먼 투기꾼들이 물밀듯이 몰려들며 개발은 매우 빠른 속도로 이루어졌고, 시내는 착취와 범죄의 온상이 되었는데 미정부의 주도하에 매우 불합리하며 인종차별적인 ‘후견인 제도(guardianship)’가 도입되면서 백인 후견인들은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재산을 대신 관리한다는 명목 하에 어마어마한 돈을 챙겼다.
더욱 끔찍한 것은, 1920년대 초반 이른바 ‘공포 정치(Reign of Terror)’ 시대에 수십 명의 오세이지족이 독살 등의 방법으로 의문스럽게 살해당했고, 사망 후 토지에 대한 수익권(석유 지분권 포함)을 상속받을 것을 노리고 원주민들과 결혼한 이들에게 넘어가 버렸다는 사실이다. 1923년 오세이지족의 요청으로 FBI는 창설 이래 거의 최초의 살인사건 수사에 착수했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많은 피해자가 발생한 이후였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그랜의 원작을 일컬어 “확실히 충격적인 폭로였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 지역과 불과 30분 떨어진 거리에서 벌어진, 백인들이 유색인종을 대상으로 자행한 또 다른 끔찍한 사건인 1921년 털사 인종 학살을 언급하며 (안타깝게도 두 사건 모두 비극이 공개적으로 알려지기까지는 100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다음과 같이 전했다. “털사 학살의 경우 흑인 커뮤니티 전체에 대한 직접적인 폭격이 있었다면, 이 사건은 조금 더 교묘하고 장기적이다. 심지어 지금까지도 그 여파가 남아 있다.”
정식 출판도 전인 2016년에 데이비드 그랜의 원고를 확보한 디카프리오는 ‘갱스 오브 뉴욕’, ‘디파티드’,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등의 성공작을 함께 작업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에게 단숨에 달려가 둘의 여섯 번째 작품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은 “데이비드 그랜의 책을 읽자마자 눈 앞에 사람들, 장소, 그리고 액션까지 모든 것이 그려지는 듯했다. 그래서 무조건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라고 하며 ”레오와 함께 이 이야기에 숨을 불어넣을 수 있어서 기뻤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 당시 스코세이지 감독은 오랜 기간 열정을 쏟아온 프로젝트였던 ‘사일런스’의 편집 작업이 한창이었고 심지어 대형 프로젝트인 ‘아이리시맨’의 시작을 앞둔 상황이었다. 결국 2017년 1월이 되어서야 각본가 에릭 로스를 만나 본격적으로 ‘플라워 킬링 문’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스코세이지 감독은 제목을 듣자마자 흥미가 돋았고,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애정을 품고 있던 장르인 “서부극을 연출할 기회”라고 표현한 릭 욘 총괄 프로듀서(스코세이지 감독과 디카프리오의 에이전트)의 말에 기대감이 생겼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항상 서부극을 연출하고 싶었는데, 지금껏 한 편도 못 했다”라고 얘기한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청소년기에 서부영화를 많이 봤고 좋아했다. 지금도 여전히 좋아한다. 어린 아이들 용이었던 로이 로저스 영화부터, 40년대에서 50년대 후반의 더욱 심오한 영화들까지 전부 좋아하고 심리적 서부극(psychological westerns)보다는 서부의 전통이나 문화적 신화를 중심으로 한 영화들이 더 감명 깊었다. 영화의 역사를 배우는 것은 과거를 답습하고 반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영감을 받고 한층 진화하기 위해서다. 이 영화들은 나에게 영화감독으로서의 자양분이 되었을 뿐 아니라, 실제 역사를 조금 더 깊이 탐구할 수 있도록 이끄는 힘이 돼 주었다.”
정의가 사라진 땅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과 에릭 로스는 미국 역사의 부끄러운 한 페이지를 배경으로 전통적인 틀을 벗어나는 ‘플라워 킬링 문’을 누구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전개할지를 결정하기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당초 그들은 오세이지족 살인사건의 실마리를 풀었던 텍사스 레인저(Texas Ranger)이자 FBI 요원인 토마스 브루스 화이트 시니어의 눈을 통해 바라본 이야기를 서술하려 했다.
“에릭과 일을 시작하면서 우리가 만드는 영화가 어떤 영화가 되어야 할지 탐색하는 시간을 가졌던 것 같다”라고 스코세이지 감독은 당시를 회상했다. “‘아이리시맨’을 촬영하던 2017년과 2020년 사이에 FBI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낱낱이 분석했고 톰 화이트라는 인물과 텍사스 레인저의 역사까지 조사했다. 그리고 나서 결국 모든 게 톰 화이트로 귀결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톰 화이트를 주인공으로 삼고 다양한 앵글에서 이야기에 접근했다.”
그러나 머지않아 스코세이지 감독과 에릭 로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뭔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사실상 오세이지족에 관한 이야기인데 우리는 왜 톰 화이트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있지?”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고 스코세이지 감독은 말한다. “그렇게 되면 결국 ‘주인공이 열차에서 내린다. 카메라가 부츠부터 잡다가 서서히 올라가면 카우보이모자를 쓴 주인공이 보인다. 주인공은 조용히 마을로 걸어 들어간다’는 형식의 이미 수도 없이 많이 본 결과물이 나온다. 경찰을 비하하려고 하는 건 절대 아니지만 이런 식으로 리딩을 하고 나서 일주일 후에 레오가 나에게 ‘진짜 이야기는 어디 갔어요?’라고 묻더라.
디카프리오도 비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방향을 정하기까지 오래 걸렸다”라고 그는 말한다. “에릭, 마틴 그리고 내가 뻔한 FBI 수사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오세이지족의 관점을 제대로 담을 수 있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렸다. 그리고 데이비드 그랜은 줄곧 우리에게 ‘이것에 대한 영화를 만들 거면, 모든 사건에 있어서 오세이지족의 역할을 이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솔직하게 조언해 주었다.”
영화의 주역들이 다른 일로도 분주했기 때문에 작업은 수 년이 걸렸다. 디카프리오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촬영에 들어갔고, 에릭 로스는 드니 빌뇌브 감독의 2부작 ‘듄’에 뛰어들었으며, 스코세이지 감독은 ‘아이리시맨’을 이끌어가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그러다 데이비드 그랜의 책에 수록된 오세이지족 살인사건 재판 녹취록에서 실마리를 찾았고, 로스가 이를 각색하면서 해결책을 찾게 되었다. 증인석에 섰던 사람 중에 어니스트 버크하트라는 인물이 있었는데, 1차 세계대전 참전용사로 오클라호마 페어팩스(Fairfax) 유전에서 일을 하던 수상쩍은 사람이었다. 버크하트는 그의 삼촌이 세운 범죄계획에 자신이 어떻게 가담했는지를 진술했는데, 아내의 토지 권리를 상속받을 것을 노리고 부유한 오세이지족과 결혼을 해서 아내의 자매, 처남, 사촌, 심지어는 그녀의 어머니까지 살해하는 데 공모했다는 것이었다. 다음 차례는 다름 아닌 그의 아내 몰리였다.
디카프리오는 “이 대목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라고 회고했다. “너무 복잡하고, 음침하고, 결과적으로는 헤어졌지만, 이 재판이 끝나고서도 한동안 함께 지냈다는 사실이 캐릭터 관점에서 봐도 정말 흥미로웠다. 스코세이지 감독은 양가적이고 썩 매력적이지 않은 캐릭터들에게도 인간미를 부여하는 것을 정말 잘한다. 우리는 누가 범죄를 저질렀는지에 대한 수사 보다 이런 것들을 중심으로 영화를 전개해 나가고자 했다.”
스코세이지 감독에게는, 개인의 배신이라는 관점에서 이 이야기를 해석하는 것이 원작을 뛰어넘은 본인만의 ‘플라워 킬링 문’을 만들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었다고 한다. “‘어니스트’와 ‘몰리’가 핵심이었다”라고 그는 표현했다. “관계는 신뢰와 사랑을 중심으로 만들어지는데, 배신으로 인해 이 모든 것이 무너진 것이다. 그리고 그 동기가 무엇이었냐 하면, 채워지지 않는 탐욕이었다. 더 많은 땅, 더 많은 부를 향한 욕망. 모든 이유를 불문하고 항상 나를 끌어들이는 주제다. 어쩌면 내가 자라온 배경과 문화의 영향인지도 모르겠다.”
스코세이지 감독은 아이디어를 찾아 재판 녹취록을 파고들었다. “어니스트의 진술 내용을 보면 그가 자신의 이름을 말하고, 무직이라고 이야기한 뒤에, 정확한 워딩은 아니지만 ‘보통 당구장에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나는 자라오면서 이렇게 당구장에서 지내는 사람들을 숱하게 봤다. 꾸미길 좋아하면서, 이따금 물건도 훔치고 여러 여자와 한눈파는 젊은 청년. 이걸 가지고 발전시켜 나가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아마 나약한 인물이었을 것이다. 그의 삼촌에게나, 다른 누구에게도 차마 대들지 못하고 대들지 않기를 택하는 그런 인물이었을 것이다.”
이후로는 물 흐르듯이 진행이 됐다. “캐다 보면 분명 뭔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라고 스코세이지 감독은 말했다. “‘어니스트’와 ‘몰리’. 진짜 이야기는 여기에 있었기 때문에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게 벌써 느껴졌다. ‘어니스트’가 어떤 인물이었는지는 재현해서 내면 되는 일이었다. 그를 알았던 사람들이 전해주는 이야기를 통해 알아낼 작정이었다.”
‘킬러들’을 찾아서: 주요 배역 캐스팅
‘어니스트 버크하트’라는 도전을 눈앞에 두고, 디카프리오는 인물의 중심을 확실히 잡아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그는 인물의 실제 후손이나 친척들이 직접 보고 들은 이야기를 최대한 많이 수집했다. 디카프리오는 ‘버크하트’를 일컬어 “마치 카멜레온처럼 오세이지족의 문화에 잘 스며든 인물”이라고 평했다. “오세이지족과 많은 대화를 했는데, 정말 큰 도움이 되었고 귀중한 조언을 많이 받았다. 그들 덕분에 깊숙이 파고들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카프리오는 이 배역이 그의 커리어에서 손꼽을 정도로 복잡하고 어려운 연기가 필요할 것이라는 점을 예감했다. ‘버크하트’는 전쟁에서 부상을 입은 채로 오클라호마에 당도하고, 고된 노동은 불가능한 그에게 삼촌이 싱글인 ‘몰리’를 대상으로 하는 사기 계획을 미끼처럼 내밀며 그를 끌어들인다. 그러나 이 사기에 가담하고 있으면서도 ‘버크하트’는 본인의 사랑이 진실함을 느낀다. “‘어니스트’라는 인물을 구현할 생각에 레오와 나는 매우 들떴었다”는 스코세이지 감독은 이어서 이렇게 말했다. “비슷한 시기에 캐스팅 디렉터로 엘린 루이스가 합류하면서 ‘몰리’에 적합한 배우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스코세이지 감독이 ‘플라워 킬링 문’의 캐스팅을 엘린 루이스에게 맡기게 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스코세이지 감독과 엘린 루이스는 1989년 ‘뉴욕스토리’에서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이후로 ‘좋은 친구들’, ‘디파티드’,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그리고 ‘아이리시맨’에 이르기까지 오랜 기간 함께 작업을 했다. “‘플라워 킬링 문’은 그동안 마틴과 함께 캐스팅 작업을 했던 영화 중에서 단연코 가장 중요하고 보람 있는 작품 중 하나였다”라고 소회를 밝힌 루이스는 이렇게 말했다. “안타까운 역사의 한 켠에서 이렇게 아름답고 비극적인 러브스토리가 탄생했다는 사실이 깊게 와 닿았다.”
엘린 루이스는 이어서 원주민 배우들이 등장하는 여러 작품으로 잘 알려진 캐스팅 디렉터 르니 헤이니스에게 도움을 청했다. 2017년 미니시리즈 ‘그 땅에는 신이 없다’라는 작품에서도 함께 협업한 적이 있는 둘은 ‘몰리’ 역할에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로 동시에 릴리 글래드스톤을 낙점했는데, 당시 릴리는 몬타나를 배경으로 한 켈리 라이카트의 영화 ‘어떤 여자들’에서 고독한 목장 관리자 ‘제이미’ 역을 통해 차분하면서도 존재감이 있다는 호평을 받은 후였다. “마틴과 오래 함께 일을 했기 때문에 그가 마음에 들어 할 만한 배우를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라고 밝힌 루이스는 이렇게 덧붙였다. “릴리는 너무나 재능 있는 배우이고, 우리에게 선물처럼 와주었다.”
디카프리오는 “릴리와 줌 미팅을 했는데, 끝나자마자 마틴이 ‘이 사람이야’라고 했다. 타고난 우아함이 있는 배우일 뿐 아니라, 블랙피트 부족의 후손이자 아메리카 원주민으로서 릴리의 의견이 영화에 많이 반영되었다”라고 회상했다.
릴리 글래드스톤은 초반 미팅 이후 협업 과정이 한층 발전해 나갔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처음에는 ‘몰리’가 단순한 조연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었다. 오세이지족에 대해서 자세히 다루지 않고, 그들이 어떻게 착취당했는지를 확실히 밝히지 않으면 이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전달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가슴이 아팠다”라고 글래드스톤은 전했다. 그녀가 처음 접한 스코세이지 감독의 작품은 1997년 ‘쿤둔’이었는데, 14대 달라이 라마와 중국 공산당의 제국주의 통치하에 있던 티베트의 자유를 향한 투쟁을 다룬 내용이다. “아메리카 원주민과 권리를 박탈당한 티베트 난민 사이에는 공통점이 매우 많다”라고 그녀는 덧붙였다.
다행스럽게도 ‘몰리’의 이야기와 ‘어니스트’와의 관계가 서사의 중심이 될 것이란 사실을 알게 된 릴리는 매우 안도했다고 한다. “레오가 이 역할을 맡아서 정말 다행이다. 한 인물의 이중성을 표현하는 데 너무나 큰 재능이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그녀는 전했다. “마틴이 흥미를 느끼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릴리는 신앙심이 깊었던 ‘몰리’라는 인물을 이해하는 데 있어 천주교가 핵심이라고 느꼈으며, 이 주제에 대해 스코세이지 감독과도 초반에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어렸을 때부터 천주교 신자로 자라나다 보면, 마음속에 선과 악이라는 개념이 굉장히 뿌리 깊게 심어지게 된다”라고 그녀는 단호하게 말했다.
디카프리오는 릴리가 ‘어니스트’와 플러팅을 하는 동안에도 계속되는 ‘몰리’의 내적 갈등과 자기 파괴적 성향에 이끌린 것 같다고 설명한다. “릴리는 ‘몰리’라는 캐릭터에 엄청난 깊이와 통찰력을 부여했다”라고 운을 뗀 그는 이어서 이렇게 말했다. “‘몰리’는 ‘어니스트’를 의심하며 사기꾼 코요테(Coyote the Trickster)를 언급하기도 한다. 아내로서 매우 개방적인 사고방식과 용기를 지닌 인물이었던 것 같다. 릴리는 비록 오세이지족은 아니지만 그들의 문화에 완전히 녹아들었고, 스토리텔링의 방향을 제시하는 등대 같은 존재이기도 했다. 이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마틴과 나에게 분명한 뮤즈였다.”
스코세이지 감독은 이렇게 덧붙였다. “릴리의 존재감과 조용한 리액션이 레오에게 미치는 영향과 이로 인한 캐릭터의 발전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흥미로웠고, ‘몰리’와 ‘어니스트’의 관계를 정의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되었다. 이런 감정적인 부분들을 릴리 그리고 레오와 함께 탐구하는 것이 나에게는 새롭고 풍부한 깨달음을 주는 경험이었다. 릴리가 ‘몰리’를 연기할 때, ‘몰리’를 연기하던 릴리는 때로는 정적으로 대사보다 더 큰 임팩트를 전달했다. 그녀가 입 밖으로 내지 않고 속에 가둬 둔 감정들이 말보다 더 유려하게 전달되었다.”
‘플라워 킬링 문’을 통해 스코세이지 감독과 다시금 조우하게 된 건 디카프리오 뿐만이 아니었다. 마찬가지로 그와 오랜 기간 함께 일해온 배우인 로버트 드 니로도 캐스트에 합류한 것이다. 드 니로가 축산업자이자 공포 정치의 주축이었던 ‘어니스트’의 삼촌, ‘윌리엄 ‘킹’ 헤일’ 역을 맡게 되면서 스코세이지와 드 니로는 열 번째 영화에 함께 작업을 하게 됐다. 결국 살인죄 판결을 받게 되는 ‘윌리엄 헤일’은 모순 덩어리 그 자체인 인간이었다. 오세이지족을 착취하고 협박하면서도 스스로를 그들의 진정한 친구라 여기며, 그들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들’이라 일컫던 사람이었다.
“아주 복잡하다”라고 운을 뗀 스코세이지 감독은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마치 선지자라도 된 양, 그들의 때가 왔다고 여긴 것이다. ‘이 사람들을 도와주어야겠다. 조금이라도 편하게 보내주어야겠다. 그들의 짐을 조금 덜어주는 셈이나 다름없다. 어차피 문명이란 계속 새로 생겨나고, 또 사라지는 거니까.’ 그렇지만 그가 오세이지족에게 애정을 가졌던 건 분명한 사실이다. 조사한 바에 의하면 60년대에 치러진 빌 헤일의 장례식에 참석한 오세이지족도 여럿 있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선악에 대해서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
또한 이번 영화로 인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로버트 드 니로는 ‘디스 보이스 라이프’ 이후 30년 만에 재회하게 됐다. “내 커리어의 시작점이 되었던 첫 번째 영화에 출연할 수 있었던 건 로버트 덕분이었다”라고 디카프리오는 말한다. “그가 그 배역에 나를 점 찍고, 아이러니하게도 나를 학대하는 양아버지 역을 연기했다. 많은 시간이 흘러 로버트와 다시 연기를 하게 됐는데, 절묘하게도 ‘플라워 킬링 문’ 속 우리의 관계는 마치 이전 영화의 다이나믹을 가지고 조금 발전시킨 버전 같았다. 영화 속 두 인물의 관계가 어떤 끝을 맞이해야 할지에 대해 회의를 열 번도 더 했던 것 같다. 불필요한 디테일은 걷어내고 두 인물의 본질을 강조하고자 했다.”
비록 FBI 요원 톰 화이트의 캐릭터는 조금 수정이 되었지만, 아카데미상 후보 제시 플레먼스는 여전히 빛났다. 톰 화이트는 먹잇감이 자승자박의 덫으로 빠져들 동안 가만히 귀 기울이며 메모를 하는 인물이다. “내가 연기해야 하는 사람이 믿기 힘들 정도로 윤리적이고 정의로운 인물인데, 그런 가운데 또 인간미도 느껴지게끔 연기를 해야 한다는 사실부터 받아들이고 시작해야 했다”라고 플레먼스는 설명한다.
‘아이리시맨’에서 로버트 드 니로와 어깨를 나란히 했던 제시 플레먼스는 화려한 아카데미상 수상 이력을 보유한 배우와 함께 연기하는 것이 큰 창의적 영감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런 배우와 연기한다는 것이 너무나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로버트는 매 테이크마다 조금씩 변화를 주는데 나 역시도 그런 방식으로 연기를 한다.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현장에서 서로 통하는 분위기가 있다.”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은 배역들도 훌륭한 배우들이 몸소 연기했다. 두 차례 아카데미상 후보에 노미네이트되었던 존 리스고, 그리고 최근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브렌든 프레이저가 영화 막바지에 공방을 벌이는 두 변호사 역을 맡았다. “일에 완전히 몰입되는 감독들 중에서도 최고가 바로 스코세이지 감독이다”라고 존 리스코는 평했다. “나도 그런 감독들과 몇 번 일해봤는데, 정말이지 모든 걸 쏟아내고 싶게 한다”라고 브렌든 프레이저도 덧붙이며 말했다. “스코세이지와 일을 할 때는, 모두가 존중받는 듯한 느낌이 든다.”
루이스는 캐스팅에 개성을 더하기 위해 여러 유명한 뮤지션들을 조연으로 모집했다. 일부만 언급하자면 피트 욘, 랜디 하우저, 잭 화이트, 찰리 머슬화이트, 테리 앨런, 제이슨 이스벨, 그리고 공포 정치 체제의 주요 가해자 중 하나였던 ‘헨리 그래머’를 연기한 컨트리 가수 스터질 심슨 등이 있다.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다: 오세이지족의 도움과 축복
문화의 충돌은 스코세이지 감독의 여러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이자 ‘플라워 킬링 문’의 핵심이기도 하다. 각본 작업이 한창일 당시, 프로덕션의 사전 계획은 몇 가지 중요한 결정에 기반하여 이루어졌다.
여기서 중요한 결정이란, 우선 약 100년 전 실제로 공포 정치가 마수를 뻗었던 오클라호마 오세이지 레저베이션의 실제 마을과 커뮤니티에서 로케이션 촬영을 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또한, 영화 제작의 전 과정에 있어서 오세이지족의 적극적인 도움을 구하고자 했다. 오세이지족과 소통하면서 스코세이지 감독은 그들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전통을 배우고 그들의 이야기와 꿈, 그리고 우려들에 귀 기울이며 모든 제작 과정에 그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었다. 더하여 스코세이지 감독은 처음부터 끝까지 존경과 존중의 마음을 담아 오세이지족을 대우해야 하며, 그들의 이야기는 진실되고 진정성 있는 방식으로 전달되어야 한다고 내내 강조했다.
스코세이지 감독과 제작진은 영화 제작의 첫 단계로서 촬영 장소를 물색하고 부족원들을 직접 만나기 위해 2019년 봄 오세이지 레저베이션을 방문했다. 스코세이지 감독과 오세이지족의 제프리 스탠딩 베어(Geoffrey Standing Bear) 군장 사이에 대화 자리가 마련되었고, 두 사람은 깊은 유대감을 형성했다.
“두 시간 반 동안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라고 스탠딩 베어 군장은 전했다. “나는 내가 걱정하던 부분들을 이야기했다. 오세이지족의 죽음이 단순히 도구화 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오세이지족의 역사와 문화가 영화에 정확하게 담기기를 바랐으니까. 스코세이지 감독과 제작진은 예의를 갖추고 우리에게 먼저 다가와 주었다. 스코세이지 감독은 또한, 본인이 연출한 영화 ‘사일런스’를 예로 들며 그 영화에서 기독교 선교사들과 17세기 일본의 문화를 존중의 마음가짐으로 진지하게 묘사했다며 설명해 주었는데, 이 이야기를 듣고 매우 안심이 되었다.”
미팅 이후 오세이지족 그레이 호스 부족원들은 스코세이지 감독과 제작진에 저녁식사를 대접했다. 100명 이상의 부족원들이 참석했으며 많은 이들이 그 자리를 빌려 공포정치 기간 중에 살해당한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스코세이지 감독은 돌아다니며 참석한 모든 오세이지족 한 명 한 명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었다”라고 오세이지족 브랜디 레몬(Brandy Lemon) 의원은 말했다. 그는 추후에 오세이지족과 제작진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주었다.
마리앤 바우어 연구원 역시 본인의 역할을 확장하여 오세이지족 자문위원들을 비롯한 부족원 전체와 소통하며 스코세이지 감독과 크리에이티브 팀, 프로덕션 팀, 그리고 오세이지족을 연결하는 포인트맨의 역할을 수행했다. 이로써 프로덕션 과정 내내, 그리고 포스트 프로덕션 기간 중에도 리서치, 문화 내지는 역사적인 사안에 대해 논의가 필요할 때마다 꾸준한 대화가 이어질 수 있었다.
촬영 장소가 정해지고 세트가 만들어지고 캐스팅 작업이 순항하던 때에 코로나가 터졌다. 모든 작업이 즉시 중단되고 촬영 역시 보류되었지만, 강제로 마주하게 된 이 기간을 기회로 삼아 스코세이지 감독은 ‘어니스트’와 ‘몰리’의 이야기를 보다 디테일하게 다듬고, 각본을 부분부분 수정했다. 그리고 프로덕션은 2021년 봄에 재개되었다.
작업이 재개되며 제작진은 세 팀으로 나누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프로덕션 팀은 장소 섭외를 마무리하기 위해 오클라호마의 오세이지 카운티로 돌아갔다. 설비 팀은 다시 세트를 짓기 시작했고, 남아있던 캐스팅 작업도 마저 진행되었다. 그리고 중요한 원칙이 하나 생겨났다. 가능하다면 오세이지족 역할은 무조건 오세이기족 배우가 연기할 것, 그리고 만약 불가능하다면 ‘몰리’ 역의 릴리 글래드스톤처럼 아메리카 원주민일 것.
‘몰리’ 역의 캐스팅이 마무리되면서 루이스와 헤이니스는 다음으로 ‘몰리’와 끈끈한 부족원들을 연기할 배우들을 찾는 데에 정성을 쏟았다. ‘몰리’와 가까운 오세이지족 원주민 ‘헨리 론’(Henry Roan) 역에 윌리엄 벨류가 캐스팅되었고 아메리카 원주민 출신 연방 요원 ‘존 렌’(John Wren) 역에 타탄카 민스가 낙점되었다. ‘몰리’의 자매들 ‘안나’(Anna), ‘리타’(Reta) 그리고 ‘미니’(Minnie) 역에는 각각 카라 제이드 마이어스, 자네 콜린스, 그리고 질리언 디옹이 캐스팅되었다. 뛰어난 연기로 호평을 받는 캐나다인 배우 탄투 카디날은 크리족과 메티스족의 후손이기도 한데, ‘몰리’의 모친 ‘리지’(Lizzie)역으로 캐스트에 합류했다.
영화 ‘블랙 로브’에서 탄투 카디날의 연기를 특히나 감명 깊게 봤다고 밝힌 스코세이지 감독은 오랫동안 그녀를 존경해 왔기 때문에 그녀를 캐스팅하는 것이 더욱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고 한다. “탄투가 꼭 출연해 주기를 바랐는데 다행이고, 그녀의 존재가 ‘몰리’의 가족에게 있어서 매우 중요할 것 같다”라고 루이스는 밝혔다.
또한, ‘몰리’의 측근들을 연기하는 배우들에 대해 헤이니스는 이렇게 덧붙였다. “모두 재능 있는 배우들이고, 릴리뿐만 아니라 우리가 정확하게 고증하고자 했던 ‘몰리’의 자매들과도 닮은 부분이 있다. 우리는 역사적인 인물들을 충실하게 고증함으로써 오세이지족에게 예를 갖추려 했기 때문에 이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 인물들을 ‘할리우드스럽게’ 바꾸고 싶지 않았다. 실제로 존재했던 여성들이기 때문에 이들의 삶을 겉핥기처럼 다루고 싶지 않았다.”
대부분의 원주민 배우들은 2019년 11월경 오클라호마의 세 도시(포허스카, 오클라호마 시티, 그리고 털사)에서 열린 오픈 캐스팅 콜을 통해 캐스팅되었다. 얀시 레드 콘은 오세이지족의 ‘보니캐슬 족장’(Chief Bonnicastle)역으로 스크린 데뷔를 하게 되었고, 에버렛 월러는 족장의 오른팔인 ‘폴 레드 이글’(Paul Red Eagle), 탈리 레드콘은 오세이지족의 리더, 그리고 데지레 스톰 브레이브 존스와 엘리샤 프랫은 오세이지족 커플 ‘조셉’과 ‘버사 빅하트’로 변신했다.
모두 합하여 44개 이상의 배역에 오세이지족 배우들이 캐스팅되었고 그 외에도 수백 명이 엑스트라로 출연했다. 오세이지족 변호사에서 배우로 변신한 얀시 레드 콘은 ‘성난 황소’를 처음 보았던 12살 때부터 스코세이지 감독의 팬이었다고 한다. 캐스팅 콜이 있다는 사실을 들었을 때는 가지 않을 수 없었다. “‘마틴 스코세이지인데, 도전하지 않을 이유가 있나?’라고 생각했다. 거의 될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고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오디션에 갔다. 그런데 몇 번 콜백이 오더니 결국 나로 결정되었다고 하더라.”
4월 중순 크랭크인을 앞두고 프리 프로덕션에 박차가 가해지면서 스코세이지 감독, 디카프리오, 그리고 주요 스태프들은 스탠딩 베어 군장, 컨설팅 프로듀서이자 오세이지족이 이 프로젝트의 ‘대사(Ambassador)’로 지정한 채드 렌프로(Chad Renfro), 그리고 원로들을 포함한 오세이지족 대표자들을 직접 만났다. 제작진이 오세이지족 원로들에게 직접 연출 방식을 설명하고, 혹시 있을지 모를 우려사항을 청취하기 위한 자리였다.
미팅 장소는 바틀즈빌 외곽에 위치한 오클라호마 문화센터 겸 박물관인 울라록(Woolaroc) 이었다. 스코세이지 감독이 가장 먼저 입을 열어, 영화의 전체적인 구조를 설명했다. 오세이지족 작가인 찰스 H. 레드 콘(Charles H. Red Corn, 얀시 레드 콘의 부친)의 소설 ‘2월의 파이프(A Pipe for February)’의 도입부를 기반으로 한 프롤로그가 영화에 포함될 것이란 내용이었다. 이 도입부로 말하자면 전통 오세이지족 사회에서 큰 변화가 있는 시기마다 치렀던 성스러운 의식을 묘사하는 구간인데, 이 시퀀스와 그들의 석유로 인한 부가 급증할 당시 백인들이 오세이지족을 바라보던 관점을 드러내는 뉴스 장면들을 교차편집 할 예정이라고 스코세이지 감독은 설명했다.
스코세이지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윌리엄 헤일이라는 개인의 범죄보다 오세이지족의 돈과 재산을 노린 훨씬 더 대대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이 있었음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세이지족은 풍부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며 스코세이지 감독은 이어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이 알게 될수록 장면마다 더 깊이를 부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여러 명의 오세이지족 원로들도 이 미팅에서 발언을 했으며, 대부분은 공포 정치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던 이들의 후손이었다. 오세이지족 원로 마빈 스텝슨(Marvin Stepson)의 조부 빌 스텝슨(Bill Stepson)은 공포 정치 체제 하에서 살해되었던 오세이지족 중 하나였는데, 이 인물 역시 영화에 등장한다. 마빈 스텝슨은 제작진을 격려하며 이렇게 말했다. “매우 어려운 작업이 되겠지만, 좋은 이야기가 될 거라 의심치 않는다. 우리가 바라는 것도 바로 그것이다. 사실과 가장 가까운 진실을 전하는 훌륭한 이야기가 되기를 바란다.”
디카프리오도 질문을 던지며 대화를 이끌었다. 그리고 미팅이 끝난 후 스코세이지 감독과 디카프리오는 이야기를 들려준 부족원들에게 깊은 감사를 표했다. 두 세상의 만남을 통해 제작진과 오세이지족 간의 상호 존중을 표현하고자 마련된 자리는 목표를 완벽하게 달성했다.
그러나 영화 제작에 오세이지족이 참여했다는 것이 비단 캐스팅이나 단 한 번의 미팅만을 일컫는 것은 아니다. 주정부 영화방송위원회와 협력하여 프로덕션 팀은 오세이지족 장인들과 공예가들을 스태프로 고용했다. 화가 애디 로안호스(Addie Roanhorse)는 미술팀에 참여했고, 오세이지족 문화 자문위원 줄리 오키프(Julie O’Keefe)는 의상팀의 귀한 자산이 되었다.
오세이지족 원로 존 윌리엄스도 문화 자문위원으로서의 역할을 했고, 오세이지족 어학 프로그램 디렉터인 밴 빅호스(Vann Bighorse)는 영화 속 오세이지족 언어의 번역과 사용을 감수하는 중책을 맡아 오세이지 언어 교사인 재니스 카펜터(Janis Carpenter), 크리스토퍼 꼬떼(Christopher Coté), 그리고 브랙스톤 레드이글(Braxton Redeagle)로 하여금 배우들의 대사 코칭을 하도록 했다. 줄리 오키프는 오세이지족 의상 자문위원으로서 일조했다.
비극적인 실화를 영화화함에 있어서 그 후손들과 이렇게까지 완전하게 교감하며 모든 연령대의 오세이지족에게 깊은 존중을 표한 영화사는 아마도 이때까지 없었을 것이라고 한치의 과장도 없이 말할 수 있다.
오세이지족과 제작진 간의 깊은 신뢰와 이해의 표시로써 2021년 4월 15일, 정식 크랭크인을 4일 앞두고 오세이지 부족원들과 약 100여 명의 배우 및 스태프들은 오클라호마 바틀즈빌(Bartlesvilile) 외곽의 언덕에 모여 촬영 개시를 기념하며 축복의 의식을 치렀다. 오세이지족 O. J. 리틀쿡(O. J. Littlecook)이 기도문을 노래하고, 그레이 호스 의장 아치 메이슨(Archie Mason)이 축사를 낭독했으며 오세이지족 공주 지아나 시에케(Gianna Sieke)가 신에게 기도를 올렸다. 메이슨은 “성공적인 촬영과 모두의 안전과 건강, 그리고 제작진과 오세이지족 그리고 원주민들 간의 소중한 인연이 오래 이어지기를 빌었다”라고 전했다.
스코세이지 감독은 영화 촬영지가 대대로 오세이지족의 땅임을 강조하며 과거에 이 땅에 존재했던 오세이지족 선조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디카프리오 역시 따뜻하게 제작진을 환대해 준 오세이지족에 감사 인사를 전하며 “매우 중요한 이야기를 전함에 있어서 존경과 겸손의 마음을 잃지 않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스탠딩 베어 군장은 “스코세이지 감독과 스태프들은 우리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깊이 우리를 존중해주었다. 이러한 세심함은 감사한 일이며 데이비드 그랜이 보여준 존경심의 연장선에 있다고 할 수 있다”라고 전했다.
촬영의 시작은 이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의식으로 기념되었고, 이후 약 99일간 진행되어 2021년 9월 15일에 마무리된다.
과거를 재현하다: 영화에 담긴 장인정신
스코세이지 감독은 ‘플라워 킬링 문’을 통해 그의 야심찬 비전을 실현하고자 오랜만에 조우한 디카프리오 및 드 니로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가장 신뢰해 온 스태프들의 도움을 받았다. 그의 신뢰를 받는 실력자들로는 세 차례나 아카데미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촬영감독 로드리고 프리에토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사일런스’, ‘아이리시맨’), 많은 호평을 받는 작곡가이자 ‘더 밴드’의 기타리스트이며 카유가족 및 모호크족의 후손이기도 한 로비 로버트슨 (‘코미디의 왕’, ‘컬러 오브 머니’), 그리고 1980년대 ‘성난 황소’로 첫 번째 아카데미상을 수상하며 그 이후의 모든 스코세이지 감독 영화를 편집한, 아카데미상 3회 수상에 빛나는 편집감독 셀마 슈메이커 등이 있다.
반면 스코세이지 감독과 처음으로 작업을 같이 해보는 스태프들도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네 차례 아카데미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으며 ‘듄’, 그리고 디카프리오에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의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를 작업한 의상 디자이너 재클린 웨스트다. 그녀와 더불어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에 함께 참여했었으며, 테렌스 맬릭의 1973년 역작 ‘황무지’ 이후 이름을 널리 알린 전설적인 미술감독 잭 피스크도 합류했다. 그는 ‘황무지’ 이후에도 ‘천국의 나날들’, ‘씬 레드 라인’, ‘트리 오브 라이프’ 등 맬릭의 작품에 다수 참여한 바 있다.
오세이지족에 관한 역사적 사실
오세이지족
- 오세이지족은 1870년대에 캔자스 보호구역에서 밀려나 강제 이주를 하게 되면서 오클라호마에 별도의 보호구역을 매입했다.
- 이들은 미국 원주민 중 유일하게 자신들의 자금으로 보호구역을 구입한 부족이며, 1890년대에 오세이지족 보호구역에서 석유가 발견되었다.
- 채굴권은 오세이지족 전체가 공유하기로 했다.
미국 정부와 오세이지족의 관계
- 20세기 초, 미국 정부는 오클라호마를 미국의 주로 만들기 위해 오세이지 보호구역 (당시 ‘인디언 준주’라고 불린 지역의 일부)을 민영화하고자 했다.
- 오세이지족 원주민 정부는 지상 재산은 ‘할당’하는 데 동의했지만 오세이지족 전체의 이익을 위해 채굴권(지표면 아래에 있는 모든 것에 대한 권리)은 계속 오세이지족의 공동 소유권을 유지하기로 미국 정부와 수년에 걸쳐 협상했다.
- 오세이지 사람들은 오늘날 오세이지 카운티가 된 지역에서 시추된 석유에 대해 로열티를 지급받았다. 이 석유 로열티로 오세이지족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집단 중 하나가 되었다.
- 할당을 받은 사람들은 채굴권에 대한 로열티 수익의 일부를 받을 수 있는 균등 수익권(headright)을 갖게 됐다. 균등 수익권은 상속을 통해서만 가족이나 배우자에게 양도할 수 있었다. 이 체제에는 처음부터 결함이 있었다. 기존 할당자 중 일부는 오세이지족이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부족에 편입되어 토지와 균등 수익권 지분을 나눠 받았던 것이다.
- 공포 정치 최악의 시기가 지난 후, 오세이지족은 의회를 설득하여 최소 절반이 오세이지족 혈통이 아닌 사람은 부족의 일원으로부터 균등수익권을 상속받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1925년에 통과시켰다.
- 오세이지 사람들은 ‘무능하다’고 간주되어 석유 로열티로 부가 쌓이자 미국 정부는 오세이지 부족의 재산 관리를 돕는다는 명목으로 후견인 제도를 도입했다. 후견인은 백인 남성으로 오세이지 은행 계좌들을 관리할 권한을 부여 받았으며, 석유 로열티는 오세이지족을 대신하여 미국 정부에 신탁하여 예치되었다. 관련된 뇌물, 부패와 사기 행위가 난무하게 되었고, 이 후견인 제도로 인해 오세이지족은 수백만 달러를 갈취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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