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해의 사계절
The Whispering Trees, 2017
장르 다큐멘터리러닝타임 107분
국가 한국
말해의 사계절 관련 영상클립
줄거리
감나무 밭이 골짜기를 타고 지천에 드리워진 밀양시 도곡마을에는 여든 여덟살의 김말해가 살고 있다. 말해는 열일곱 꽃다운 나이에 일본의 보급대 강제징용을 피해 지금의 도곡마을로 시집을 온다. 1945년 뜻밖의 해방이 찾아오고 앞으로 좋은 일들만 있을 것이란 기대가 도곡마을에도 가득했다. 그러나 어디로부터 온 것인지 알 수 없는 폭력의 그림자가 서서히 말해에게 드리우기 시작한다.
1950년 한국전쟁의 여파는 도곡마을도 피해가지 못했다. 마을청년회를 이끌던 말해의 남편은 국민보도연맹학살사건에 연루되어 끌려가 소식이 두절된다. 홀로 남겨진 말해는 어린 두 아들과 함께 나무 껍질을 씹고 장작을 패며 생면부지의 목숨을 이어간다. 10대 시절 학교를 자퇴한 뒤 공사판을 떠돌던 큰 아들 희도는 아버지가 빨갱이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베트남전에 자진 입대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아버지가 여전히 도곡마을에 살고 있다는 아이러니한 증명서였다.
전투 중 헬기 추락으로 부상을 입고 귀국한 희도는 이후 국가유공자로 일을 하지만 그마저도 IMF를 거치며 실직하게 된다. 그러던 중 동생이 경제적 어려움을 비관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되고 희도와 말해는 아주 오래된 침묵에 휩싸인다. 그러던 2013년, 말해의 집 앞에 765,000kV 초고압 송전탑 건설계획이 강행된다. 말해에게 도곡마을은 남편을 잃고 큰 아들을 전쟁터로 보내고 작은 아들을 가슴에 묻으면서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던 마지막 터전이었다. 말해는 인생에서 처음으로 국가와 싸우기 시작한다. 그러나 오랜 싸움에 지친 마을 주민들은 하나 둘 한국전력과 합의하고 투쟁에 대한 관심은 점점 시들어 가는데…
연출의도
“햇살 아래 숨죽였던 그녀의 사계절”
역사적 사건들은 언제나 한 개인의 삶을 관통하고 한 사람의 몸과 기억에 상흔을 새긴다. 그들은 대게 피해/희생의 중심부에 있지만 기록되는 역사에서 그들은 언제나 주변부에 있거나 아예 역사적 주체 안에 존재하지 않는 자들로 위치한다. 역사 재구성의 방식에 있어서 위로부터 기록되는 역사는 그렇게 피해자의 언어를 빼앗고 망각을 재료 삼아 폭력을 재생산해왔다. 본 영화는 거대한 역사의 수레바퀴에서 언제나 아웃사이더일 수밖에 없었던 한 여성과 그 아들의 삶에 주목한다. 이 가족의 삶을 거꾸로 재구성하면 IMF를 거쳐 베트남전쟁과 6.25전쟁, 그 끝에는 한국 국가 폭력의 시작을 알린 보도연맹대학살과 일제 식민지까지 거스르며 동시대에 여전히 작동하는 ‘친일-반공주의’를 마주하게 된다.
이렇듯 아래로부터 새롭게 드러나는 한국 근현대사의 숨가쁜 굴레는 오늘날 우리에게 주어진 가슴 아픈 현실이다. 이러한 운명 속에서 말해가 지키려했던 삶은 본 영화를 통해 한 여성의 아픔을 넘어 오늘날 한국사회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된다. 그래서일까 오늘날 다시금 이름을 획득한 사람들이 들려주는 밀양은 그래서 마냥 절망스럽지만은 않을 것이다. 말해와 희도, 한 가족이 765,000kV의 거대한 송전탑에 맞서 싸우는 모습 속에서 우리는 역사의 그늘 아래 숨죽이고 있는 수많은 망자들을 조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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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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