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들의 아파트
Cats’ Apartment, 2020
개봉 2022.03.17
장르 다큐멘터리등급 전체관람가
러닝타임 88분
국가 한국
평점 ![star](https://cdn.udanax.org/star.png)
8.1
고양이들의 아파트 관련 영상클립
줄거리
서울 동쪽 끝, 거대한 아파트 단지.
그곳은 오래도록 고양이들과 사람들이 함께 마음껏 뛰놀고
사랑과 기쁨을 주었던 모두의 천국이었다.
하지만 재건축을 앞두고 곧 철거될 이곳을
떠나려 하지 않는 고양이들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어보고 싶어요. 여기 계속 살고 싶냐고"
고양이들과 사람들의 행복한 작별을 위한 아름다운 분투가 시작된다!
[ ABOUT MOVIE ]
고양이를 통해 도시 생태 문제를 모색한 웰메이드 다큐멘터리
도시, 생태, 동물권, 환경으로 이어지는 폭넓은 사유와 성찰의 기록
극영화와 다큐를 넘나드는 정재은 감독의 4번째 도시 아카이빙 프로젝트
<고양이들의 아파트>는 재건축 아파트 단지의 고양이들과 행복한 작별을 꿈꾸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분투, 고양이 이주 프로젝트의 기록이자 고양이를 통해 도시 생태 문제를 사려 깊게 모색한 웰메이드 다큐멘터리다. 또한 공간과 사람의 관계에 주목하면서 만든 첫 다큐멘터리 <말하는 건축가>(2012)를 시작으로 <말하는 건축 시티:홀>(2014), <아파트 생태계>(2017)까지 도시 주거 공간의 역사와 생태를 성찰해 온 정재은 감독의 네 번째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다. 도시, 생태, 동물권, 환경 등의 주제로 이어지며 보다 깊은 사유와 시선으로 축조한 도시 아카이빙 프로젝트로서 <아파트 생태계>에 이어지는 연작이기도 하다. 재건축을 앞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사라져가는 과정을 담기 위해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아파트 단지의 또다른 주민들인 수백 마리 길고양이들의 주거, 안위에 대한 궁금증과 걱정이 모아지며 이들의 이주와 더불어 아파트의 소멸의 과정을 섬세하게 기록했다.
정재은 감독은 2001년 <고양이를 부탁해>로 크게 주목받으며 데뷔한 이래, 극영화와 다큐멘터리를 넘나들며 꾸준히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보기 드문 감독이다. 특히 <말하는 건축가>, <말하는 건축 시티:홀>, <아파트 생태계>로 이어지는 건축 3부작 다큐멘터리를 통해 도시와 건축, 그 공간 속 삶을 아카이빙 해 왔다. <고양이들의 아파트>는 도시 생태계 속에서 더 이상 선택이 아닌 당위인 동물과 인간의 공존과 공생, 나아가 ‘동반’의 화두를 던진다. “고양이는 한국 사회의 변화를 보여주는 척도라고 생각해요”라는 정재은 감독의 전언처럼 <고양이들의 아파트>는 도시 공간 속 고양이를 통해 생태, 동물권, 환경 등의 주제를 폭넓게 사유하며 아우른다. 공들인 촬영과 섬세한 연출을 통해 고양이를 단순히 예쁨과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존재로 대상화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 생태계에서 인간과 동등한 동반자로 위치시킴으로써 도시 생태 문제에 대한 다른 시선, 다른 질문, 다른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하는 작품이다. 나아가 살던 공간을 쉽게 바꾸지 않는 ‘정주성’을 지닌 고양이들을 안전하게 이주시키려는 과정을 통해, 산업화에 따른 부동산의 이해관계로 삶의 터전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우리 사회의 모든 존재들을 호명하고 위로한다. 특히 최근 끊이지 않고 있는 길고양이 학대와 혐오사건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며 동물권에 대한 인식 제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만큼, 동물과 인간의 진정한 생태적 공존의 방법을 모색하는 <고양이들의 아파트>가 갖는 시의성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또한 2년 반 동안 총 80여 회의 공들인 촬영으로 담은 유려한 영상과 ‘이날치밴드’의 베이시스트이자 <타짜><곡성><봉오동 전투> 등의 영화음악을 만든 장영규 음악감독의 세련된 음악은 작품의 영화적 완성도를 크게 높였다.
고양이를 통해 도시 생태 문제를 모색하는 차별화된 접근과 주제의식에 유려한 영상과 음악이 더해진 웰메이드 다큐멘터리 영화 <고양이들의 아파트>는 3월 17일 극장 개봉한다.
CAT’CHING POINT [1]
2022년 봄에 도착한 새로운 고양이 다큐멘터리
대상화, 시혜, 돌봄을 넘어서 동등한 동반자로 위치시키는 차별화된 시선
도시 생태계 속 동물과 인간의 공존과 공생, 동반의 화두를 던지다
고양이를 통해 도시 생태 문제를 모색한 도시 아카이빙 프로젝트 <고양이들의 아파트>는 고양이 소재의 수많은 관련 콘텐츠를 넘어 대상화, 시혜적 관점, 돌봄을 주는 존재로서의 고양이가 아닌 인간의 동반자로 위치시키는 시선이 빛나는 작품이다. 나아가 산업화 시대의 표상이기도 한 ‘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재건축을 통해 도시, 생태, 동물권, 환경으로의 주제적 확장이 신선한 새로운 고양이 다큐멘터리다.
고양이 소재 다큐멘터리 영화는 세계 최초 길고양이 다큐멘터리를 표방했던 <고양이 춤>(2011) 이후 꾸준히 만들어지며 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났다. 이들 영화가 보여준 길고양이 혹은 고양이를 향한 따뜻한 시선과 애정은 도시 속 고양이들을 마주하는 우리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었지만, 최근에는 비슷한 영화들의 범람으로 인해 더 이상 관객들의 시선을 끌지 못했다. 또한 SNS나 온라인에서 생산되고 유통되는 수많은 고양이 관련 콘텐츠들이 예쁘고 귀엽고 도도한 고양이 이미지로 그저 대상화되어 소비되고 있을 뿐 새로운 성찰 역시 안겨주지 못하고 있다. <고양이들의 아파트>는 고양이를 단순히 예쁨과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애묘’의 존재로 대상화하지 않고 인간과 동등한 동반자로 위치시킨다는 점에서 기존의 고양이 콘텐츠들과 차별화된 접근이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고양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귀엽고 예쁘다는 감정적 호감에만 머문다면 이들이 도시 생태계 속에서 독립된 개체로서 살아간다는 생각에 미치지 못한다. 예뻐서 사랑하는 게 아니라 존재 자체, 생명에 대한 존엄의 인식이 먼저다. <고양이들의 아파트> 속 고양이들은 자신의 터전을 꾸리고, 다른 생명과 조화롭게 이웃하는 원주민이다. 인간이 떠난 아파트에서 고양이들은 더없이 자유롭게 아파트를 누비며 살아가지만,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이들의 보금자리는 인간에 의해 파괴되어 이주를 해야만 하는 운명에 놓인다. 그렇다면 이들의 운명은 우리가 도시에서 흔히 마주치는 집 없는 길고양이의 신세만 남게 된다. 이 지점에서 <고양이들의 아파트>는 도시 속 길고양이들에게 온정의 시선을 보내는 기존의 다큐멘터리 영화들과 다른 영화가 아니라, 이들의 이야기를 품고 더 넓은 주제로 확장하는 영화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고양이들의 아파트>는 온정과 보살핌만으로는 도시 속 동물과 인간의 공존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의 주요 사건인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으로 인한 고양이 이주 프로젝트가 진행될 당시 어느 기사의 제목은 ‘"길고양이 이주 대책도 세워라" 황당한 재개발 규제’였다. 삶의 터전에 뿌리내린 생명을 일방적으로 지워버리는 폭력적인 방식의 도시 계획에 대해 얼마나 우리 사회의 감수성이 무딘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고양이들의 아파트>는 결국 도시 생태계 속에서 동물과 인간이 공존하는 일은 동물에 애정을 가진 개개인이 나서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일이라는 점을 일깨워준다.
동물과 인간의 공존과 공생의 화두가 이제 선택이 아닌 당위이며, 한발 더 나아가 함께 길을 가야하는 ‘동반(同伴)’의 관계임을 말해주는 영화 <고양이들의 아파트>는 3월 17일 극장 개봉 예정이다.
CAT’CHING POINT [2]
‘관찰하는 눈, 기록하는 눈, 행동하는 눈’이 함께한 고양이 이주 프로젝트
황량한 재건축 단지에서 피어난 동물과 인간의 아름다운 우정과 연대
동물과 인간의 생태적 공존을 위해 서로의 경험과 노력이 하나로 뭉치다
<고양이들의 아파트>는 길고양이와 캣맘의 단선적 관계에서 보다 확장된, 도시 속 고양이를 둘러싼 다양한 관계와 입장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재개발 아파트 단지 수백 마리 고양이들의 이주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의견 차이가 발생하지만 고양이를 안전하고 생태적으로 이주시키겠다는 공통된 목표 하에 서로 합심하며 연대하는 모습이 영화 속에 담기며 도시 공간 속 동물을 배려하며 살아가는 모두에게 감정이입을 부른다.
<고양이들의 아파트>의 중심 사건인 재건축 아파트 단지의 고양이 이주 프로젝트 ‘둔촌냥이’모임에 참여한 사람들은 최선의 이주를 위해 ‘캣맘’의 마인드에 ‘고양이 행동연구가’의 스킬까지 스스로 장착한다. 김포도는 고양이들의 외모와 주 서식지를 기록해서 개체수 파악에 중요한 역할을 한 ‘기록하는 눈’이다. 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 작가인 김포도는 고양이 그림 카드를 제작해 고양이들을 보다 쉽게 구분하게 하는 것은 물론 발로 뛰며 고양이들의 이주를 돕는다. 둔촌주공아파트의 오랜 주민으로서 ‘내가 살던 곳이 재건축되어 사라지는 일이 과연 모두가 기뻐할 일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고양이들의 안전한 이주에 발 벗고 나선 이인규는 ‘관찰하는 눈’이다. 아파트와 함께한 추억을 담은 독립출판 [안녕, 둔촌주공아파트] 프로젝트로 유명한 그는 아파트 단지의 ‘캣맘’들과 ‘둔촌냥이’모임의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며 이주 프로젝트를 이끈다. 길고양이의 습성에 대한 이해를 도와 안전한 이주 과정에 전문성을 더해준 전진경은 ‘행동하는 눈’이다. 현재 ‘동물권행동 카라’(이하 ‘카라’)의 대표인 그는 캣맘으로 오래 활동한 길고양이 전문가로서 행동의 방향성을 설정하고 더 좋은 방법을 모색하는 일에 실질적인 큰 도움을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양이 이주 프로젝트를 둘러싼 여러 의견이 나오며 쉽게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갈등이 발생하는 상황이 영화에 솔직하게 담겼다. 둔촌주공아파트에는 고양이들과 오래 관계를 맺으며 자식처럼 보살펴온 캣맘들이 있었다. 하지만 "(사람은 내가 없으면 이 고양이는 살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고양이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아요"라는 전진경 대표의 말은 고양이를 보살핌의 대상이 아니라 인간과 동등한 존재로서 그들의 삶을 대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드러낸다. 그렇게 ‘둔촌냥이’모임은 고양이들을 좋은 가정으로의 입양, 근거리 이주(고양이들의 밥자리 이동을 통한 자발적 이주), 원거리 이주(별도의 공간에 계류장을 마련하여 계류 방사하는 방법)의 세 가지 방법을 합의해 이주를 진행한다. 단순히 측은해서도, 모정에 의해서도 아닌 고양이의 입장에서 그들의 삶을 지속시키기 위해 고민한 행동들이다. "물어보고 싶어요. 여기 계속 살고 싶냐고"라는 끝없는 ‘회의’와 함께. 동물과 인간의 생태적 공존을 위해 서로 다른 경험에 기반한 노력이 하나로 뭉쳐지는 과정은 황량한 재건축 단지에서 피어난 아름다운 우정과 연대로서 관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도시 속 동물과 어떻게 공존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3월 17일 개봉하는 영화 <고양이들의 아파트>가 좋은 선례를 전할 예정이다.
CAT’CHING POINT [3]
바이러스보다 위험하고 야만적인 약한 존재에 대한 혐오와 폭력을 넘어
모두의 권리가 존중받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소망하는 우리들의 이야기
생태, 동물권, 환경 등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주제를 성찰하다
도시 공간 속 고양이를 통해 생태, 동물권, 환경 등의 주제를 폭넓게 사유하는 다큐멘터리 <고양이들의 아파트>가 갖는 시의성은 남다르다. 코로나19로 인해 생태주의적 가치의 중요성을 모두가 깨닫게 된 상황 속에서 영화 속 고양이 이주 프로젝트는 동물과 인간의 권리가 동등하게 존중받고 공존과 공생, ‘동반’의 관계를 모색하는 사례로서 눈길을 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자연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종 다양성이 약화되고 야생의 동물과 그들이 지닌 바이러스가 도시 속 사람들에게 유입되면서 전파된, 인류가 맞이한 또다른 환경문제임이 드러났다. 그래서 개개인의 생활방식부터 산업 전반에 이르기까지 친환경적인 방향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는 사람들로 하여금 낯선 타자에 대한 혐오를 키웠고 그 대상은 사회적 약자를 향했다. 길고양이들도 이러한 혐오와 폭력으로부터 언제나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과거에는 길고양이를 불법으로 포획해 건강원 등에 넘기는 불법포획자들이 기승이었다면 지금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불특정다수가 길고양이의 위치를 공유하고 혐오와 폭력을 서슴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에도 고양이를 산 채로 불태우며 잔혹하게 학대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개시되는 등 동물권 단체에서 형사고발을 진행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길고양이를 학대하는 갤러리를 폐쇄하고 엄중한 수사를 해주십시오’라는 청원이 올라왔고 15만 명의 동의를 얻어 경찰이 정식 수사에 나섰다. 이처럼 생태주의적 가치에 대한 동의와 약자에 대한 혐오가 동시에 발생하는 현재의 풍토 속에서 동물의 권리 존중과 인간과의 공존에 대해 <고양이들의 아파트>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고양이들의 아파트>는 개인의 반려 대상으로서의 동물인 ‘고양이’를 넘어 공공으로의 존재, 모두의 고양이인 ‘길고양이’를 우리 사회가 어떻게 인식하고 돌봐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또한 아파트 단지 내 생태계에서 인간이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고양이와 새, 나무와 꽃과 풀, 심지어는 낡은 콘크리트들까지 같은 공간 속에서 유기적으로 공생하는 관계를 조명한다. 이와 대비되는 영화 후반부 재건축 현장의 모습은 공간 속에서 맺어진 다양한 삶의 관계가 효율성이라는 명목 하에 아무런 고민 없이 너무도 쉽게 삭제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이러한 방식으로 소수의 인간만을 위해 실행되는 도시계획이 과연 지속가능한 방식인지에 대한 무언의 의문을 제기한다.
모두의 권리가 존중받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소망하는 관객들과 함께하는 도시 아카이빙 프로젝트 <고양이들의 아파트>는 3월 17일 극장 개봉 예정이다.
CAT’CHING POINT [4]
고양이와 사람이 이웃하던 재건축 단지의 이주 프로젝트
삶의 터전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모두에게 선사하는 공감과 위로
내 집 없이 살아가는 도시인과 청년들의 감정이입을 부르다
재건축 아파트 단지의 고양이 주민들과 행복한 작별을 꿈꾸는 사람들의 고양이 이주 프로젝트 <고양이들의 아파트>는 살던 공간을 쉽게 바꾸지 않는 ‘정주성’을 지닌 고양이들을 안전하게 이주시키기 위한 인간들의 다양한 고민들을 담은 작품이다. 이를 통해 고양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게 삶의 터전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우리 사회의 모든 존재들 또한 섬세하게 위로한다.
국토교통부에서 2021년 8월에 발표한 2020년도 주거실태조사에 의하면 자신의 집을 소유하고 있는 자가 보유 비율은 전체 가구의 약 60%이며, 무주택 가구 비율은 약 40%에 달한다. 특히 서울의 경우 무주택 가구의 비율이 약 52%로, 자가 보유 가구 비율 약 48%를 넘어선다. 특히 수도권 저소득층의 자가 보유 비율은 약 34%로 더 낮아서 도시 속 마음 편히 살아갈 공간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불안감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집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영끌 대출’, ‘하우스 푸어(House Poor)’라는 단어 속에 자신의 몸을 힘겹게 욱여넣으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도시에서 내 집 없이 살아가다 보면 전세금이 올라서, 계약기간이 만료돼서, 집주인이 갑자기 실거주한다는 이유로 어떠한 배려도 없이 언제든 내쫓기는 위험에 놓인 세입자 신세를 경험하게 된다. 그래서 <고양이들의 아파트> 속 고양이들의 안전하고 생태적인 이주를 위해 고민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살던 곳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모든 존재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선사한다. 삶의 터전이라는 것은 단순히 자신의 몸을 누일 수 있는 집 한 칸만을 뚝 떼서 생각할 수는 없는 개념이다. 이웃한 사람들과의 관계, 주변 인프라 속에서 생활하면서 굳어지는 이동 동선과 일상의 패턴 그 모든 총체가 합쳐진 것이 삶의 터전이다. 때문에 지금 있는 곳에 계속 머무를 수 있는 돈이 없는 사람에게 지대가 더 저렴한 곳으로 거처를 당장 옮기게 하는 것은 또 하나의 폭력이다.
반면, <고양이들의 아파트>에 모인 사람들이 고양이를 이주시키는 과정은 인간 사회에 적용해도 좋을 만큼 모범적이다. 고양이들의 생태와 특성을 이해하고 기존의 삶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최대한 안전하게 이들을 다른 곳으로 이주시키려 고민하기 때문이다. 고양이들 역시 둔촌주공아파트에서 다른 고양이들, 인간과 이웃하며 관계를 맺고 주변의 시설들을 자유롭게 누비다가 갑자기 재건축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한다면 사람이 같은 상황에서 겪게 될 고통을 똑같이 겪을 것이다. 아니, 도시 속에서 혐오의 대상으로 내몰린 약자로서 고양이들이 겪을 고통은 사람의 그것 이상일 수 있다. 그래서 <고양이들의 아파트>가 담아낸 생태적인 고양이 이주 프로젝트가 우리 사회에 전하는 공감과 위로는 ‘월거지(월세 사는 거지)’, ‘엘사(LH임대주택 사는 사람)’ 등으로 불리며 주거 격차와 혐오의 고통을 동시에 겪는 도시 속 모든 약자를 향한다.
고양이 이주 프로젝트 <고양이들의 아파트>는 3월 17일 개봉해, 오늘도 가슴 한편에 주거에 대한 불안을 갖고 도시 속 삶을 이어가는 모두를 위한 위로의 공간이 되어줄 예정이다.
[ PRODUCTION NOTE ]
1. <고양이들의 아파트>연출 계기
“’아파트가 재건축되면 거기 살던 고양이들은 어떻게 될까’라는 궁금증으로 시작했다”
재건축을 앞둔 둔촌주공아파트를 기록하는 이인규 작가(안녕 둔촌주공아파트 프로젝트)의 초대로 2016년 가을 처음 방문했다. 아파트 곳곳에서 우리를 환대하듯 다가오는 고양이들을 만났다. 서울 도심에서 만날 수 있는 일반적인 고양이들과 많이 달랐다. 주민들의 돌봄으로 다들 건강해 보였고 행복해 보였다. 오래된 아파트 단지가 주민들에게는 빨리 재건축을 해야 하는 곳으로 인식되는 곳인데 고양이들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오래된 아파트는 지하가 온수관으로 되어있어 고양이들이 겨울에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다. 잘 자란 나무와 관목들은 고양이들이 숨어있기 좋아 보였고, 재건축이 되면 이곳에서 살던 고양이들은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되었다. 반려묘가 많아지고 고양이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길고양이들의 삶도 이전과는 달라지고 있다. 길고양이지만 야생성은 많이 사라졌고 먹이를 주는 사람들과 교감도 늘었다. 최근 들어서는 안타깝게도 사람들과 친밀해진 길고양이들을 학대의 대상으로 공격하는 일도 잦아지고 있다. 길고양이들이 도시 생태계를 구성하는 중요한 일부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사람에게 길들여진 길고양이들이 재건축, 재개발이라는 사태를 만나면 어떨지 걱정하는 주민들이 많았고 재건축, 재개발을 앞둔 모든 지역에 해당되는 보편적인 문제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고양이들의 아파트>는 다큐멘터리로는 나의 네 번째 작품이다. 공간과 사람의 관계에 주목하면서 <말하는 건축가>로 다큐멘터리를 시작했다. 그 관심은 도심의 논쟁적인 건축물 서울시청 신청사의 건립 과정을 지켜본 <말하는 건축 시티:홀>로 이어졌다. 두 편의 건축 다큐멘터리를 작업하며 관심사가 도시 주거 공간의 역사와 생태계로 확장되어 갔다. 그렇게 만들게 된 영화가 <아파트 생태계>였다. 아파트를 중심으로 서울이라는 도시의 역사를 조망하고자 했던 <아파트 생태계>의 엔딩은 재건축을 앞둔 둔촌주공아파트의 고양이들을 염려하며 끝난다. 둔촌주공아파트의 죽음을 다룬 <고양이들의 아파트>는 <아파트 생태계>에 이어지는 연작이다. 삶은 공간을 얻기 위한 노력의 역사라고 생각한다. 어릴 때 엄마의 뱃속이라는 공간에서 세상으로 나와 나만의 방을 갖게 되고, 내 집을 갖게 되고, 이사를 가고, 삶의 터전이 파괴되는 것도 보게 된다. 사회에서 인정받고 명예를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인정에의 욕망의 핵심은 공간을 얻기 위한 노력의 역사일 것이다. 창작자로서 당연히 공간의 역사,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 공간에서 배제된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진다. <고양이들의 아파트>는 이 도시의 약자인 동물 고양이들을 통해 아파트의 죽음을 다른 시선으로 보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제작하게 되었다.
2. 촬영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
“고양이들과는 촬영을 약속할 수가 없었고, 수많은 고양이들을 구분하기 어려웠다”
길고양이들을 촬영하여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카메라가 무서워서 피하는 길고양이들도 많다. 많은 고양이들이 아파트 단지 곳곳에 흩어져 지내고 있었다(둔촌냥이 추산 250~300마리). 아파트 입구에서 4단지 끝까지 걸어가려면 30분이 넘게 소요된다. 오늘 촬영에서 만난 고양이를 다음 번 촬영에서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었다. 어떤 고양이들에게 어떤 스토리가 생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촬영을 갈 때마다 닥치는 대로 눈에 보이는 모든 고양이들을 촬영한다는 원칙으로 촬영에 임했다. 촬영감독들은 고양이들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늘 무릎을 꿇고 바닥에 엎드려 촬영했다. 어떤 고양이가 주인공이 될지 어떤 고양이에게 어떤 스토리가 생길지 알지 못한 상태로 촬영을 이어나갔다.
가급적이면 만나는 모든 고양이들을 촬영하고, 후에 편집하면서 같은 개체를 찾아내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방식을 택했다. 현재 영화의 주요 캐릭터인 공순, 예냥이, 뚱이, 반달, 깜이 등의 스토리는 반복 촬영을 통해 스토리가 가능한 시퀀스로 만들어낸 것들이다. 길고양이들은 연기 통제가 가능한 동물이 아니다. 우연히 만나는 고양이들을 촬영하며 이야기를 찾아 나간 결과로 영화가 만들어졌다. 고양이들의 일상은 단조로웠고, 그들간의 극적인 사건은 촬영팀이 볼 수 없는 곳에서 주로 밤시간에 은밀하게 벌어졌다. 고양이는 야행성 동물이다. 촬영은 낮에 이루어졌고, 밤에 단지 안에 들어가는 것은 허가되지 않았다. 그러니 영화에 담긴 이야기는 고양이들의 낮의 일상으로 국한될 수밖에 없다. 길고양이들을 관찰하여 개체를 파악하고 하나의 캐릭터로 구축하는 과정은, 사실 무모하고 힘든 영화적 도전이었다. 아파트 단지에 사는 모든 고양이들의 개체를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둔촌냥이>는 단지의 모든 고양이들을 촬영해 각각의 특성과 상태를 목록화해 책자로 만들었다. 책자가 나온 이후에는 고양이들이 촬영 중 보인 특성을 기록했고 개체들의 얼굴 구분에 용이했다.
3. 연출 시 가장 중점을 둔 부분
“고양이들의 이주를 기록하는 것과 더불어 아파트가 사라지는 과정에 중점을 뒀다“
<둔촌냥이> 프로젝트가 사회적 관심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재건축 조합측의 협조 속에 주민들이 떠난 아파트 단지를 촬영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사람들이 출생해서 한 세대를 살고 삶을 마감하 듯, 도시도 생성과 소멸을 하는데 그 소멸을 집약적으로 촬영하고, 그 과정을 고양이들을 기록하면서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주민들이 이주한 아파트가 완전히 사라지는 과정을 방대하게 촬영했다. 재건축 공사 준비에 들어가면서 아파트가 한 동씩 해체되기 시작했고, 수목 이식이 끝나자 아파트가 준공된 때의 이미지에 가까워졌다. 80년대 아파트 홍보 책자에 튀어나온 듯한 아파트 풍경은 낯설었지만 당시의 우리사회의 중산층의 꿈을 집약적으로 담은 이상향에 가까웠다. 공사가 시작되고 건물들이 완전히 사라지자 마치 아파트의 흔적들이 땅에 그려진 누군가의 설계도면처럼 보였다. 검은 흙으로 뒤덮인 둔촌주공아파트의 흔적은 ‘대도시의 죽음’ 현장 같았다.
4. 제작 과정
“2년 반 동안 총 80여 회의 촬영했고, 가장 마음에 든 첫 편집본은 9시간짜리 버전이다“
2017년 5월에 시작된 촬영이 2019년 11월말에 끝냈다. 2년 반 동안 정기적으로 방문해 총 80여 회를 촬영했다. 다행히도 재건축 스케줄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촬영이 예상보다 빨리 마무리되었다. 촬영 스탭들 모두 고양이 촬영은 처음이었기에, 고양이들의 삶에 최소한의 개입을 원칙으로 촬영을 시작했다. 그러나 출연료도 못 주는데 맛있는 거라도 먹이면서 하라는 캣맘들의 원성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 간식을 먹이며 촬영했다. 간식을 먼저 주면 고양이들은 자기 볼일이 끝난 듯 재빨리 사라졌기 때문에, 최대한 우리에게 맛있는 간식이 있다는 티를 내면서 긴장을 유지하며 촬영했고, 헤어지기 전에 보상 차원으로 간식을 제공했다. 촬영이 진행되면서 여기저기서 무질서하게 출몰하는 것처럼 보였던 고양이들이, 사실은 무리별로 집합해 각각의 영역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고양이들 대부분이 이미 TNR(Trap-Neuter-Return; 길고양이를 안전하게 포획해 중성화수술을 한 후 다시 방생 또는 방사하는 것)을 마친 상태였고 먹이가 일정하게 공급되니 이동을 잘 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됐다.
다큐멘터리 제작할 때 시간을 압축하면서 쾌감을 느낀다. 광활하게 펼쳐져 있는 삶의 편린들이 담겨있는 촬영 소스를 매일 규칙적으로 보면서 줄여 나간다. 처음 3개월은 하루에 8시간씩 OK와 NG를 정리하면서 보기만 한다. 그렇게 6개월동안 이야기를 가다듬었고 최초로 9시간짜리 압축 버전을 보았을 때 가장 만족스러웠다. 둔촌주공아파트가 사라지기까지 2년동안의 드라마틱한 변화는 한순간으로 담기기에는 덩치가 큰 이야기였다. 300여 마리의 고양이들이 구조되어 각자에게 맞는 방식으로 삶의 조건을 바꾸는 과정도 100분 영화에 다 담기에는 힘들다. 개체 마다 성장 배경이 달랐고 고양이 각자가 원하는 것도 달랐다. 우리는 한순간 폭파되는 빌딩의 이미지에 익숙하다. 그러나 아파트 단지가 어떻게 해체되어가는 지를 단 몇 초의 스펙터클로 소비하는 것에 늘 아쉬움을 느꼈다. 사람들이 사용하던 삶을 구성하던 모든 요소들과 사물들이 한순간 쓰레기가 되어 커다란 덤프트럭에 실려 어딘가로 이동했다. 40여년간 조성되었던 숲과 그곳에 살던 동물과 식물도 함께 사라졌다. 9시간짜리 버전은 그나마 모든 이야기들이 집요하게 담겨있었다. 개인 창작자의 다큐멘터리가 9시간짜리 영화로 관객들을 만날 수 있는 플랫폼을 기대해본다.
5. 편집에서의 가장 큰 고민
“혐오와 증오를 통한 갈등 서사 구축에 에너지를 쏟고 싶지 않았다”
고양이들을 구조하는 일에 무슨 갈등이 있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동물 ‘구조’와 ‘양육’, ‘돌봄’이라는 주제는 본질적으로 갈등의 폭탄을 장착하고 있다. 둔촌주공아파트에는 고양이와 오랜 관계를 맺어온 헌신적인 주민들이 있었고, 재건축의 압박이 심해지자 고양이 이주를 둘러싼 다양한 갈등들이 표출되었다. 공사가 시작되자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갈등을 어디까지 보여줄 수 있는가 혹은 어떻게 보여주어야 하는가가 편집에서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고양이가 무엇을 원하는 지는 저마다의 경험과 인식의 차이에 따라 의견이 분분했다. 자신들의 경험과 우려, 욕망이 무엇인가에 따라 고양이가 필요로 하는 것도 변했다. 동물 전문가들의 권유도 소용이 없다. 거리의 동물들을 돌보는 일은 희생과 헌신이 필요하다. 동물들의 억울한 죽음과 사고를 일상적으로 경험하면서 감정적으로 격앙된다. 초반에 촬영에 협조적이었던 분들이 갑자기 자신의 촬영 분량 일체를 사용하지 말라고 통보하는 일이 많았다. 그분들의 마음속에 일어난 변화를 헤아리기 쉽지 않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고양이를 두고 반목하고 싸우는 사람들을 보기를 원할까? 그것이 미래지향적인가? 누가 더 나쁜지를 통해 나의 옳음을 증명할 수 있을까? 그 갈등은 사회 어디에나 있는 갈등의 단면일 뿐이었다. 영화에 등장하지 않는 어떤 그룹과의 의견 차이와 갈등이 있었다는 정도면 충분하다. 혐오와 증오를 통한 갈등 서사 구축에 에너지를 쏟고 싶지 않았다. 고양이들이 환경의 변화를 통해 어떻게 삶의 변화를 맞이하는가에 집중해서 편집했다.
6. 폐허가 된 아파트 단지를 보여준 마지막 시퀀스의 의미
“모든 것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장면, 가장 영화적인 엔딩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사는 세계가 그렇게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가장 영화적인 엔딩, 엔딩 다운 엔딩이라고 생각했다. 관객들이 쉽게 볼 수 없는 것을 보여준다는 의미가 크다. 우리는 재개발, 재건축되는 도시가 어떻게 사라지는지 볼 수 없다. 펜스라는 거대한 장막에 가려진 감추어진 세계이기 때문이다. 관객들이 엔딩 장면에서 여전히 떠나지 않던 고양이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궁금증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영화가 끝나고 각자가 사는 동네에서 우연히 길고양이들을 만난다면, 엔딩 장면을 떠올리고 둔촌주공아파트의 고양이가 흘러 흘러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해주면 좋겠다. 서울이라는 도시에 사는 길고양이들에 대한 하나의 서사로 기억되었으면 한다.
글 정재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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