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식
Encroach, 2017
러닝타임 86분
국가 한국, 홍콩
잠식 관련 영상클립
줄거리
진희는 성적이 안 좋아 지방 대학에 입학했지만 장래희망인 언어치료사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 그러나 학교에는 불길한 기운이 감돌고, 진희는 폐쇄된 연구소 건물에 모여 있는 수상한 사람들을 발견한다.
(2018년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
Director’s Note
이 영화는 중국의 언어와 공간으로 만들어진 ‘한국영화’로 보는 것이 옳은 듯합니다.
단순히 연출,촬영,조명,음악,편집,녹음 등 창작의 핵심 인력이 한국인이라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이 영화를 ‘한국영화’로 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주된 이유는 이 영화에 담긴 소재와 이야기, 그것을 통해 전하려는 논제와 감정이 ‘한국의 대학 시스템을 이해하는 사람’이어야 동의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학의 설립,운영,관리 등 교육시스템이 국가체제만큼이나 우리와 다른 중국인들에게 이 영화가 쉽게 동의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건 안타깝게도 중국촬영이 시작된 이후였습니다.
저예산 호러영화로 기획된 이 영화는 같은 대본을 갖고 한국의 오리지널 버전과 중국의 리메이크 버전이 동시에 진행되었습니다. 하지만 한국 버전의 제작이 지연되는 사이 먼저 준비된 중국 버전을 중국 광저우에서 2주에 걸쳐 촬영하고 돌아와 한국의 오리지널 버전은 제작을 중단하였습니다. 언어와 공간의 차이로 표현의 한계가 일부 있긴 하지만 이 영화를 기획하면서 생각했던 핵심들이 중국 버전에 담겨있다고 느껴졌고, 핵심이 같은 영화를 언어와 공간만 바꿔 또 만든다는 건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는 ‘갑자기 고졸이 된 대졸자’에 대한 인터넷 기사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한국의 어느 지방에 있던 대학이 재단의 비리로 폐교되고 그 대학의 학사정보가 화재로 소실되면서, 그 학교를 나온 이들이 졸업증명이 불가능해 고졸이 되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어이없는 코미디 같은 이야기였지만 저에게 이 이야기는 공포였습니다. 불합리한 시스템과 그것을 악용해 사익을 챙기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현실 속 공포, 그로 인한 절망과 슬픔을 공유하는 건 충분히 의미 있는 작업이라 여겨졌습니다.
한국의 부조리한 대학 시스템이 만들어낸 ‘한국영화’지만, 이 영화가 담아내려한 논제와 감정이 사려 깊게 전달된다면 ‘다른 나라’의 사람들에게도 의미가 있을 거라 믿습니다. 전 그 가능성을 이 영화에 출연한 중국인 배우들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촬영을 위해 캐릭터의 감정을 논의하다, 자국과는 다른 대학시스템이 만들어낸 절망을 이해한 배우들은 뛰어난 연기로 그것을 표현해 주었습니다. 그들은 중국어로 연기했지만 그들이 토해낸 슬픔과 절망의 언어는 저에게 한국어로 전달되었습니다.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는 감성의 힘을 소름 돋게 체험했던 경이로운 순간이었습니다. 지면을 빌어 다시 한번 배우들에게 깊은 경의와 감사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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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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