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들
Possible Faces, 2017
개봉 2019.01.24
장르 드라마등급 12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32분
국가 한국
평점 ![star](https://cdn.udanax.org/star.png)
5.7
얼굴들 관련 영상클립
줄거리
고등학교 행정실 직원 기선(박종환)은 어느 날 문득 축구부 학생 진수(윤종석)의 존재가 궁금해진다. 기선의 옛 애인 혜진(김새벽)은 회사를 그만두고 어머니의 작은 식당을 리모델링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유일하게 자유로운 택배기사 현수(백수장)는 이들 사이를 스친다.
각자의 세계 안에서만 살고 있을 것 같은 인물들은 희미하게 겹친다.
늘 변화무쌍하면서도, 또 굳게 제 모습 지키며
가깝고도 멀게 그리고 멀고도 가깝게
그렇게 모습을 빚으며, 모습 바꾸어 빚으며-
놀라기 위해 내가 여기 있습니다
Goethe, parabase
[ POSSIBLE FACES ]
<파산의 기술記述><보라> 이강현 감독의 첫 픽션
2019 당신이 처음 마주할 마스터피스
세계에 대한 명민한 감각과 날카로운 통찰력, 특유의 고집스런 스타일이 응집된 다큐멘터리 <파산의 기술記述><보라>로 전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지성과 포부가 녹아있는 이강현 감독의 작품세계는 극도로 현대적인 성찰의 산물”(제29회 토리노영화제 <보라> 심사위원 특별언급)이라는 극찬을 받았던 이강현 감독이 픽션의 세계로 돌아왔다. 누군가의 표정이 있고 시선이 있고 공간이 있다. 그리고 그 뒤로 흐르는 오늘의 세계를 담아낸 <얼굴들>은 일반적인 영화문법에서 과감히 벗어나 일상의 편린들을 직조하며 유리 돔처럼 만들어진 사회 시스템 속에서 살고 있는 안락하고도 허약한 세계의 모습을 조망한다. 부산국제영화제 시민평론가상 수상, 서울독립영화제 심사위원상 및 독불장군상 수상은 물론 프랑스마르세이유국제영화제, 런던한국영화제, 뉴욕 Museum of Moving Image(MoMI) First Look Festival 등 해외영화제에서도 러브콜을 받으며 2019 지금껏 만나보지 못 했던 마스터피스의 탄생을 예고한다.
박종환X김새벽X윤종석X백수장
독립영화 스타배우들의 새로운 얼굴
영화 <밤치기><원라인><양치기들> 등에서 깊은 흡입력의 연기를 보여주었던 배우 박종환, 영화 <풀잎들><초행><한여름의 판타지아> 등 매작품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며 독립영화를 대표하는 배우로 자리매김한 배우 김새벽, 드라마 [왕이 된 남자][손 the guest][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구해줘] 등에서 강렬한 존재감으로 브라운관을 꽉 채운 배우 윤종석, 그리고 영화 <미쓰백><범죄의 여왕><오늘영화> 등에서 자연스러운 연기와 섬세한 표현력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배우 백수장까지, 지금 가장 주목받고 있는 배우들의 새로운 얼굴을 영화 <얼굴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매순간 어떤 풍경 속에서 존재하는 인물들의 모습을 따라가다 보면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뒷모습, 찰나의 생각에 빠진 찡그린 표정에서도 각자의 리듬으로 안간힘을 다하는 인물들의 삶의 모습을 느끼게 된다. 지금껏 만나본 적 없었던 아름다우면서도 쓸쓸한 감정 덩어리가 각자의 얼굴에 고스란히 담겼다.
조용규 촬영감독 X 장영규 음악감독
베테랑 제작진의 사려 깊은 감각
<우리 손자 베스트><밀양><죽거나 혹은 나쁘거나><플란다스의 개> 등 거칠고 탁한 그만의 스타일로 충무로를 대표하는 촬영감독으로 손꼽히는 조용규, <죽여주는 여자><부산행><곡성><비밀은 없다><암살> 등 영화의 감각을 더하는 사운드로 한국 영화계의 대표 음악감독으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장영규 음악감독의 사려 깊은 감각이 <얼굴들>의 독보적인 분위기를 완성해냈다. 다른 세계를 멀찌감치 바라보는 듯한 카메라의 시선은 역설적으로 카메라 안의 공기를 포착해내는 영상미학의 정점을 보여준다. 영화 전반에 나지막히 흐르는 전위적인 사운드는 우리 주변에서 늘상 보아오는 학교 운동장, 좁은 골목, 방 안, 시장 등 일상의 풍경을 낯설게 만든다. 이강현 감독의 영리한 감각에 베테랑 제작진의 새로운 시도가 더해진 <얼굴들>이 전혀 새로운 영화적, 예술적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 PRODUCTION NOTE ]
1.
영화를 만들 때 다가가고 싶은 레퍼런스 보다는 멀어지고 싶은 레퍼런스가 언제나 중요했다. 같은 맥락으로, 첫 번째 영화를 만든 이후로는 항상 나의 직전 작업에 대한 반동의 힘이 다음 작업을 끌고 나가는 바탕이 되었었다. 세 번째 장편인 ‘얼굴들’ 제작을 앞두고서도 바로 직전의 영화 ‘보라’를 만들면서 쌓인 벗어나고 싶은 무언가들이 새로운 작업의 토대가 되었다.
몇가지만 꺼내어 보자면 우선, 채집을 통한 영화 만들기에 대한 염증이 있다. 그런데 이것은 안타깝게도 답을 찾을 수 없는 질문이나 마찬가지였다. 영화는 결국 어떻게 해도 세상과 인간사에서 가장 포토제닉한 순간들의 모음에 다름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전작에서의 나의 영화만들기가 좀더 극단적인 형태의 채집으로서의 영화이긴 했으나, 그렇다고 포토제닉한 순간들의 모음이라는 영화의 본질이 다른 방식의 영화라고해서 변하지는 않을테니까.
그것이 기쁨이건 슬픔이건, 환희의 순간이건 참혹함의 극한이건, 삶과 세상에서 가장 포토제닉한 순간들을 모아 영화로 만든다는 사실이 나에게 주는 알수 없는 불편함의 정체는 무엇일까. 영화를 만드는 자가 이것을 불편해 한다는 것은 답을 찾을 수 없는 자기모순일 것이다. 어쨌든 그 극한의 방식중 채집으로서 영화를 만드는 것은, 두 번째 장편을 끝낼 무렵엔 거의 혐오의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그래서 세 번째 장편은 밧줄에 몸이 묶인 것처럼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물을 쳐 놓고 걸려들기를 기다리는 식 같은 건, 일말의 가능성도 없는 상태에서 영화가 만들어지길 원했었다.
그런데 이 말들이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라는 제작형태에 따른 차이 중 하나를 선택하는 기준의 문제로 오해되어선 안 될 것 같다. 왜냐하면 나의 불편함이나 혐오는 이 둘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한 방금 이 말이 다큐멘터리영화와 극영화가 다르지 않다는 말로 오해되어서도 안될 것이다. 다큐멘터리영화와 극영화는 같은 것이 아니다.
2.
시나리오를 쓰던 시절을 돌아본다. 지난한 과정이었고, 라디오를 많이 들었다, 라는 것 이외에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몇줄의 로그라인 – 고등학교 선생(원래는 직원이 아니고 선생이었다) 인 한 남자는 어느날 자신이 담임을 맡고 있는 반 학생이지만 수업에는 들어오지 않는 축구부 학생이 문득 신경이 쓰인다. 남자의 옛 애인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어머니와 식당을 차리려고 한다 – 이외에는 모두가 애초의 구상속에 없었고, 그때그때 덧붙여질 뿐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여지는 것은 사건의 인과에 의한다기 보다 애초부터 존재했던 영화 전체의 비젼 아래 병렬적으로 나열되는 것들이었다. 그러므로 이 시나리오가 딱히 극작 이라고 할만한 과정을 겪었는지 의문이다. 게다가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모르지 않으면서도 위험을 무릅쓰고 상세한 지문을 남겨놓았다. 이런 방식은 너무 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 또한 사람이 삭혀지는 방식이다. 다시는 반복하고 싶지 않은 작업의 한 방식이다.
3.
나는 첫 번째 영화를 만들 때, 영화제작의 경험이 전무한 상태였다. 그 이후에도 매 영화가 선택한 고유의 방식은 언제나 처음으로 경험하는 것이었는데, 마찬가지로 이 영화 ‘얼굴들’을 제작할때도 내가 이 방식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라곤 배우가 연기를 하면 카메라가 찍고 마이크로 녹음한 뒤 편집한다, 밖을 벗어나지 못했다. 나는 영화촬영 현장이라는 것을 구경삼아라도 단 한번도 본적이 없었다. 이런 사정이,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때와는 다른 차원에서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우선 배우라는 존재. ‘얼굴들’이 실 제작을 목전에 두고서 감독으로서 가장 혼신의 힘을 다한 것은 주연배우들과의 섭외 및 대화과정이였다. 배우들과의 미팅이 끝나면 나는 탈진상태가 되는 일이 잦았고 집으로 걸어가는 길은 다리가 풀려 휘청거리기 일쑤였다. 이 영화 ‘얼굴들’에 출연한 주연배우들은 모두 내가 가장 원했던 1순위 배우들 그대로였다. 내가 이 영화를 연출하면서 가장 잘 한 일이 있다면 그것은 이들에게 혼신의 힘을 쏟은 일련의 과정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에 응답해준 배우들에게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다.
실제 제작이 들어가고 난 이후에는 사실 이런저런 많은 고민을 할 여력이 없었던 것 같다. 어찌보면 주어진 조건에서 해야하는 최소한의 것들을 기계적으로 수행했었다고나 할까. 그리고 난생처음 접하는 낯선 상황들에서, 당연하게도 어떤 경험의 부재가 뼈져리기도 했었다. 그런데 내가 나의 이러한 사정이 몇가지 지점에선 패착이 될 것이라는 걸 몰랐을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하지만 어쩔수 없다. 알면서도 당할 수 밖에 없는 일이 세상에는 있는 법이다. 나는 내가 무엇에 당황하고 힘들어할지 비교적 소상히 알고 있었다. 그러므로 이것은 후회할 일이 아니다.
4.
이제 또 어디로 가야하나. 누군가들은 비교적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건너왔을 시간을, 딴에는 전투를 치르며 돌아 돌아 오느라 이렇게 더디었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부족한 것은 효율이지만 그래도 어쨌건 대적해야 하는 것들 앞에서 솔직했고, 본질과의 싸움을 마다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우선 이제 곧 진행할 네 번째 장편도 역시 세 번째 영화를 만들면서 쌓인 결코 답할 수 없는 질문에 답하는 과정속에서 출발할 것인데, 특별히 앞으로의 새로운 작업은 두 번째 장편 ‘보라’와 세 번째 장편 ‘얼굴들’에서 얻은 근본적인 질문들이 마구 섞여있는 상태에서 모색하게 될 것 같다. 바라건데 어느때보다도 더 래디컬 했으면 좋겠고, 무엇보다도 이제는 정말 새털처럼 가볍고 자유롭게 영화를 찍고싶다.
여운을 남기며 허공에서 멈춰버린 추억들,
언젠간 우리 기억 속에서 되살아날 이 시간 이 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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