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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이 양반은 대역 죄인이니 너무 잘해줄 생각들 말어”순조 1년, 신유박해로 세상의 끝 흑산도로 유배된 ‘정약전’.
호기심 많은 '정약전'은 그 곳에서 바다 생물에 매료되어 책을 쓰기로 한다.
이에 바다를 훤히 알고 있는 청년 어부 ‘창대’에게 도움을 구하지만
‘창대’는 죄인을 도울 수 없다며 단칼에 거절한다.
“내가 아는 지식과 너의 물고기 지식을 바꾸자"
‘창대’가 혼자 글 공부를 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정약전’은
서로의 지식을 거래하자고 제안하고
거래라는 말에 ‘창대’는 못 이기는 척 받아들인다.
둘은 티격태격하면서도 점차 서로의 스승이자 벗이 되어 간다.
"너 공부해서 출세하고 싶지?"
그러던 중 '창대'가 출세하기 위해 공부에 매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정약전'은 크게 실망한다.
‘창대’ 역시 '정약전'과는 길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정약전'의 곁을 떠나 세상 밖으로 나가고자 결심하는데...
[ 화젯거리 ]
<사도>, <동주>, <박열> 이준익 감독
역사 속 사람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시대극의 대가
2021년, 깊은 울림 전할 명작의 탄생을 예고하다
이준익 감독은 조선 왕조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가족사를 다룬 정통 사극 <사도>, 평생을 함께 할 친구이자 영원한 라이벌이었던 시인 윤동주와 송몽규 열사의 청년 시절을 담아낸 <동주>, 암울했던 일제강점기에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이념을 따랐던 독립투사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의 강렬한 삶을 그려낸 <박열> 등 전작을 통해 사람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을 담아내며 세심한 연출력을 선보여왔다. 그동안 ‘사건’이 아닌 ‘사람’에 집중하여 역사 속 인물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현시대까지 관통하는 가치를 찾아낸 이준익 감독이 2021년, 영화 <자산어보>로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이준익 감독은 전쟁이나 정치사와 같이 역사적인 사건을 스토리의 동력으로 삼는 보통의 사극과 달리, 그 시대에 몸부림치며 살아왔을 사람들의 흔적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의도에서 <자산어보>를 연출했다. 그는 조선시대의 학자 ‘정약전’을 조명하고, [자산어보] 서문에 등장하는 ‘창대’라는 인물을 새롭게 발견함과 동시에 두 사람의 관계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간다. “한 시대에 위대한 인물이 있다면 그는 혼자 존재하지 않는다. 옆에는 그 못지않게 위대한 인물이 있다”라고 전한 이준익 감독은 시대를 통해 인물을 꿰뚫는 통찰력으로 다시 한번 관객들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전할 것이다.
믿고 보는 탁월한 연기력의 설경구X변요한
대한민국 대표 배우진이 선보이는 완벽한 시너지
빈틈없는 열연으로 스크린을 가득 채우다
<자산어보>는 매 작품 대체할 수 없는 연기력을 선보이는 설경구와 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변요한을 필두로 한 대한민국 대표 연기파 배우들의 의기투합으로 완성됐다.
영화 <해운대>, <감시자들>, <소원>,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살인자의 기억법> 등 장르를 불문하고 압도적 열연을 펼쳐왔던 배우 설경구는 <자산어보>의 ‘정약전’ 역을 맡아 첫 사극 영화에 도전한다. 그는 “역사적, 학문적 지식보다는 직접 ‘정약전’이라는 인물이 되어 세상을 느끼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라고 전하며 유배지 흑산도에서 바다 생물에 눈을 뜬 ‘정약전’ 역으로 사극 영화에 도전한 소회를 밝혔다. “굳이 묻지 않고, 말하지 않아도 설경구가 연기하는 그대로가 ‘정약전’ 그 자체였다”라고 전한 이준익 감독의 말처럼 설경구는 ‘정약전’이라는 인물이 되어 캐릭터에 완벽히 녹아들었다.
한편 변요한은 ‘정약전’과 만나 서로의 지식을 나누며 가치관의 변화를 겪는 ‘창대’ 역을 맡았다. 그는 드라마 [미생]으로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은 후,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하루> 등의 작품을 통해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넘나들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변요한은 다양한 작품에서 보여준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바탕으로 <자산어보>의 ‘창대’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그려내며 그만의 존재감을 여실히 입증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설경구가 “<자산어보>는 변요한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빛나는 작품이 될 것이다”라고 자신했을 만큼, 스크린을 통해 펼쳐질 그의 열연이 관객들을 매료시킬 전망이다.
여기에 아카데미와 칸을 휩쓴 화제작 <기생충>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각종 영화제의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이정은은 ‘정약전’을 살뜰히 챙기는 흑산도 여인 ‘가거댁’ 역을 맡아 극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또한 ‘창대’의 소꿉친구 ‘복례’ 역의 민도희, 흑산도 주민 ‘풍헌’ 역의 차순배, ‘정약용’의 수제자 ‘이강회’ 역의 강기영이 <자산어보>에 합류해 다채로운 캐릭터를 안정적으로 소화했다. 뿐만 아니라 동방우, 정진영, 김의성, 방은진, 류승룡, 조승연, 최원영, 조우진, 윤경호 등 이름만으로 신뢰감을 주는 배우들이 <자산어보>에 대거 우정 출연해 기대감을 높인다. 이준익 감독은 “탄탄한 연기력과 인지도를 모두 갖춘 배우들의 출연을 통해 관객들에게 더욱 가깝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이야기가 완성됐다”라며 분량과 상관없이 작품에 합류해 준 배우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들의 빈틈없는 열연은 극을 풍성하게 채울 것이다.
바다 생물에 눈을 뜬 학자 ‘정약전’과 글 공부가 좋은 청년 어부 ‘창대’
서로의 스승과 벗이 된 두 사람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묵직한 울림을 전하다
영화 <자산어보>는 흑산으로 유배된 후, 책보다 바다가 궁금해진 학자 ‘정약전’과 바다를 벗어나 출셋길에 오르고 싶은 청년 어부 ‘창대’가 [자산어보]를 집필하며 벗이 되어가는 이야기다. 역사 속에 숨어 있던 ‘정약전’과 ‘창대’라는 인물과 그들의 관계를 조명한 <자산어보>에는 기존 사극에서 쉽게 만나볼 수 없었던 캐릭터들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이준익 감독은 “이질적인 관계가 동질화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은 벗이 될 수밖에 없다”라고 전하며 신분도 지향점도 달랐던 ‘정약전’과 ‘창대’가 그려낼 영화 속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을 자아낸다.
명망 높은 사대부 집안의 학자 ‘정약전’은 성리학 사상을 고수하는 다른 양반들과 달리 열린 사상을 지닌 인물이다. 유배지 흑산도에서 정형화된 학문적 수양보다 명징한 사물 공부에 관심을 갖게 되는 ‘정약전’은 진정으로 백성을 위한 지식이 무엇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찰한다. 특히 민중의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어류학서를 집필하기 위해 섬 청년 ‘창대’에게 서로가 가진 지식을 거래하자고 제안하는 ‘정약전’의 모습은 당시 신분 질서가 강했던 사회에서 그가 가졌던 열린 사상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나라가 요구하는 질서에 순응하기보다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성찰하는 ‘정약전’은 여타 사극에서 표현되는 학자 캐릭터의 고정관념을 탈피한 모습으로 현시대의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것이다.
한편 흑산도에서 나고 자란 ‘창대’는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는 것보다 글 공부를 더욱 중시하는 청년 어부다. ‘창대’는 나라의 통치 이념인 성리학을 제대로 알고 실천하는 것이 백성을 위한 길이라 믿고 섬에서 힘겹게 서적을 공수해 읽으며 흑산도를 벗어나 출셋길에 오르는 것을 꿈꾼다. 또한 그는 사학죄인인 ‘정약전’을 멀리하려는 고지식한 성정부터 관아의 수탈로 고통받는 섬 주민들을 위해 앞장서서 관리를 찾아가는 배포까지 두루 갖춘 인물이다. ‘정약전’과의 만남을 통해 식견을 넓히고 성장하는 ‘창대’의 캐릭터는 영화 속에서 입체적으로 표현되며, ‘정약전’ 캐릭터와 함께 극을 이끌어가는 중심축이 된다. 이처럼 <자산어보>는 여타 사극 작품에서 묘사됐던 정통적인 양반과 평민의 이미지와 확연히 다른 ‘정약전’과 ‘창대’의 모습을 통해 개성 강한 두 캐릭터가 만들어낼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낸다. 서로 다른 신분과 가치관으로 좀처럼 어울릴 것 같지 않던 두 사람이 서서히 가까워지는 과정은 새로운 재미를 선사함과 동시에 묵직한 영화적 울림을 전할 것이다.
배움이 아닌 민중의 삶을 위한 실용 서적
1814년 ‘정약전’과 섬 청년 ‘창대’가 함께 집필한 어류학서
[자산어보]의 의미를 스크린에 담아내다
영화 <자산어보> 속 ‘정약전’과 ‘창대’ 간 관계의 매개체가 되는 어류학서 [자산어보]는 1814년 ‘정약전’이 ‘창대’의 도움을 받아 흑산도 연해에 서식하는 물고기와 해양 생물 등을 채집해 명칭, 형태, 분포, 실태 등을 기록한 서적이다. 그림 없이 세밀한 해설로 수산 생물의 특징을 서술한 [자산어보]는 해양 자원의 이용 가치는 물론 당시 주민들의 생활상까지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물고기와 해양 생물의 맛을 기록하고 간단한 요리법까지 덧붙인 [자산어보]는 정약전이 저술한 서적 중 실용적인 측면을 최대한으로 강조한 책으로 관심을 모은다.
[목민심서], [경세유표], [여유당전서] 등을 저술하며 나라의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실학사상을 집대성했던 동생 ‘정약용’과 달리, 나라의 질서보다는 민중의 삶을 위한 실질적인 지식이 무엇인가에 더 집중했던 ‘정약전’의 사상은 그의 저서 [자산어보]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특히 [자산어보]는 학식과 명망이 높은 학자 ‘정약전’이 흑산도 청년 어부 ‘창대’의 도움을 받아 집필한 서적이라는 점에서 신분과 나이를 초월한 두 사람의 관계가 함축되어 있어 그 의미가 더 크다. 이준익 감독은 “정약전이 [자산어보]라는 책을 왜 쓰게 되었는지, 어떻게 유학자가 그토록 상세하게 자연을 책으로 기록할 수 있었는지에 집중하다 보니 ‘창대’라는 인물과의 관계를 발견할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이처럼 영화는 어류학서 [자산어보]라는 소재를 통해 ‘정약전’이 가진 가치관과 더불어 ‘정약전’과 ‘창대’ 두 인물 간의 관계를 진정성 있게 그려낼 것이다.
[ 제작일지 ]
자산어보 집필 일지 1.
색채를 덜어내고 담백한 흑백으로 그린 조선시대
인물의 감정을 정직하게 담아내는 무채색의 미학
한 폭의 수묵화 같은 영상으로 깊은 몰입감과 감동을 전하다
조선시대를 흑백으로 그린 <자산어보>는 무채색의 미학을 담은 수려한 영상미를 자랑한다. 이준익 감독은 “흑백이 주는 장점은 선명성이다. 현란한 컬러를 배제하면 물체나 인물이 갖고 있는 본질적인 형태가 더욱 뚜렷하게 전달된다. 선명한 흑백으로 조선시대 풍물을 들여다보니 그 시대와 인물의 이야기가 더 가깝게 느껴졌다”라며 <자산어보>를 흑백으로 그린 의도를 전했다. 흑과 백으로 담백하게 표현된 <자산어보>는 광활한 자연의 풍광을 한층 깊이 있게 담아내며 한 폭의 수묵화처럼 아름다운 영상을 탄생시켰다.
이와 같이 <자산어보>를 완성도 높은 흑백 화면에 구현하기 위해 배우와 제작진은 특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창대’ 역의 변요한은 “색채감으로 시선을 분산시킬 수 없기 때문에 관객들이 배우의 눈과 표정, 목소리에 집중하실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매 순간 관객들에게 ‘창대’의 진심이 닿을 수 있도록 신경 쓰며 연기했다”라고 전했다. 이정은 역시 “흑백 화면에서는 캐릭터들의 섬세한 감정이 굉장히 디테일하게 묘사된다”라며 흑백 영화에 도전하며 느낀 점을 밝혔다. 이렇듯 화려한 색감을 덜어낸 화면은 인물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정직하게 담아내기 때문에, 배우들은 섬세한 연기로 관객의 몰입감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또한 제작진은 의상과 소품이 가진 질감과 윤곽을 더욱 부각해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공들였다. 특히 <관상>, <사도>, <박열> 등 많은 시대극에 참여했던 심현섭 의상 실장은 <자산어보> 속 의상의 소재를 선택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그는 “흑산도 주민들의 의상 대부분을 삼베 소재로 만들었고 거기에 해진 생활감을 더해서 보다 거친 질감을 표현했다”라며 흑백 화면에 어민들의 삶을 효과적으로 담기 위해 노력한 점을 밝혔다. 또한 그는 극의 초반부 유배지에 온 ‘정약전’에게 부드러운 재질이 두드러지는 마직 소재의 의상을 입혀 주민들과의 차별성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며 인물이 가진 특성을 의상을 통해 더욱 부각시켰다. 뿐만 아니라 유청 소품 기사는 “흑백 화면에선 검은색과 빨간색이 거의 같은 색으로 보여 색의 톤 차이에 더욱 신경을 써야 했다”라며 소품이 가진 세세한 요소들까지 흑백 화면에서 온전하게 시각화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렇듯 <자산어보>는 흑백의 강점을 더욱 부각해 정교하게 구현된 영상으로 관객들을 매료시킬 것이다.
자산어보 집필 일지 2.
200여 년 전 정약전이 마주한 아름다운 자연
위대한 선인의 자취와 역사적 깊이를 간직한 공간까지
우리나라 곳곳에 숨어있던 절경을 담다
이준익 감독이 “실제 정약전이 유배를 가서 그 지역의 풍물을 느꼈던 것과 가장 유사한 조건으로 촬영하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전한 것처럼, 제작진이 로케이션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정약전의 유배지 흑산도를 스크린에 가장 온전히 재현할 수 있는 장소를 물색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 흑산도는 해변에 해안 도로가 없는 것을 포함해 영화 촬영에 적합한 제반 여건이 형성되어 있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준익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은 흑산도 근방의 큰 섬 중에서도 실제 유배지와 가장 유사한 조건을 가진 도초도, 비금도, 자은도 등 최적의 장소를 물색해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했다.
먼저 ‘정약전’이 주로 거주하는 ‘가거댁’ 초가집 세트는 탁 트인 바다 전경을 한눈에 내려볼 수 있는 도초도의 절벽 위에 설치했다. 더불어 어민들의 삶이 담긴 포구 장면은 자은도의 해변에서 촬영하며, 수백 년 전 정약전이 보고 느꼈던 환경을 최대한 스크린에 재현했다. 뿐만 아니라 극 중 ‘창대’가 ‘정약전’의 서신을 들고 찾아가는 강진에서는 실제 정약용의 숨결이 녹아 있는 다산초당과 백련사에서 촬영해 사실감을 더하고 유서 깊은 건축물에 녹아 있는 깊이를 느끼게 했다.
배우 설경구는 “20년 넘게 영화 일을 했는데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촬영지가 될 것 같다. 영화를 찍으면서 절경에 감탄한 적이 많았다”라며 <자산어보>에 담긴 풍광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렇듯 <자산어보>에 담긴 수려한 절경과 역사적 공간들은 풍성한 볼거리를 선사하며 관객들로 하여금 1800년대 조선의 시간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 것이다.
자산어보 집필 일지 3.
사실감을 살리기 위한 배우들의 연기 열정과
세 차례의 태풍도 이겨낸 제작진의 투혼
<자산어보>의 완성도를 한층 끌어올리다
<자산어보>는 맡은 역할을 완벽하게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 배우들의 연기 열정과 기상 악조건 속에서 고군분투한 제작진의 투혼으로 완성됐다. 먼저 설경구는 실존 인물인 ‘정약전’ 역을 맡은 만큼, 인물에 온전히 몰입하고 연기에 진정성을 담는 것에 가장 중점을 뒀다. “200여 년 전, ‘정약전’이 낯선 공간인 흑산도에서 느꼈을 감정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라고 전한 그는 태풍으로 인한 촬영 취소에도 섬에 남아 생활하는 등 ‘정약전’ 그 자체가 되어 쌓은 감정선을 깨뜨리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이를 통해 설경구는 유배길에 오른 ‘정약전’의 복잡한 심경부터, 흑산도 사람들과 동화되어 섬 생활에 적응하는 과정, 나아가 바다 생물에 새롭게 호기심을 가지는 모습까지 입체적인 캐릭터의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낼 수 있었다.
또한 흑산도 청년 어부 ‘창대’로 분한 변요한은 전문가에게 직접 어류 손질법을 훈련받으며 극에 사실감을 더했다. 그는 치열한 연습 끝에 해양 생물의 배를 가르고 내장을 분리하는 등 어류를 손질하는 장면을 능숙하게 소화해 현장을 놀라게 했다는 후문이다. 뿐만 아니라 사투리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기 위해 전라도 출신 지인들과 지속적으로 대화를 나누고, 혼자서도 사투리로 대화를 자연스럽게 이끌어나갈 수 있을 정도로 연습에 매진했다. 또한 촬영 전부터 미리 잠수법과 수신호를 익히며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 첫 촬영이었던 5M 수심에서의 수중 촬영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이에 더해 이정은 역시 극 중 홍어와 문어 등의 해산물을 능수능란하게 다루기 위해 전문가에게 훈련을 받았고, 민도희 또한 물 공포증을 극복하고 성공적으로 수중 촬영을 마칠 정도로 훈련에 적극적으로 임해 현장에 있던 제작진을 감탄하게 했다.
제작진은 환경적인 악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총력을 다했다. ‘창대’가 어업 활동을 하는 바닷가 촬영지는 서해안 끝에 위치해 조석 간만의 차가 컸다. 그래서 제작진은 물 때에 맞춰 장비를 옮겨가며 촬영을 해야 했다. 또한 제작진은 촬영 기간 중 세 번의 태풍과 가을장마를 만났다. 특히 ‘정약전’이 머무는 ‘가거댁’의 초가집 세트는 절벽 위에 자리해 태풍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제작진은 태풍 예보가 있는 날마다 그물과 비닐로 초가집을 동여매고 말뚝을 박아 고정시키는 작업을 반복하며 세트를 지킬 수 있었다. 이처럼 많은 이들의 노력과 열정은 영화 <자산어보>의 완성도를 끌어올려 2021년 관객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자산어보 집필 일지 4.
소박한 민중의 삶과 자연을 조화시킨 공간
세세한 요소 하나까지 정성을 담아 제작한 소품
조선시대 흑산도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내다
<자산어보>의 제작진은 영화 속 모든 공간과 소품을 시대적 배경에 맞게 제작하기 위해 각별히 노력했다. 가장 심혈을 기울인 공간은 극 중 ‘정약전’의 거처인 ‘가거댁’ 초가집 세트였다. “영화 속 공간이 가진 미술적인 요소들이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해치지 않고 어우러지길 바랐다”라는 이재성 미술 감독의 말처럼 ‘가거댁’의 초가집은 주변의 섬과 바다가 만들어내는 절경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공간으로 탄생했다.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대청마루와 그 주변을 고즈넉하게 감싸고 있는 마을 풍경은 당대 민초들의 삶의 공간을 표현함과 동시에 그곳에 유배 온 조선시대 선비의 풍류를 더한 특색 있는 공간을 완성했다.
극을 풍성하게 살리는 다양한 소품들도 눈여겨볼만하다. 제작진은 집집마다 마당 한 켠에 생선이나 해조류, 어구(물고기를 잡거나 채취하는 데 쓰이는 기구)를 말리는 설정을 더해 섬마을 사람들의 정서와 분위기를 표현했다. 이를 위해 전국의 수산 시장을 다니며 각종 어류를 공수했고 특히 목포에서만 3톤의 생선을 구입해 흑산도 포구 어시장의 모습을 생생하게 재현했다. 또한 심해어 돗돔이 등장하는 장면을 위해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대형 돗돔을 제작해 배우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극 중 돗돔을 등에 업는 장면을 소화한 변요한은 “100kg이 넘는 것 같았다. 순간적으로 대사가 기억 안 날 정도로 무거웠지만 덕분에 재미있는 장면이 탄생했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뿐만 아니라 제작진은 이준익 감독의 특별 요청으로 ‘정약전’이 항상 들고 다니는 지필묵(종이와 붓과 먹) 가방과 ‘창대’의 배와 어구를 수작업으로 제작하는 등 사소한 소품 제작에도 캐릭터가 가진 특성을 온전히 표현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변요한은 “소품들이 실제 같아서 자연스럽게 연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배에 타는 순간 어부가 되는 기분이 들었다”라고 전하며 관객의 몰입도를 끌어올릴 정교한 프로덕션에 대한 기대감을 더한다.
자산어보 집필 일지 5.
저술서들의 집필 과정부터 정약용이 실제 지은 한시까지
곳곳에 배치된 역사 속 일화로 영화적 재미와 깊이를 더하다
제작에 앞서 다양한 문헌 사료와 전문 서적을 검토한 이준익 감독은 역사에 남아 있는 일화들을 <자산어보> 전반에 배치했다. 또한 [자산어보]를 비롯한 정약전의 다양한 저술서들의 집필 과정을 영화에 담고 정약용이 지은 한시와 극 중 인물이 맞닥뜨린 상황을 절묘하게 조화시켰다. 이렇듯 영화 곳곳에 숨어있는 역사 속 이야기들은 스토리를 풍성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영화적 재미를 더한다.
먼저 이준익 감독은 정조가 승하한 후 벌어지는 신유박해, 황사영 백서 사건 등을 생생하게 시각화했다. 역사책 속 활자로 접했던 사건들을 화면으로 구현함으로써 관객들로 하여금 정약전과 그의 형제들이 처한 상황에 한층 몰입할 수 있게 만들었다. 또한 정약전이 소나무 벌채 금지 정책에 대해 저술한 [송정사의]와 어물 장수 문순득의 표류 경험을 기록한 [표해시말]의 집필 과정도 영화 속 일화로 구성했다. 특히 [송정사의]의 일화에서는 나라의 잘못된 임업 정책으로 고통받는 민중의 삶을 목도하고 이를 바로잡고자 한 정약전의 면모가 드러나 의미가 크다. 또한 정약전이 [표해시말]을 저술하게 된 일화에서는 배움에 대한 열린 자세로 서양 문물의 가치까지 받아들이며 민중의 삶을 발전시키고자 했던 정약전의 의지가 엿보인다.
여기에 극 중 흑산도 여인 ‘가거댁’이 “씨만 중허고 밭 귀한 줄은 모르는 거 말이여라. 씨뿌리는 애비만 중하고 배아파 가꼬 낳고 기른 애미는 뒷전인디. 인제 자식들도 애미 귀한 줄 알아야 써”라며 ‘정약전’과 ‘창대’에게 일침을 날리는 장면도 역사 속 일화에서 기인했다. 이는 정약용이 정약전에게 보낸 편지에 기록되어 있는 이야기로 과거 정약용이 강진으로 유배된 후 머물렀던 주막에서 겪은 일화를 녹여 ‘가거댁’의 대사로 표현한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은 남존여비 사상이 팽배했던 조선 후기를 배경으로 현대 사상과 더욱 맞닿아 있는 메시지를 전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뿐만 아니라 이준익 감독이 적재적소에 배치한 정약용의 한시는 영화에 풍미를 더했다. 유배길에 오른 ‘정약전’과 ‘정약용’이 갈림길에서 헤어지는 장면에서는 ‘율정별(栗亭別)’을, 술에 취한 ‘정약전’이 밤바다를 거니는 장면에서는 ‘봉간손암(奉簡巽菴)’을 내레이션으로 전해 쓸쓸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또한 극 중 다산초당에서 ‘창대’와 ‘이강회’가 주고받는 시구 역시 정약용의 한시 ‘독소(獨笑)’의 구절로 이루어졌다. 이에 더해 정약용이 군정의 횡포에 저항한 백성의 일을 듣고 개탄하여 지은 ‘애절양(哀絶陽)’의 내용도 영화 속 사건으로 구체화돼 스토리를 깊이 있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 이처럼 <자산어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 전반에 녹아있는 역사 속 일화들을 발견하는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 알고 보면 재미있는 귀띔 ]
1. ‘신유박해’란?
1801년(순조 1) 신유년에 일어난 천주교도 박해 사건. 당시 가부장적 권위와 유교적 의례, 의식을 거부하는 천주교의 확대는 조선 유교 사회 일반에 대한 도전이자 지배 체제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여겨졌다. 이에 천주교도에 비교적 관대한 정책을 펼쳤던 정조가 죽고 정순 대비가 어린 순조를 대신해 섭정을 하게 되면서 천주교 탄압은 본격화됐다. 이 박해로 정약전의 아우인 정약종을 비롯해 이승훈, 이가환 등 천주교도 100여 명이 사형에 처해졌으며 정약전, 정약용을 포함한 400여 명이 유배됐다.
2. ‘황사영 백서’란?
1801년 천주교 신자인 황사영이 신유박해의 전말과 그 대응책을 적은 밀서. 천주교에 대한 박해가 일어나자 황사영은 서양의 배와 군대를 조선에 파견해 조선이 신앙의 자유를 허용하도록 하는 등의 방안을 밀서에 담았다. 하지만 이를 북경의 주교에게 보내기 전에 체포되어 사형에 처해지고 그 이후 천주교 박해도 한층 가혹해졌다.
3. [송정사의]란?
정약전이 유배지인 흑산도에서 저술한 책. 당시 조선의 임업 정책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정약전은 [송정사의]를 통해 나라의 잘못된 소나무 관리 정책이 백성들에게 극심한 피해를 주고 있으며, 국토에 재목으로 사용할 소나무가 자라지 못함을 지적했다.
4. [표해시말]이란?
조선 후기 어물 장수 문순득의 표류 경험을 정약전이 듣고 기록한 책. 문순득은 1801년 홍어를 사고 돌아오는 바다에서 풍랑을 만나 일본까지 밀려가 유구국(琉球國)에 표착했고, 3개월 후 조선으로 돌아가다 또 한 번 풍랑을 만나 필리핀에 표착했다. 1805년 고향 신안군으로 돌아온 이후 문순득은 정약전을 만나 일본과 필리핀을 표류하며 보고 들은 바를 전해주었고, 정약전은 이 체험담을 표류한 날짜별로 기록해 [표해시말]이라는 책을 지었다.
5. [목민심서]란?
정약전의 아우이자 조선 후기 실학자인 정약용이 강진에서 유배 생활을 하는 동안 저술한 책. 유배가 끝나는 해인 1818년에 완성됐다. [목민심서]는 목민관, 즉 수령이 지켜야 할 지침과 관리들의 폭정을 비판하고 있다. 조선 후기 지방 사회와 정치의 실제를 민생 문제 및 수령의 본무와 결부시켜 소상하게 밝히고 있는 명저로 평가된다.
출처: 두산백과,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사도>, <동주>, <박열> 이준익 감독
역사 속 사람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시대극의 대가
2021년, 깊은 울림 전할 명작의 탄생을 예고하다
이준익 감독은 조선 왕조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가족사를 다룬 정통 사극 <사도>, 평생을 함께 할 친구이자 영원한 라이벌이었던 시인 윤동주와 송몽규 열사의 청년 시절을 담아낸 <동주>, 암울했던 일제강점기에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이념을 따랐던 독립투사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의 강렬한 삶을 그려낸 <박열> 등 전작을 통해 사람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을 담아내며 세심한 연출력을 선보여왔다. 그동안 ‘사건’이 아닌 ‘사람’에 집중하여 역사 속 인물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현시대까지 관통하는 가치를 찾아낸 이준익 감독이 2021년, 영화 <자산어보>로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이준익 감독은 전쟁이나 정치사와 같이 역사적인 사건을 스토리의 동력으로 삼는 보통의 사극과 달리, 그 시대에 몸부림치며 살아왔을 사람들의 흔적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의도에서 <자산어보>를 연출했다. 그는 조선시대의 학자 ‘정약전’을 조명하고, [자산어보] 서문에 등장하는 ‘창대’라는 인물을 새롭게 발견함과 동시에 두 사람의 관계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간다. “한 시대에 위대한 인물이 있다면 그는 혼자 존재하지 않는다. 옆에는 그 못지않게 위대한 인물이 있다”라고 전한 이준익 감독은 시대를 통해 인물을 꿰뚫는 통찰력으로 다시 한번 관객들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전할 것이다.
믿고 보는 탁월한 연기력의 설경구X변요한
대한민국 대표 배우진이 선보이는 완벽한 시너지
빈틈없는 열연으로 스크린을 가득 채우다
<자산어보>는 매 작품 대체할 수 없는 연기력을 선보이는 설경구와 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변요한을 필두로 한 대한민국 대표 연기파 배우들의 의기투합으로 완성됐다.
영화 <해운대>, <감시자들>, <소원>,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살인자의 기억법> 등 장르를 불문하고 압도적 열연을 펼쳐왔던 배우 설경구는 <자산어보>의 ‘정약전’ 역을 맡아 첫 사극 영화에 도전한다. 그는 “역사적, 학문적 지식보다는 직접 ‘정약전’이라는 인물이 되어 세상을 느끼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라고 전하며 유배지 흑산도에서 바다 생물에 눈을 뜬 ‘정약전’ 역으로 사극 영화에 도전한 소회를 밝혔다. “굳이 묻지 않고, 말하지 않아도 설경구가 연기하는 그대로가 ‘정약전’ 그 자체였다”라고 전한 이준익 감독의 말처럼 설경구는 ‘정약전’이라는 인물이 되어 캐릭터에 완벽히 녹아들었다.
한편 변요한은 ‘정약전’과 만나 서로의 지식을 나누며 가치관의 변화를 겪는 ‘창대’ 역을 맡았다. 그는 드라마 [미생]으로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은 후,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하루> 등의 작품을 통해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넘나들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변요한은 다양한 작품에서 보여준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바탕으로 <자산어보>의 ‘창대’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그려내며 그만의 존재감을 여실히 입증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설경구가 “<자산어보>는 변요한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빛나는 작품이 될 것이다”라고 자신했을 만큼, 스크린을 통해 펼쳐질 그의 열연이 관객들을 매료시킬 전망이다.
여기에 아카데미와 칸을 휩쓴 화제작 <기생충>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각종 영화제의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이정은은 ‘정약전’을 살뜰히 챙기는 흑산도 여인 ‘가거댁’ 역을 맡아 극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또한 ‘창대’의 소꿉친구 ‘복례’ 역의 민도희, 흑산도 주민 ‘풍헌’ 역의 차순배, ‘정약용’의 수제자 ‘이강회’ 역의 강기영이 <자산어보>에 합류해 다채로운 캐릭터를 안정적으로 소화했다. 뿐만 아니라 동방우, 정진영, 김의성, 방은진, 류승룡, 조승연, 최원영, 조우진, 윤경호 등 이름만으로 신뢰감을 주는 배우들이 <자산어보>에 대거 우정 출연해 기대감을 높인다. 이준익 감독은 “탄탄한 연기력과 인지도를 모두 갖춘 배우들의 출연을 통해 관객들에게 더욱 가깝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이야기가 완성됐다”라며 분량과 상관없이 작품에 합류해 준 배우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들의 빈틈없는 열연은 극을 풍성하게 채울 것이다.
바다 생물에 눈을 뜬 학자 ‘정약전’과 글 공부가 좋은 청년 어부 ‘창대’
서로의 스승과 벗이 된 두 사람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묵직한 울림을 전하다
영화 <자산어보>는 흑산으로 유배된 후, 책보다 바다가 궁금해진 학자 ‘정약전’과 바다를 벗어나 출셋길에 오르고 싶은 청년 어부 ‘창대’가 [자산어보]를 집필하며 벗이 되어가는 이야기다. 역사 속에 숨어 있던 ‘정약전’과 ‘창대’라는 인물과 그들의 관계를 조명한 <자산어보>에는 기존 사극에서 쉽게 만나볼 수 없었던 캐릭터들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이준익 감독은 “이질적인 관계가 동질화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은 벗이 될 수밖에 없다”라고 전하며 신분도 지향점도 달랐던 ‘정약전’과 ‘창대’가 그려낼 영화 속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을 자아낸다.
명망 높은 사대부 집안의 학자 ‘정약전’은 성리학 사상을 고수하는 다른 양반들과 달리 열린 사상을 지닌 인물이다. 유배지 흑산도에서 정형화된 학문적 수양보다 명징한 사물 공부에 관심을 갖게 되는 ‘정약전’은 진정으로 백성을 위한 지식이 무엇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찰한다. 특히 민중의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어류학서를 집필하기 위해 섬 청년 ‘창대’에게 서로가 가진 지식을 거래하자고 제안하는 ‘정약전’의 모습은 당시 신분 질서가 강했던 사회에서 그가 가졌던 열린 사상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나라가 요구하는 질서에 순응하기보다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성찰하는 ‘정약전’은 여타 사극에서 표현되는 학자 캐릭터의 고정관념을 탈피한 모습으로 현시대의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것이다.
한편 흑산도에서 나고 자란 ‘창대’는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는 것보다 글 공부를 더욱 중시하는 청년 어부다. ‘창대’는 나라의 통치 이념인 성리학을 제대로 알고 실천하는 것이 백성을 위한 길이라 믿고 섬에서 힘겹게 서적을 공수해 읽으며 흑산도를 벗어나 출셋길에 오르는 것을 꿈꾼다. 또한 그는 사학죄인인 ‘정약전’을 멀리하려는 고지식한 성정부터 관아의 수탈로 고통받는 섬 주민들을 위해 앞장서서 관리를 찾아가는 배포까지 두루 갖춘 인물이다. ‘정약전’과의 만남을 통해 식견을 넓히고 성장하는 ‘창대’의 캐릭터는 영화 속에서 입체적으로 표현되며, ‘정약전’ 캐릭터와 함께 극을 이끌어가는 중심축이 된다. 이처럼 <자산어보>는 여타 사극 작품에서 묘사됐던 정통적인 양반과 평민의 이미지와 확연히 다른 ‘정약전’과 ‘창대’의 모습을 통해 개성 강한 두 캐릭터가 만들어낼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낸다. 서로 다른 신분과 가치관으로 좀처럼 어울릴 것 같지 않던 두 사람이 서서히 가까워지는 과정은 새로운 재미를 선사함과 동시에 묵직한 영화적 울림을 전할 것이다.
배움이 아닌 민중의 삶을 위한 실용 서적
1814년 ‘정약전’과 섬 청년 ‘창대’가 함께 집필한 어류학서
[자산어보]의 의미를 스크린에 담아내다
영화 <자산어보> 속 ‘정약전’과 ‘창대’ 간 관계의 매개체가 되는 어류학서 [자산어보]는 1814년 ‘정약전’이 ‘창대’의 도움을 받아 흑산도 연해에 서식하는 물고기와 해양 생물 등을 채집해 명칭, 형태, 분포, 실태 등을 기록한 서적이다. 그림 없이 세밀한 해설로 수산 생물의 특징을 서술한 [자산어보]는 해양 자원의 이용 가치는 물론 당시 주민들의 생활상까지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물고기와 해양 생물의 맛을 기록하고 간단한 요리법까지 덧붙인 [자산어보]는 정약전이 저술한 서적 중 실용적인 측면을 최대한으로 강조한 책으로 관심을 모은다.
[목민심서], [경세유표], [여유당전서] 등을 저술하며 나라의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실학사상을 집대성했던 동생 ‘정약용’과 달리, 나라의 질서보다는 민중의 삶을 위한 실질적인 지식이 무엇인가에 더 집중했던 ‘정약전’의 사상은 그의 저서 [자산어보]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특히 [자산어보]는 학식과 명망이 높은 학자 ‘정약전’이 흑산도 청년 어부 ‘창대’의 도움을 받아 집필한 서적이라는 점에서 신분과 나이를 초월한 두 사람의 관계가 함축되어 있어 그 의미가 더 크다. 이준익 감독은 “정약전이 [자산어보]라는 책을 왜 쓰게 되었는지, 어떻게 유학자가 그토록 상세하게 자연을 책으로 기록할 수 있었는지에 집중하다 보니 ‘창대’라는 인물과의 관계를 발견할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이처럼 영화는 어류학서 [자산어보]라는 소재를 통해 ‘정약전’이 가진 가치관과 더불어 ‘정약전’과 ‘창대’ 두 인물 간의 관계를 진정성 있게 그려낼 것이다.
[ 제작일지 ]
자산어보 집필 일지 1.
색채를 덜어내고 담백한 흑백으로 그린 조선시대
인물의 감정을 정직하게 담아내는 무채색의 미학
한 폭의 수묵화 같은 영상으로 깊은 몰입감과 감동을 전하다
조선시대를 흑백으로 그린 <자산어보>는 무채색의 미학을 담은 수려한 영상미를 자랑한다. 이준익 감독은 “흑백이 주는 장점은 선명성이다. 현란한 컬러를 배제하면 물체나 인물이 갖고 있는 본질적인 형태가 더욱 뚜렷하게 전달된다. 선명한 흑백으로 조선시대 풍물을 들여다보니 그 시대와 인물의 이야기가 더 가깝게 느껴졌다”라며 <자산어보>를 흑백으로 그린 의도를 전했다. 흑과 백으로 담백하게 표현된 <자산어보>는 광활한 자연의 풍광을 한층 깊이 있게 담아내며 한 폭의 수묵화처럼 아름다운 영상을 탄생시켰다.
이와 같이 <자산어보>를 완성도 높은 흑백 화면에 구현하기 위해 배우와 제작진은 특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창대’ 역의 변요한은 “색채감으로 시선을 분산시킬 수 없기 때문에 관객들이 배우의 눈과 표정, 목소리에 집중하실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매 순간 관객들에게 ‘창대’의 진심이 닿을 수 있도록 신경 쓰며 연기했다”라고 전했다. 이정은 역시 “흑백 화면에서는 캐릭터들의 섬세한 감정이 굉장히 디테일하게 묘사된다”라며 흑백 영화에 도전하며 느낀 점을 밝혔다. 이렇듯 화려한 색감을 덜어낸 화면은 인물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정직하게 담아내기 때문에, 배우들은 섬세한 연기로 관객의 몰입감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또한 제작진은 의상과 소품이 가진 질감과 윤곽을 더욱 부각해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공들였다. 특히 <관상>, <사도>, <박열> 등 많은 시대극에 참여했던 심현섭 의상 실장은 <자산어보> 속 의상의 소재를 선택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그는 “흑산도 주민들의 의상 대부분을 삼베 소재로 만들었고 거기에 해진 생활감을 더해서 보다 거친 질감을 표현했다”라며 흑백 화면에 어민들의 삶을 효과적으로 담기 위해 노력한 점을 밝혔다. 또한 그는 극의 초반부 유배지에 온 ‘정약전’에게 부드러운 재질이 두드러지는 마직 소재의 의상을 입혀 주민들과의 차별성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며 인물이 가진 특성을 의상을 통해 더욱 부각시켰다. 뿐만 아니라 유청 소품 기사는 “흑백 화면에선 검은색과 빨간색이 거의 같은 색으로 보여 색의 톤 차이에 더욱 신경을 써야 했다”라며 소품이 가진 세세한 요소들까지 흑백 화면에서 온전하게 시각화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렇듯 <자산어보>는 흑백의 강점을 더욱 부각해 정교하게 구현된 영상으로 관객들을 매료시킬 것이다.
자산어보 집필 일지 2.
200여 년 전 정약전이 마주한 아름다운 자연
위대한 선인의 자취와 역사적 깊이를 간직한 공간까지
우리나라 곳곳에 숨어있던 절경을 담다
이준익 감독이 “실제 정약전이 유배를 가서 그 지역의 풍물을 느꼈던 것과 가장 유사한 조건으로 촬영하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전한 것처럼, 제작진이 로케이션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정약전의 유배지 흑산도를 스크린에 가장 온전히 재현할 수 있는 장소를 물색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 흑산도는 해변에 해안 도로가 없는 것을 포함해 영화 촬영에 적합한 제반 여건이 형성되어 있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준익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은 흑산도 근방의 큰 섬 중에서도 실제 유배지와 가장 유사한 조건을 가진 도초도, 비금도, 자은도 등 최적의 장소를 물색해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했다.
먼저 ‘정약전’이 주로 거주하는 ‘가거댁’ 초가집 세트는 탁 트인 바다 전경을 한눈에 내려볼 수 있는 도초도의 절벽 위에 설치했다. 더불어 어민들의 삶이 담긴 포구 장면은 자은도의 해변에서 촬영하며, 수백 년 전 정약전이 보고 느꼈던 환경을 최대한 스크린에 재현했다. 뿐만 아니라 극 중 ‘창대’가 ‘정약전’의 서신을 들고 찾아가는 강진에서는 실제 정약용의 숨결이 녹아 있는 다산초당과 백련사에서 촬영해 사실감을 더하고 유서 깊은 건축물에 녹아 있는 깊이를 느끼게 했다.
배우 설경구는 “20년 넘게 영화 일을 했는데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촬영지가 될 것 같다. 영화를 찍으면서 절경에 감탄한 적이 많았다”라며 <자산어보>에 담긴 풍광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렇듯 <자산어보>에 담긴 수려한 절경과 역사적 공간들은 풍성한 볼거리를 선사하며 관객들로 하여금 1800년대 조선의 시간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 것이다.
자산어보 집필 일지 3.
사실감을 살리기 위한 배우들의 연기 열정과
세 차례의 태풍도 이겨낸 제작진의 투혼
<자산어보>의 완성도를 한층 끌어올리다
<자산어보>는 맡은 역할을 완벽하게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 배우들의 연기 열정과 기상 악조건 속에서 고군분투한 제작진의 투혼으로 완성됐다. 먼저 설경구는 실존 인물인 ‘정약전’ 역을 맡은 만큼, 인물에 온전히 몰입하고 연기에 진정성을 담는 것에 가장 중점을 뒀다. “200여 년 전, ‘정약전’이 낯선 공간인 흑산도에서 느꼈을 감정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라고 전한 그는 태풍으로 인한 촬영 취소에도 섬에 남아 생활하는 등 ‘정약전’ 그 자체가 되어 쌓은 감정선을 깨뜨리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이를 통해 설경구는 유배길에 오른 ‘정약전’의 복잡한 심경부터, 흑산도 사람들과 동화되어 섬 생활에 적응하는 과정, 나아가 바다 생물에 새롭게 호기심을 가지는 모습까지 입체적인 캐릭터의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낼 수 있었다.
또한 흑산도 청년 어부 ‘창대’로 분한 변요한은 전문가에게 직접 어류 손질법을 훈련받으며 극에 사실감을 더했다. 그는 치열한 연습 끝에 해양 생물의 배를 가르고 내장을 분리하는 등 어류를 손질하는 장면을 능숙하게 소화해 현장을 놀라게 했다는 후문이다. 뿐만 아니라 사투리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기 위해 전라도 출신 지인들과 지속적으로 대화를 나누고, 혼자서도 사투리로 대화를 자연스럽게 이끌어나갈 수 있을 정도로 연습에 매진했다. 또한 촬영 전부터 미리 잠수법과 수신호를 익히며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 첫 촬영이었던 5M 수심에서의 수중 촬영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이에 더해 이정은 역시 극 중 홍어와 문어 등의 해산물을 능수능란하게 다루기 위해 전문가에게 훈련을 받았고, 민도희 또한 물 공포증을 극복하고 성공적으로 수중 촬영을 마칠 정도로 훈련에 적극적으로 임해 현장에 있던 제작진을 감탄하게 했다.
제작진은 환경적인 악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총력을 다했다. ‘창대’가 어업 활동을 하는 바닷가 촬영지는 서해안 끝에 위치해 조석 간만의 차가 컸다. 그래서 제작진은 물 때에 맞춰 장비를 옮겨가며 촬영을 해야 했다. 또한 제작진은 촬영 기간 중 세 번의 태풍과 가을장마를 만났다. 특히 ‘정약전’이 머무는 ‘가거댁’의 초가집 세트는 절벽 위에 자리해 태풍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제작진은 태풍 예보가 있는 날마다 그물과 비닐로 초가집을 동여매고 말뚝을 박아 고정시키는 작업을 반복하며 세트를 지킬 수 있었다. 이처럼 많은 이들의 노력과 열정은 영화 <자산어보>의 완성도를 끌어올려 2021년 관객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자산어보 집필 일지 4.
소박한 민중의 삶과 자연을 조화시킨 공간
세세한 요소 하나까지 정성을 담아 제작한 소품
조선시대 흑산도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내다
<자산어보>의 제작진은 영화 속 모든 공간과 소품을 시대적 배경에 맞게 제작하기 위해 각별히 노력했다. 가장 심혈을 기울인 공간은 극 중 ‘정약전’의 거처인 ‘가거댁’ 초가집 세트였다. “영화 속 공간이 가진 미술적인 요소들이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해치지 않고 어우러지길 바랐다”라는 이재성 미술 감독의 말처럼 ‘가거댁’의 초가집은 주변의 섬과 바다가 만들어내는 절경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공간으로 탄생했다.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대청마루와 그 주변을 고즈넉하게 감싸고 있는 마을 풍경은 당대 민초들의 삶의 공간을 표현함과 동시에 그곳에 유배 온 조선시대 선비의 풍류를 더한 특색 있는 공간을 완성했다.
극을 풍성하게 살리는 다양한 소품들도 눈여겨볼만하다. 제작진은 집집마다 마당 한 켠에 생선이나 해조류, 어구(물고기를 잡거나 채취하는 데 쓰이는 기구)를 말리는 설정을 더해 섬마을 사람들의 정서와 분위기를 표현했다. 이를 위해 전국의 수산 시장을 다니며 각종 어류를 공수했고 특히 목포에서만 3톤의 생선을 구입해 흑산도 포구 어시장의 모습을 생생하게 재현했다. 또한 심해어 돗돔이 등장하는 장면을 위해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대형 돗돔을 제작해 배우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극 중 돗돔을 등에 업는 장면을 소화한 변요한은 “100kg이 넘는 것 같았다. 순간적으로 대사가 기억 안 날 정도로 무거웠지만 덕분에 재미있는 장면이 탄생했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뿐만 아니라 제작진은 이준익 감독의 특별 요청으로 ‘정약전’이 항상 들고 다니는 지필묵(종이와 붓과 먹) 가방과 ‘창대’의 배와 어구를 수작업으로 제작하는 등 사소한 소품 제작에도 캐릭터가 가진 특성을 온전히 표현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변요한은 “소품들이 실제 같아서 자연스럽게 연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배에 타는 순간 어부가 되는 기분이 들었다”라고 전하며 관객의 몰입도를 끌어올릴 정교한 프로덕션에 대한 기대감을 더한다.
자산어보 집필 일지 5.
저술서들의 집필 과정부터 정약용이 실제 지은 한시까지
곳곳에 배치된 역사 속 일화로 영화적 재미와 깊이를 더하다
제작에 앞서 다양한 문헌 사료와 전문 서적을 검토한 이준익 감독은 역사에 남아 있는 일화들을 <자산어보> 전반에 배치했다. 또한 [자산어보]를 비롯한 정약전의 다양한 저술서들의 집필 과정을 영화에 담고 정약용이 지은 한시와 극 중 인물이 맞닥뜨린 상황을 절묘하게 조화시켰다. 이렇듯 영화 곳곳에 숨어있는 역사 속 이야기들은 스토리를 풍성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영화적 재미를 더한다.
먼저 이준익 감독은 정조가 승하한 후 벌어지는 신유박해, 황사영 백서 사건 등을 생생하게 시각화했다. 역사책 속 활자로 접했던 사건들을 화면으로 구현함으로써 관객들로 하여금 정약전과 그의 형제들이 처한 상황에 한층 몰입할 수 있게 만들었다. 또한 정약전이 소나무 벌채 금지 정책에 대해 저술한 [송정사의]와 어물 장수 문순득의 표류 경험을 기록한 [표해시말]의 집필 과정도 영화 속 일화로 구성했다. 특히 [송정사의]의 일화에서는 나라의 잘못된 임업 정책으로 고통받는 민중의 삶을 목도하고 이를 바로잡고자 한 정약전의 면모가 드러나 의미가 크다. 또한 정약전이 [표해시말]을 저술하게 된 일화에서는 배움에 대한 열린 자세로 서양 문물의 가치까지 받아들이며 민중의 삶을 발전시키고자 했던 정약전의 의지가 엿보인다.
여기에 극 중 흑산도 여인 ‘가거댁’이 “씨만 중허고 밭 귀한 줄은 모르는 거 말이여라. 씨뿌리는 애비만 중하고 배아파 가꼬 낳고 기른 애미는 뒷전인디. 인제 자식들도 애미 귀한 줄 알아야 써”라며 ‘정약전’과 ‘창대’에게 일침을 날리는 장면도 역사 속 일화에서 기인했다. 이는 정약용이 정약전에게 보낸 편지에 기록되어 있는 이야기로 과거 정약용이 강진으로 유배된 후 머물렀던 주막에서 겪은 일화를 녹여 ‘가거댁’의 대사로 표현한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은 남존여비 사상이 팽배했던 조선 후기를 배경으로 현대 사상과 더욱 맞닿아 있는 메시지를 전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뿐만 아니라 이준익 감독이 적재적소에 배치한 정약용의 한시는 영화에 풍미를 더했다. 유배길에 오른 ‘정약전’과 ‘정약용’이 갈림길에서 헤어지는 장면에서는 ‘율정별(栗亭別)’을, 술에 취한 ‘정약전’이 밤바다를 거니는 장면에서는 ‘봉간손암(奉簡巽菴)’을 내레이션으로 전해 쓸쓸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또한 극 중 다산초당에서 ‘창대’와 ‘이강회’가 주고받는 시구 역시 정약용의 한시 ‘독소(獨笑)’의 구절로 이루어졌다. 이에 더해 정약용이 군정의 횡포에 저항한 백성의 일을 듣고 개탄하여 지은 ‘애절양(哀絶陽)’의 내용도 영화 속 사건으로 구체화돼 스토리를 깊이 있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 이처럼 <자산어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 전반에 녹아있는 역사 속 일화들을 발견하는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 알고 보면 재미있는 귀띔 ]
1. ‘신유박해’란?
1801년(순조 1) 신유년에 일어난 천주교도 박해 사건. 당시 가부장적 권위와 유교적 의례, 의식을 거부하는 천주교의 확대는 조선 유교 사회 일반에 대한 도전이자 지배 체제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여겨졌다. 이에 천주교도에 비교적 관대한 정책을 펼쳤던 정조가 죽고 정순 대비가 어린 순조를 대신해 섭정을 하게 되면서 천주교 탄압은 본격화됐다. 이 박해로 정약전의 아우인 정약종을 비롯해 이승훈, 이가환 등 천주교도 100여 명이 사형에 처해졌으며 정약전, 정약용을 포함한 400여 명이 유배됐다.
2. ‘황사영 백서’란?
1801년 천주교 신자인 황사영이 신유박해의 전말과 그 대응책을 적은 밀서. 천주교에 대한 박해가 일어나자 황사영은 서양의 배와 군대를 조선에 파견해 조선이 신앙의 자유를 허용하도록 하는 등의 방안을 밀서에 담았다. 하지만 이를 북경의 주교에게 보내기 전에 체포되어 사형에 처해지고 그 이후 천주교 박해도 한층 가혹해졌다.
3. [송정사의]란?
정약전이 유배지인 흑산도에서 저술한 책. 당시 조선의 임업 정책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정약전은 [송정사의]를 통해 나라의 잘못된 소나무 관리 정책이 백성들에게 극심한 피해를 주고 있으며, 국토에 재목으로 사용할 소나무가 자라지 못함을 지적했다.
4. [표해시말]이란?
조선 후기 어물 장수 문순득의 표류 경험을 정약전이 듣고 기록한 책. 문순득은 1801년 홍어를 사고 돌아오는 바다에서 풍랑을 만나 일본까지 밀려가 유구국(琉球國)에 표착했고, 3개월 후 조선으로 돌아가다 또 한 번 풍랑을 만나 필리핀에 표착했다. 1805년 고향 신안군으로 돌아온 이후 문순득은 정약전을 만나 일본과 필리핀을 표류하며 보고 들은 바를 전해주었고, 정약전은 이 체험담을 표류한 날짜별로 기록해 [표해시말]이라는 책을 지었다.
5. [목민심서]란?
정약전의 아우이자 조선 후기 실학자인 정약용이 강진에서 유배 생활을 하는 동안 저술한 책. 유배가 끝나는 해인 1818년에 완성됐다. [목민심서]는 목민관, 즉 수령이 지켜야 할 지침과 관리들의 폭정을 비판하고 있다. 조선 후기 지방 사회와 정치의 실제를 민생 문제 및 수령의 본무와 결부시켜 소상하게 밝히고 있는 명저로 평가된다.
출처: 두산백과, 한국민족문화대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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