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
Glass Onion: A Knives Out Mystery, 2022
개봉 2022.12.23
장르 범죄,
미스터리,
스릴러등급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39분
국가 미국
평점 ![star](https://cdn.udanax.org/star.png)
6.2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 관련 영상클립
줄거리
브누아 블랑이 라이언 존슨 감독의 새로운 살인 추리극에서 겹겹이 쌓인 미스터리를 파헤치러 돌아온다. 이 대담한 탐정이 새로운 모험을 펼칠 장소는 그리스 섬의 호화로운 사유지. 그러나 그가 어떻게, 무슨 이유로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부터가 무수히 많은 수수께끼의 출발점이다. 블랑은 억만장자 마일스 브론의 초대를 받고 해마다 열리는 모임에 참석한 각양각색의 친구들을 만난다. 초대된 사람은 마일스의 전 동업자 앤디 브랜드, 현 코네티컷 주지사 클레어 디벨라, 최첨단 과학자 라이오넬 투생, 모델 출신 패션 디자이너 버디 제이와 그녀의 성실한 조수 페그, 인플루언서 듀크 코디와 여자친구 위스키 등이다. 이들 모두가 각자 비밀과 거짓, 살인의 동기를 품고 있다. 누군가가 죽은 채로 발견되는 순간, 모두가 용의자가 된다.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 라이언 존슨 감독이 전편에 이어 또다시 각본과 연출을 맡은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 블랑 역으로 돌아온 다니엘 크레이그를 필두로 에드워드 노튼, 자넬 모네, 캐스린 한, 레슬리 오덤 주니어, 제시카 헤닉, 매들린 클라인, 케이트 허드슨, 데이브 바티스타 등 전편 못지않은 초호화 출연진이 총출동했다.
게임은 시작됐다: ‘글래스’의 심장
극 중의 캐릭터들이 그랬듯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을 촬영하기 위해 모인 초호화 배우진은 이 여정이 과연 어떻게 흘러갈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작가이자 감독인 라이언 존슨의 2019년 대성공작 《나이브스 아웃》의 속편을 찍을 생각에 잔뜩 들떴을 뿐.
뉴잉글랜드 교외 지역에 사는 성질 나쁜 가족의 이야기에서 무더운 그리스 섬을 배경으로 서로가 친구인지 원수인지 불확실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넘어간 이번 작품에는 에드워드 노튼, 자넬 모네, 케이트 허드슨, 데이브 바티스타, 캐스린 한, 레슬리 오덤 주니어, 제시카 헤닉, 매들린 클라인이 출연하며, 다니엘 크레이그가 탐정 브누아 블랑으로 돌아온다. 이들은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에 노미네이트된 전편 《나이브스 아웃》에 대한 사랑, 그리고 이번에도 각본과 연출을 맡은 라이언 존슨에 대한 깊은 신뢰로 출연을 결정했다고 한다.
전편의 반전 가득한 미스터리는 관객과 평론가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의 출연진도 이전 작품에 열렬한 사랑을 보낸 관객이었다.
다니엘 크레이그가 까탈스런 패션과 특유의 느린 말투를 자랑하는 블랑으로 복귀하는 것은 사실 전편 촬영이 끝나기 전부터 기정사실이었다. 아니, 적어도 크레이그는 그러기를 바랐다. “《나이브스 아웃》 촬영 중에 그런 얘기를 했었습니다. 하지만 운명은 영화의 신이 결정하죠.” 크레이그가 말한다. “‘정말 좋은 경험이었네, 또 하고 싶다, 그런데 이 영화가 어떻게 될지 누가 알겠어?’ 이런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실제로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것이죠. 멋진 영화가 될 거라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성공할지는 몰랐습니다. 그때부터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기 시작한 거죠.”
지리적 배경은 그리스, 상황적으로는 기억과 비밀, 거짓말을 나누며 서로 의지하는 친구들의 주말 모임이 이 문제의 해답이었다.
“모든 캐릭터가 이 IT 억만장자의 손안에 있어요.” 추리물 마니아이자, 평생 애거사 크리스티를 동경했다는 존슨이 말한다. “이 억만장자가 바로 친구들을 자신이 소유한 섬으로 초대해 살인 미스터리 게임을 여는 인물인데, 이후 상황이 점점 어긋나기 시작하죠.” 밝은 배경과 개성 가득한 캐릭터들, 더 위험해진 속편에 대해 존슨은 “규모가 조금 더 크고 넓어졌기 때문에 재미도 상당했다”고 말한다.
그리스에서 시작해 베오그라드로 촬영 현장을 옮기면서 계속해서 함께한 배우들은 끈끈한 유대감을 쌓았다. 노튼은 이를 여름 레퍼토리 극단(한 극장에 전속되어 한 시즌에 몇 편의 연극을 공연하는 극단)에 비유했다.
“유치한 장난이나 웃음소리, 풍자, 몸 개그는 우리가 실제로 너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모습 그대로 화면에서도 보이는 거예요.” 노튼이 말한다.
“즐거움 그 자체였어요. 라이언의 캐스팅은 언제나 완벽하거든요. 늘 멋진 사람들이 모이죠.” 크레이그가 말한다. “두 편의 영화 모두 완벽한 캐스팅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운이 정말 좋았어요. 분위기도 얼마나 재밌던지요. 모두가 영화의 톤에 완전히 스며들었습니다.”
그렇게 쌓인 동지애는 실제 연기에도 도움이 됐다. 배우들이 서로의 연기력을 북돋아 주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각자 돌아가면서 클로즈업 장면을 찍을 때도 완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모두가 단합했기 때문.
“훌륭한 과정을 목격할 수 있어 정말 영광이었어요.” 배우들이 서로 응원하며 촬영을 진행한 것에 대해 허드슨이 말한다. “다니엘의 촬영 장면에서는 다 같이 치어리더처럼 발차기 응원을 했다니까요.”
“언제나 그런 일이 일어나는 건 아니에요.” 바티스타가 말한다. “저는 아직 배우는 중이고, 여기서 더 배우게 될 것이라는 걸 알았죠. 특히 다른 사람들이 클로즈업 장면을 찍는 것을 옆에서 그저 지켜보며 배우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것들을 느끼는 것만으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어요.”
그러다 보니 출연진이 한 곳에 모여 북적이는 코믹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카메라를 돌려보면 여덟, 아홉 명의 배우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요.” 한이 말한다. “서로 간의 거리를 바로 좁힐 수 있었죠.” 헤닉이 덧붙였다.
“캐스팅을 해 놓고 불가능한 일을 다시 해냈다고 느꼈어요.” 존슨이 말한다. “첫 번째 영화와 정말 비슷한 감정이었어요. 그때도 ‘와, 이런 특별한 사람들이 한데 모여서 진심으로 즐겁게 촬영에 임하고 있다니!’라고 감탄했었거든요. 그런 일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이 영화는 보는 사람들이 즐겁게 단서를 찾으며 이런저런 분석을 하고 웃을 수 있는 영화예요.”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을 통해 관객이 무엇을 얻었으면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모네가 대답한다. “이 영화를 만들며 느꼈던 즐거움이 관객 여러분께도 전달되었으면 해요.”
배우들은 촬영하며 느꼈던 즐거움만큼이나 이 영화의 표면 아래 담긴 메시지가 좋았다고 말한다. “재미와 활기, 촬영지의 설렘도 있지만, 그 밑에는 사람들 사이의 권력 구도, 그리고 통제와 권력에 대한 욕구를 담은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어요. 여러 요소들이 겹겹이 쌓여 있죠.”
노튼이 이에 동의하며 덧붙인다. “라이언은 정말 훌륭한 작가답게 현재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사회적 다이내믹을 억지스러움 없이 현대적인 풍자로 승화시켰어요.”
궁극적으로는 출연진 모두가 미스터리를 즐겼다고 한다. “미스터리가 영화로 아주 잘 만들어진 것을 보면 기분이 좋아요.” 영화광인 크레이그가 말한다. “영화를 보며 놀라는 게 쉽지만은 않거든요. 영화의 언어를 제대로 재구성했을 때의 효과는 어마어마해요.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주죠. 이번 영화는 그것을 목표로 했다고 생각해요. 라이언이 그 부분을 훌륭하게 작업해 주었어요. 훌륭한 영화감독이 만든 영화는 보고 있을 때 마음이 편하잖아요. 라이언 존슨의 영화를 볼 때는 그런 느낌인 것 같아요. 그가 만든 영화들이 참 좋습니다.”
노튼은 미스터리의 여왕이 인정할 만하다고 말한다. “애거사 크리스티가 이 영화를 본다면 진심으로 웃으면서 응원할 것 같아요.”
한 겹씩 비밀을 벗기다: 작가・감독・프로듀서 라이언 존슨과의 대화
첫 번째 영화를 찍고 얼마나 지나서 속편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했나요? 아니면 촬영 중에 그런 생각이 들었나요?
첫 번째 영화를 찍을 때 다니엘과 함께 공개적으로 이 부분을 논의했어요. “만약 사람들이 이런 걸 좋아한다면 더 만들어도 재밌지 않을까?” 저희 둘이 좋아하는 장르를 우리 나름의 스타일로 만들어내고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예상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정말 뜻밖의 기쁨이었죠. 속편을 결정하게 된 것은 매번 정말 즐겁고 독특한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아서였어요. 상당히 오랫동안 창의적으로 만족할 만한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고, 매번 똑같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었죠.
속편 제작을 결정했을 때, ‘전편을 어떻게 넘지?’라는 생각은 하셨나요?
거의 바로 했죠. 영화가 세상에 나와서 대중의 손에 들어가게 되면, 신비한 마력이 작용해서 순식간에 제 외부의 것이 되어 버려요. 어떻게 만들었는지도 잊어버릴 정도로요. 약간 무섭기도 했어요. 지금까지 제 영화의 후속작을 만든 적이 없었거든요.
저에게 애거사 크리스티는 이 장르의 기반과도 같은 존재예요. 어렸을 때부터 읽었고, 가장 친숙하기도 하죠. 애거사 크리스티는 매번 이야기의 배경과 캐릭터를 바꾸기만 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장르에 추리물을 결합하는 것을 해냈죠.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서는 고딕 로맨스나 슬래셔 장르를, 《ABC 살인사건》에서는 스파이물이나 연쇄 살인마 스릴러를 조합했어요. 매번 독특하고 신선하게 느껴지는 방식을 찾아내는데, 작가에게 창의적인 도전이었겠다는 생각이 들죠. 결말을 보면 작가가 어떤 점에서 즐거움을 느껴 이 책을 썼는지를 알 수 있어요. 많은 경우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스토리텔링을 해 나간 거죠. 저 역시 이 점에 집중했습니다. 그런데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 작업을 시작하면서부터는 ‘이런, 《나이브스 아웃》을 어떻게 넘지?’ 같은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너무 달랐거든요. 그냥 ‘새로운 이 작품을 어떻게 하면 가장 잘 구현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었죠.
미스터리물과 추리물을 만드는 사람은 두 종류가 있는 것 같아요. 관객이 미스터리를 스스로 풀어나가기를 원하는 사람과 관객을 놀라게 하고 싶은 사람이죠. 라이언은 놀라움을 추구하는 유형인 것 같아요. 관객이 영화를 보면서 이리저리 추리하는 것보다 그저 즐기는 것을 원하시는 거죠?
그럼요. 현실적으로 이 부분이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이 성공한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전편에 대해 묘사할 때 제가 계속 쓰는 표현이 바로 ‘단어 맞추기 퍼즐이 아닌, 롤러코스터’라는 말이에요. 추리물을 쓸 때 가장 흔히 하는 실수가 바로 단어 맞추기 퍼즐을 만드는 거라고 착각하는 겁니다. 관객이 직접 분석하고 파악하는 것이 재미라고 생각하는 거죠. 저는 추리물을 읽거나 영상으로 볼 때마다 3분의 1 지점부터 추리하는 것을 포기해요.
실제로 작품의 성공을 결정짓는 것은 이야기이고, 추리물도 마찬가지예요. 마음이 가는 캐릭터가 있는가? 감정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가? 캐릭터들과 함께 이 이야기에 푹 빠져 있는가? 그런 다음, 모든 비밀이 드러나면서 범인이 밝혀지는 부분과 그 모든 게 촘촘히 쌓여있는 것이 이런 장르의 재미가 되는 거죠.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게 온몸을 지탱하는 척추 역할을 할 순 없어요. 그저 좋은 이야기가 필요한 거죠.
관객들은 그저 롤러코스터가 가는 곳으로 몸을 맡기면 되는군요. 그런데 3분의 1 지점에서 포기하신다는 말이 흥미로워요. 처음 3분의 1은 추리해 보려고 하시는 건가요? 관객 중에는 그냥 여정을 즐겨달라는 의도에도 불구하고 직접 추리하고 싶어하는 분들이 있을 것 같은데요.
늘 그렇죠. 그러지 않는 것이 불가능해요. 그렇게 이야기가 제시되니까요. ‘아, 이 사람이 한 게 분명해. 잠깐, 아닌 것 같네. 저 사람이 한 거구나. 아니야, 저 사람인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의도야. 그러니까 실제로는 이 사람인 거지.’ 이런 생각을 해요. 그러다 이런 사고 과정이 없어지고 그냥 ‘그래, 난 아무것도 모르겠어. 어떻게 흘러가는지 보자.”라는 식이 되죠. 내가 맞출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시작하는 게 추리물의 재미 중 하나예요. 또 관객이 납득할 수 있게 만드는 것도 저에게는 중요해요. 모든 답을 아는 상태에서 영화를 다시 보면, 모든 게 다 들어가 있고 단서들이 명확한 것 말이죠. 딱 맞는 조각들이 펼쳐져 있는 거예요.
미스터리를 구성하는 과정은 어떻게 진행됐나요?
《나이브스 아웃》 때와 비슷했어요. 제일 처음 떠올린 것은 매우 개념적인 측면의, 이야기 기반의 구조였어요. ‘이런 일이 일어났다가 저런 일이 일어나서 관객에게 이런 효과를 주는 살인 미스터리를 해보면 재밌겠다’라는 느낌을 아주 색다르면서도 구조적이고 이론적인 방식으로 시도하는 것이었죠. 그게 시작이었어요. 그러다 전편과 비슷하게 뉴스나 세상에서 본 것들, 제 인생에서 경험했던 것들을 머릿속에서 굴려봤어요.
《나이브스 아웃》과 앞으로의 시리즈에서 보게 될 특징 한 가지는 언제나 배경이 현시점이라는 거예요. 그래서 언제나 현 문화를 사는 캐릭터들의 모습이 나올 예정이죠. 그 말인즉슨, 요즘 사람들의 머릿속에 있는 것이 제 머릿속에도 있는 것이고 영화에도 담겨있을 겁니다. 구조적 개념과 저에게 감정적으로 와닿는 것, 그리고 구체적인 미스터리에 대한 아이디어가 모두 합쳐졌을 때 게임이 시작된다고 할 수 있어요.
스웨터를 입어야 하는 쌀쌀한 뉴잉글랜드 지역에서 정반대인 지역으로 배경을 옮기셨어요. 그리스에서 촬영을 진행한 이유에는 전편의 설정을 뒤엎으려는 의도가 있었나요?
가장 큰 이유는 단순히 2020년 록다운(도시봉쇄) 시기에 각본을 쓰고 있어서, 해변에서 휴가를 보내고 싶었을 뿐이에요. [웃음] 의도적으로 뒤엎으려고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영화가 전편을 다시 만드는 느낌이 아니라는 매우 명확한 신호를 심는 것이 재밌을 것 같았어요. 다른 장소에 간다는 것을 드러내고 싶었고, 다른 분위기라는 것도 보여주고 싶었어요. 매번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보여준다고 말이죠. 그 점을 생각하면 두 번째 영화에서 이런 변화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이 합당한 결정 같았습니다.
이번 영화의 톤에 있어서도 유머와 더 밝은 감성을 넣었다고 하는데요.
맞아요, 톤이 더 다채로워졌어요. 전반적으로 유머도 더 넣었고요. 배우보다는 캐릭터 측면에서 어떤 사람들이 등장할지를 생각하니 이런 톤이 되어야 맞는 것 같았어요. 예를 들어 마일스 브론 같은 억만장자 IT 거물을 생각해 보면, 이런 사람들은 뉴스에서 매번 새로운 소식으로 등장해요. 그걸 보면서 ‘저게 어떻게 진짜야?’라는 생각을 하게 되죠. 모두의 이목을 끄는 요란한 사람인 거예요. 그러다 보니 다른 캐릭터들도 그의 수준에 맞게 설정됐어요. 정치인부터 록스타 과학자, 패션계의 거물, 유튜브 인플루언서 등 직업도 다양하죠. 캐릭터들의 설정이 조금 더 화려한 면이 있어요. 그들의 실제 삶도 그럴 테니까요.
어떤 면에서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이야기는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거짓말로 이뤄진 서커스 같은 세상이에요. 영화의 톤은 이 이야기를 살리는 캐릭터들의 특징에 영향을 받은 거죠. 결과적으로 꽤 재밌어졌어요.
그런 맥락에서 보면 욕심과 부패, 권력 구도를 사회적 풍자로 다루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첫 번째 영화와 주제가 비슷한 것 같아요. 특별히 누군가를 손가락질하는 것은 아니지만, 메시지는 전해지죠.
맞습니다. 배경을 현재로 설정하고 캐릭터들이 알아서 대화하게 하는 순간, 전체적인 주제는 지금 시기와 관련된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이어져요. 전편과 비슷하게 이번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엔터테인먼트예요. 교훈 전달이 아니라요. 그래도 생각할 거리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 모든 게 의도적이죠.
이번 영화에서 브누아 블랑은 어떻게 다른가요?
제 생각에 이번 영화에서 블랑은 좀 더 중심적인 역할을 해요. 이번엔 그를 조금 더 잘 알게 될 겁니다. 첫 번째 편에서는 영화 구조상 아나 데 아르마스의 캐릭터인 마르타가 주인공에 가까웠어요. 블랑은 어떤 면에서 위협에 가까웠죠. 이야기 구조상 거의 악역이나 다름없었어요. 그의 추리가 맞아 들어갈수록 ‘마르타를 잡아서 경찰에 넘기면 어떡하지’ 하면서 보게 되니까요. 즉, 첫 번째 영화에서 블랑은 항상 주인공의 반경 밖에 있는 조금 더 수수께끼 같은 존재였어요. 반면 이번 영화에서는 이 섬에서 벌어진 살인 미스터리에 직접 초대를 받고 오게 됩니다. 관객들은 블랑의 시선으로 캐릭터들을 만나게 되고 영화 속 세상에 발을 들이게 되죠. 블랑은 조금 더 중심 역할을 해요. 관객이 세상을 바라보는 렌즈라고도 볼 수 있어요. 처음부터 관객은 그의 관점을 따라가며 전체적인 세상을 받아들이니까요.
다니엘은 블랑이라는 역할과 블랑이 지닌 별난 매력을 즐기는 것 같아요. 그와 다시 호흡을 맞춘 경험은 어땠나요?
제가 이 시리즈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는 엄청난 즐거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에요. 이런 장르에서 다니엘과 함께 호흡을 맞추고 그 과정과 유머를 즐기는 것, 그리고 매번 새로운 출연진과 함께하는 것, 그 모든 것이 저에게 행복을 주죠.
출연진 모두가 함께 촬영하는 경험을 매우 즐겼던 것 같아요. 이 배우들이 서로 잘 어우러질 거라는 걸 어떻게 아셨나요?
운이라고 볼 수 있죠. 캐스팅할 때는 디너 파티에 초대할 사람을 고른다고 생각하고 잘 어울릴 조합을 고르려고 해요. 하지만 실제로는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그러면서도 결국 각각의 역할에 잘 맞는 배우들을 캐스팅해야 하죠. 주사위를 던진 채 숨을 죽이고 기다리는 것 같달까요. 다행히 저희는 조화를 아주 잘 이루는 멋진 캐스팅을 해냈습니다. 그런 점에서 관객분들도 모두가 함께 좋은 시간을 보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영화에서 정말 많은 일이 일어나는데요, 다양한 톤의 변주를 어떻게 연결하셨나요?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된 건가요? 아니면 그 균형을 찾기 위해 의도적으로 조절하셨나요?
느낌을 따라간 것 같아요. 유일한 기준점은 ‘맞다는 느낌이 드는가?’였죠. 커다란 펀치 라인이나 물리적으로 거대한 장면을 찍을 때도 그것이 진정성 있게 느껴지는지는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어요. 완전히 비현실적인 장면이라 하더라도요. 프로덕션을 진행하면서 계속해서 감지해야 하는 어렴풋한 느낌에 가깝습니다.
진짜 선택은 편집할 때 이루어져요. 많이들 얘기하지 않는 부분이지만, 실제로 작품의 톤을 가다듬는 것은 편집 과정이에요. 물론 촬영할 때도 모든 것을 잘 판단해야 하고, 이런저런 시도를 하죠. 하지만 실제로 그 장면이 살지 죽을지는 어떤 테이크를 사용할지 선택하는 과정에서 결정됩니다. 살려야 할 것, 버려야 할 것을 고르는 거죠. 그때는 정말 의식적으로 ‘이 부분이 영화의 유기적인 스펙트럼을 벗어나지는 않는가?’를 생각해야 해요.
음악 이야기를 해볼게요. 매력적인 사운드트랙뿐만 아니라 ‘데이비드 보위’에서 ‘리틀 리버 밴드’에 이르는 아티스트의 기존 발매 노래들을 사용하셨는데요.
영화에 사용된 노래들은 그리스에서 촬영하는 동안 제가 들었던 노래들이에요. 저를 행복하게 해주는 노래들이죠.
사운드트랙은 제 사촌인 네이선 존슨과 작업했어요. 10살 때부터 함께 영화를 만들어 온 제 동료죠. 제 영화의 모든 사운드트랙은 네이선이 작업했어요. 재밌었어요. 《나이브스 아웃》에서는 실내악 음악에 날카로운 스트링을 사용한 음악이었는데, 이번 영화는 니노 로타의 《나일 살인사건》 사운드트랙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죠. 거대하고 웅장하면서 로맨틱하고 세련되길 바랐어요. 네이선의 이번 음악이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모든 것을 쏟아 넣은 것 같아요.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의 모티브는 어떻게 시작됐나요? 비틀스 노래로 시작됐나요?
아니요. 일단 처음엔 마일스 브론이라는 억만장자 캐릭터를 상상했어요. 사유지인 섬에서 사건이 일어날 것이고, 그가 지은 구조물이나 맨션이 있을 거라 생각했죠. 동시에 저는 블랑이 물고 늘어질 만한 은유가 될 수 있는 재미있는 재료를 찾고 있었어요. 그리고 이번 영화의 전체적인 이야기와 미스터리가 펼쳐지는 방식을 생각해 보면 마지막에 복잡하고 숨은 의미가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어요. 맨 처음부터 대놓고 투명하게 보여주죠. 그래서 유리라는 아이디어가 생각났어요. 투명하니까요.
정말 솔직하게 말하자면 제 핸드폰을 꺼내서 음악 라이브러리에 들어가 ‘glass’를 쳤어요. ‘glass’가 들어간 좋은 노래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요. ‘유리 요새가 나올까? 유리 성이나 유리 인간이 나올까?’하고 있는데 제가 비틀스를 매우 좋아하다 보니 첫 번째로 나온 곡이 ‘Glass Onion’였어요. ‘이거 괜찮은데’ 싶었죠. 블랑에게 음미할 거리를 준다는 점에서도 완벽한 은유였어요. 관객과 함께 플레이하는 이번 게임이 딱 그렇기도 하고요. 그래서 이 노래를 찾았을 때 ‘그래, 이거지’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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